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학자 곽민수 "다 틀렸다"
"오류투성이, 그냥 보지말라"
"자문한 내용 반영 안 돼"
'설민석의 벌거벗은 세계사' 클레오파트라 편/ 사진=tvN 캡처
'설민석의 벌거벗은 세계사' 클레오파트라 편/ 사진=tvN 캡처
곽민수 한국이집트학연구소장이 tvN 예능프로그램 '설민석의 벌거벗은 세계사' 이집트 클레오파트라 편의 사실관계가 틀렸다고 지적했다.

곽민수 소장은 지난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설민석의 벌거벗은 세계사' 클레오파트라 편을 보고 있다"며 "걱정했던대로 사실관계가 틀린 내용이 차곡차곡 쌓여간다"고 적었다.

이어 해당 방송에 대해 "사실관계가 자체가 틀린 게 너무 많아서 하나하나 언급하기가 힘들 지경"이라며 "지도도 다 틀렸다"고 비판했다.

곽 소장은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을 알렉산드로스가 세웠다는 말이나 프톨레마이오스, 클레오파트라 같은 이름이 무슨 성이나 칭호라며 '단군'이라는 칭호와 비교하는 것들은 정말 황당한 수준"이라며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VENI VIDI VICI)'를 이집트에서 로마로 돌아가 말했다고 한 것 정도는 그냥 애교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은 프톨레마이오스 2세 때 세워졌다는 것이 정설이며,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는 파르나케스 2세가 이끌던 폰토스 왕국군을 젤라 전투에서 제압한 뒤 로마로 귀국해 거행한 개선식에서 한 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외에도 틀린 내용은 정말로 많지만, 많은 숫자만큼 일이 많아질텐데 그렇게 일을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서 생략한다"고 했다.

곽 소장은 "재미있게 '역사 이야기'를 한다고 사실로 확인된 것과 그냥 풍문으로 떠도는 가십거리를 섞어서 말하는 것에 저는 정말 큰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며 "설민석이 진행하는 이 프로그램은 그 문제의식의 극치라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역사적 사실과 풍문을 함께 이야기하는 것은 역사 이야기를 할 때 관심을 끌기에 분명히 좋은 전략이지만, 하고자 하는 것이 그냥 '구라 풀기'가 아니라 '역사 이야기'라면 사실과 풍문을 분명하게 구분해 언급해줘야 한다"며 "게다가 이건 언급되는 사실관계 자체가 수시로 틀렸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곽 소장은 "내가 자문한 내용은 잘 반영이 안 돼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그냥 보지 말라"며 글을 마쳤다.

이러한 곽 소장의 발언이 온라인에서 빠르게 확산되자 그는 "클레오파트라의 승리"라며 "아마도 설민석 덕분이겠지만, 그래도 저도 클레오파트라에 대한 '증폭된 관심'에 한 몫을 한 것 같아서 뿌듯하다"는 내용의 게시물을 추가로 올렸다.

곽민수 소장은 한양대학교에서 문화인류학을 전공하고, 영국 옥스퍼드대학교와 더럼대학교에서 이집트학을 전공했다. 현재 한 일간지에서 '곽민수의 고대 이집트 기행'이라는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그는 앞서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설민석은 주요한 예능들에서 '역사 선생님' 캐릭터를 효과적으로 연기해낸다"며 '설민석의 벌거벗은 세계사'의 히틀러 편도 사실관계가 틀렸다고 지적했다.

또한 해당 방송 클레오파트라 편의 자문을 맡았다는 사실을 알리면서 "애초에 제작진 측에서 자문자로서 제 이름을 크레딧에 올려줄 수 없다고 해서 정말 황당하고 어이 없었다. 끝까지 따져 결국 크레딧에 제 이름을 올려주기로 하기는 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다음은 곽민수 소장의 페이스북 글 전문이다.<설민석의 벌거벗은 세계사> 클레오파트라 편을 보고 있습니다. (즐겨보고 있는 <경이로운 소문> 본방 사수도 포기하고....) 역시 걱정했던데로 사실관계가 틀린 내용이 차곡차곡 쌓여가네요.

사실관계 자체가 틀린 것이 너무 많아서 하나하나 언급하기가 힘들 지경입니다. 지도도 다 틀리고.... (설민석이 그린 지도가 엉망인 건 둘째치고, 배경이 되는 저 시대의 이집트는 해안에 위치한 알렉산드리아가 중심이었을텐데 대체 왜 이집트 내륙 깊숙한 곳에서부터 로마로 날아가는지....)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을 알렉산드로스가 세웠다는 말이나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은 프톨레마이오스 2세 때 세워졌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프톨레마이오스-클레오파트라 같은 이름이 무슨 성이나 칭호라며 ‘단군’이라는 칭호와 비교한다던가 하는 것들은 정말 황당한 수준이었고, 그에 비하면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 VENI VIDI VICI’를 이집트에서 로마로 돌아가서 말했다고 한거 정도는 그냥 애교 수준. 정확히는 파르나케스 2세가 이끌던 폰토스 왕국군을 젤라 전투에서 제압한 뒤 로마로 귀국해서 거행한 개선식에서 한 말이죠. 그 이외에도 틀린 내용은 정말로 많지만, 많은 숫자만큼 일이 많아질텐데 그렇게 일을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서 생략합니다.

재미있게 ‘역사 이야기’를 한다고 사실로 확인된 것과 그냥 풍문으로 떠도는 가십거리를 섞어서 말하는 것에 저는 정말 큰 문제의식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설민석이 진행하는 이 프로그램은 그 문제의식의 극치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역사적 사실’과 풍문을 함께 이야기를 하는 것은 역사 이야기를 할 때 관심을 끌기에 분명히 좋은 전략이지만, 하고자 하는 것이 그냥 ‘구라 풀기’가 아니라 ‘역사 이야기’라면 그 두 가지를 분명하게 구분해서 이것은 사실이고, 이것은 풍문이다라는 것을 분명하게 언급해줘야겠죠. 게다가 이건 언급되는 사실관계 자체가 수시로 틀리니....

제가 자문한 내용은 잘 반영이 안되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그냥 보지 마세요.

정태건 기자 biggu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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