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 PD "19금, 부담됐지만 팬클럽도 생겨"
"인기요인? 이 시대 필요한 화두 던졌기 때문"
"마라맛 속에서도 건강한 이야기 들려줄 것"
"인기요인? 이 시대 필요한 화두 던졌기 때문"
"마라맛 속에서도 건강한 이야기 들려줄 것"
"'마라맛'처럼 자극적인 주제 속에서도 진짜 부부들의 건강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요"
채널A 김진 PD는 19금 예능 프로그램 '다시 뜨거워지고 싶은 애로부부'(이하 '애로부부')를 통해 어떤 메시지를 담고 싶냐는 물음에 이렇게 답했다.
2020년 한 해 동안 실제 부부가 동반출연하는 예능프로그램이 강세를 보인 가운데 채널A, SKY가 공동 제작하는 '애로부부'는 19금을 내건 유일한 방송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그간 공개적인 곳에서 꺼내기 어려워하던 부부 관계의 문제점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는 호평을 얻었고, 가감 없이 내놓은 은밀한 이야기에 눈살을 찌푸리는 시청자들도 있었지만 반응은 뜨거웠다. 더 나아가 '애로부부'는 외설적인 이야기에 그치지 않고,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얻는 부부관계의 문제점을 조명하며 긍정적인 평가를 이끌어냈다.
김진 PD는 '애로부부'를 기획한 배경을 묻자 "작년 하반기부터 채널A에 어떤 콘텐츠가 필요할지, 사람들이 관심 가질 만한 콘텐츠가 무엇일지 고민하다가 모두의 공통 관심사인 사랑, 그중에서도 남의 이야기를 해보기로 했다"며 "채널A 인기 프로그램 '하트시그널'이 연애의 감정이었다면 더 나아가서 30~40대 실제 부부들의 이야기를 한 번 해보면 어떨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여성 커뮤니티를 보면 결혼 관련 이슈는 늘 뜨겁다. 10~20년이 지나도 주제는 '계속 같이 살아야 될까요?'였다"며 "내가 대학을 다닐 때도 똑같았는데 어쩜 이렇게 끊임없이 반복되는지 궁금했고, 그런 갈등을 집중적으로 파보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애로부부'는 나오자마자 기존의 부부 예능들과 함께 언급됐다. 특히 실제 사연을 각색해 선보이는 '애로드라마' 코너를 본 시청자들은 KBS '사랑과 전쟁'과 비슷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에 김 PD는 "부부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드라마화 한 것이라 '사랑과 전쟁'과 비교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워낙 많은 사람들이 좋아했던 프로그램이었고, 당연히 모티브도 얻었다. 다만 ('사랑과 전쟁'이) 종영한 지 7년 정도 지났기 때문에 지금쯤 다시 얘기해보면 새로울 것 같았. 2020년을 살아가는 부부 이야기를 해보자는 게 '애로부부'의 초기 기획이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등장하는 사연 대부분이 막장드라마에 가깝다. '어디서 그런 충격적인 이야기를 가져오느냐'는 질문에 김 PD는 "프로그램 준비를 위해 이혼 전문, 가사 전문 변호사를 많이 만났다"고 밝혔다.
"현직에 계신 분들에게 들어보니 2015년 2월 간통죄 폐지 이후로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어요. 이전보다 바람, 불륜 같은 게 더 대범해지고 다양해지고 있다고 해요. 그런데 정작 잘못을 한 상대에게 받을 수 있는 손해배상은 너무 터무니없죠. 우스갯소리로 '많은 돈을 내야 되면 바람을 피겠냐'고 할 정도니까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향이었지만 고통 받고 계신 분들이 많고, 소재도 다양해서 이런 이야기를 다뤄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김진 PD "제작진 개입 전혀 안 해…악마의 편집도 없다"'애로부부'에는 실제 부부들이 등장해 고민을 토로하는 '속터뷰' 코너도 있다. 외국의 부부 상담 시스템에서 '속터뷰'를 착안했다는 김 PD는 "처음부터 잠자리 이야기를 하려고 한 건 절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처음 사전 미팅을 할 때는 '남편의 애정이 식은 것 같다', '아내가 나를 무시하는 것 같다'는 정도였다. 그런데 뭐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냐고 묻자 '남편과 잠자리를 안 가진지 1년이 넘었다', '아내에게 거절당했다' 등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은밀한 이야기가 나왔다"며 "이런 자리가 아니면 결코 못할 것 같으니까 어렵사리 털어놓은 것 같았다. 공개적인 자리에서 좀 더 자세하게 다뤄볼 의향이 있냐고 조심스럽게 여쭤봤더니 몇몇 부부가 해보고 싶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19금 이야기를 다루는 게 부담스럽지 않냐'는 물음에는 "부담감은 엄청 났지만 처음부터 성적인 이야기를 목표로 한 게 아니었다"면서도 "수위가 높지 않아도 부부간 성생활의 이야기라서 필연적으로 19금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선정적으로 하려는 게 아니라 진짜 부부의 이야기를 건강하게 다루고 싶어서 내린 결정"이라고 답했다.
