다가가는 임시완-물러나는 신세경
"좋아해 달라는거 부탁 아닌 용기"
"좋아해 달라는거 부탁 아닌 용기"

그런 걱정이 무색하게 선겸은 야무지게 혼자 대기하는 시간에 할 일까지 준비했다. 뒤도 돌아보며 살겠다던 결심을 실천하기 위해 일기 쓰기에 도전한 것. 그러나 무던히 앞만 보고 달려왔던 그에게 지난날을 되돌려보고, 우선순위가 된 적 없던 자기감정을 살펴보는 건 낯설고 어려운 일이었다. 자기만 보는 일기, 남 눈치 볼 필요 없이 그저 솔직하게만 쓰면 된다는 미주의 조언에 그는 “오미주 씨가 아팠고, 무서웠다”는 솔직한 감정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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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선겸에겐 아직도 자신을 스쳐갔던 많은 사람들처럼 미주가 곧 떠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남아있었다. 섣불리 둘의 관계를 정의 내리지 못한 이유이기도 했다. 결국 적당히 거리를 두는 게 최선이라 여겼고, 미주에게 기댔던 순간들을 신세라고 정리하며 고마웠다는 인사와 함께 짐을 챙겨 그녀의 집을 나왔다는 사실을 뒤늦게나마 전했다.
즐겁게 보낸 하루 끝에 가장 중요한 걸 전하는 그에게 미주는 조금 가까워졌다 싶으면 한 번씩 이렇게 선을 긋는다며 서운함을 내비쳤다. 선겸은 이번에도 미주가 토라진 채 내버려 둘 수 없었고, 그래서 서투르고 미숙한 반응이 불쑥 튀어나왔다. “나 계속 그거 하고 있어요. 좋아해 달라면서요”라며 모른 척했던 지난 고백까지 꺼내놓은 것. 미주는 오히려 상처를 받았다. 그건 부탁이 아닌 용기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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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우연히 카페에서 단아를 마주치고 나서야 그간 마음이 복잡했던 이유가 그녀를 보고 싶었기 때문이란 사실을 깨달았다. 갑자기 찾아온 ‘첫사랑’ 단아의 모든 게 사랑스러웠고, 지레 뾰족하게 날이 선 그녀의 한 마디에도 “귀여워”라는 속마음이 새어 나왔다.
영화의 뜬금없는 고백에 단아도 난생 처음 심장을 컨트롤하지 못했다. 평소 들어 본 적 없던 귀엽다는 말이 당황스럽기도 했고, 하필 그걸 “그 싸가지 없는” 영화가 했다는 사실에 자꾸 신경이 거슬렸다. 그러던 중 그림과 관련된 서명민(이신기 분)의 도발에 화가 난 단아는 영화의 작업실을 찾아가 다짜고짜 완성된 작품을 내 놓으라 요구했다. 순전히 마음에 들어 의뢰한 줄 알았던 그림이 ‘면 세우기’ 용이었다는 사실에 영화는 상처를 받았고, “그림 뒤에 사람 있어요”라며 이젤에 놓인 그림을 망쳐놓았다. 자꾸만 말을 따갑게 하는 그녀에게 완성작이 되기 전까지의 시간은 “내거야”라는 걸 확실하게 알려주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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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유나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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