민감한 주제인 만큼 제작진도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있다고 한다. "속터뷰에는 실제 부부가 얼굴, 나이, 직업을 다 공개하고 나와요 자칫 잘못하면 우스꽝스러운 일이 되고, 본질이 훼손될까봐 더 진중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죠. 그래서 흔히 말하는 악마의 편집 같은 걸 하지 않아요. 진정성 있는 출연자들이 어렵게 용기를 내주셨고, 있는 그대로를 보여드려서 시청자들이 교감, 공감할 수 있으면 그걸로 충분하기 때문에 별도의 기교나 장치가 필요 없는 것이죠"
김 PD는 속깊은 이야기를 끌어내기 위한 노력을 묻자 "출연자들이 모두 이야기할 수 있도록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1시간 이상 서로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누가 얘기해주지 않아도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생긴다"며 "누군가 문제를 짚지 않아도 대화 과정에서 자신들의 문제를 알아가더라. 제작진은 그런 시간과 자리만 마련하고 듣기만 한다"고 설명했다.
"제작진의 개입은 방송에 나오는 질문 멘트가 전부에요. 한 이불 덮고 살을 맞대고 살아서 서로를 잘 안다고 착각하지만 불편한 상황이 오면 회피하는 게 부부에요. 그런 사람들을 강제적으로 대화하게 만들고, 자신들의 이야기를 나누게 하려면 저희가 개입할 수 없어요. 그래서 오히려 방송 경험이 없는 배우자 쪽에서 대화를 주도하는 게 대부분이다. 일반인이라 이때다 싶어 더 마음껏 이야기하는 것 같아요. 하하"
김진 PD는 '속터뷰' 출연 부부 섭외의 어려움에 대해서도 토로했다. 그는 "사실은 프로그램이 인기가 많아지면서 동시에 섭외가 힘들어졌다. 여전히 이런 이야기는 많은 대중들 앞에서 하기가 어렵다"며 "시청자 반응도 마찬가지다. 시청률로 파악하는 수치보다 체감하는 반응이 훨씬 강하다. 유튜브 조회수도 갑자기 폭발적으로 증가한 걸 보면 우리 이야기가 궁금하고 관심은 많은데 아직까진 대놓고 말하기 어려운 건 사실인 것 같다. 그래도 많은 출연자들이 방송을 보고 용기를 냈다고 하신다. 여전히 어렵지만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시청자들의 엇갈린 반응에 대해선 "제작진이 우려했던 것에 비하면 응원해주시는 분들도 많다"면서 "방송이 나가고 '우리가 이런 것까지 알아야 되냐'는 말도 있었는데 당연히 그럴 줄 알았다. 그런데 회차가 거듭될수록 외설적인 내용만 나온 게 아니라 다양한 이야기가 나왔고, 저희가 보여드리고 싶었던 진정성을 조금씩 알아주시는 것 같다. 예전에 비해 실시간 댓글도 좋아지고, 우리 방송을 보고 부부관계에 긍정적인 변화가 생겼다는 이야기도 들었다"며 밝게 웃었다.
이러한 프로그램의 인기에 힘입어 팬카페도 생겨났다고 한다. 김 PD는 "제작진도 얼마 전에 알게 됐다"며 "우리끼리 누가 만들었냐고, 회사 내부에서 만든 거냐고 했다. 너무 감사해서 제작진도 정모에 참가해야 되는지 고민"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인기 요인? 이 시대에 필요한 화두 던졌기 때문"최근 부부가 동반 출연하는 예능프로그램이 강세를 보이는 것에 대해 묻자 김 PD는 "다른 예능의 틀이 아닌 가공되지 않은 날 것과 진솔함, 재미를 주는 프로그램이 많아져서 그런 것 같다"면서도 "부부 예능은 굉장히 오래된 포맷이다. 이 장르가 하루아침에 생긴 건 아니기 때문에 포맷이 주는 신선함 때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다른 부부·커플 예능과 '애로부부'의 차별점은 무엇일까. 김 PD는 "이 시점에서 필요한 화두를 던졌다고 생각한다"며 "우리 프로그램을 '마라맛'이라고 하던데 마라맛이 중독성 있지만 오래 즐기기 위해선 순한 맛도 필요하다. 아직까진 색깔을 찾아가는 중이고, 앞으로 제작진이 고민하고 노력해야 된다. 선정적인 이미지가 짙어지는 걸 막기 위해 작가님들이 애를 많이 쓰고 계신다"고 말했다.
화제성 있는 소재의 고갈이 우려되지 않냐는 물음엔 "'사랑과 전쟁'도 10년 넘게 했다. 그만큼 다양한 이야기가 남아 있다"면서 "사실 고갈이 될 정도로 더 이상 부부간의 문제가 없었으면 하는 마음도 있다. 사연을 듣다 보면 속상하고 안 믿기는 이야기도 많다"고 답했다.
이어 "우리 방송이 이슈가 되서 그렇지 아직 20회도 안 했다. 마라톤으로 치면 이제야 겨우 50m 정도 뛴 것"이라며 "그래도 조금씩 프로그램이 진화하는 게 보인다. 처음엔 금기시했던 19금 이야기를 주로 다뤘다면 이제는 삶의 애환이 묻어나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평가했다.
끝으로 김 PD는 "부부생활에도 노력과 학습이 필요하다는 화두를 던졌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애로부부'라는 제목이 자극적인 표현이지만 동시에 애로사항을 풀어보자는 의미를 담았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문화를 받아드리고 더 솔직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태건 기자 biggun@tenasia.co.kr
채널A 김진 PD는 19금 예능 프로그램 '다시 뜨거워지고 싶은 애로부부'(이하 '애로부부')를 통해 어떤 메시지를 담고 싶냐는 물음에 이렇게 답했다.
2020년 한 해 동안 실제 부부가 동반출연하는 예능프로그램이 강세를 보인 가운데 채널A, SKY가 공동 제작하는 '애로부부'는 19금을 내건 유일한 방송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그간 공개적인 곳에서 꺼내기 어려워하던 부부 관계의 문제점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는 호평을 얻었고, 가감 없이 내놓은 은밀한 이야기에 눈살을 찌푸리는 시청자들도 있었지만 반응은 뜨거웠다. 더 나아가 '애로부부'는 외설적인 이야기에 그치지 않고,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얻는 부부관계의 문제점을 조명하며 긍정적인 평가를 이끌어냈다.
김진 PD는 '애로부부'를 기획한 배경을 묻자 "작년 하반기부터 채널A에 어떤 콘텐츠가 필요할지, 사람들이 관심 가질 만한 콘텐츠가 무엇일지 고민하다가 모두의 공통 관심사인 사랑, 그중에서도 남의 이야기를 해보기로 했다"며 "채널A 인기 프로그램 '하트시그널'이 연애의 감정이었다면 더 나아가서 30~40대 실제 부부들의 이야기를 한 번 해보면 어떨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여성 커뮤니티를 보면 결혼 관련 이슈는 늘 뜨겁다. 10~20년이 지나도 주제는 '계속 같이 살아야 될까요?'였다"며 "내가 대학을 다닐 때도 똑같았는데 어쩜 이렇게 끊임없이 반복되는지 궁금했고, 그런 갈등을 집중적으로 파보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애로부부'는 나오자마자 기존의 부부 예능들과 함께 언급됐다. 특히 실제 사연을 각색해 선보이는 '애로드라마' 코너를 본 시청자들은 KBS '사랑과 전쟁'과 비슷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에 김 PD는 "부부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드라마화 한 것이라 '사랑과 전쟁'과 비교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워낙 많은 사람들이 좋아했던 프로그램이었고, 당연히 모티브도 얻었다. 다만 ('사랑과 전쟁'이) 종영한 지 7년 정도 지났기 때문에 지금쯤 다시 얘기해보면 새로울 것 같았. 2020년을 살아가는 부부 이야기를 해보자는 게 '애로부부'의 초기 기획이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등장하는 사연 대부분이 막장드라마에 가깝다. '어디서 그런 충격적인 이야기를 가져오느냐'는 질문에 김 PD는 "프로그램 준비를 위해 이혼 전문, 가사 전문 변호사를 많이 만났다"고 밝혔다.
"현직에 계신 분들에게 들어보니 2015년 2월 간통죄 폐지 이후로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어요. 이전보다 바람, 불륜 같은 게 더 대범해지고 다양해지고 있다고 해요. 그런데 정작 잘못을 한 상대에게 받을 수 있는 손해배상은 너무 터무니없죠. 우스갯소리로 '많은 돈을 내야 되면 바람을 피겠냐'고 할 정도니까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향이었지만 고통 받고 계신 분들이 많고, 소재도 다양해서 이런 이야기를 다뤄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김진 PD "제작진 개입 전혀 안 해…악마의 편집도 없다"'애로부부'에는 실제 부부들이 등장해 고민을 토로하는 '속터뷰' 코너도 있다. 외국의 부부 상담 시스템에서 '속터뷰'를 착안했다는 김 PD는 "처음부터 잠자리 이야기를 하려고 한 건 절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처음 사전 미팅을 할 때는 '남편의 애정이 식은 것 같다', '아내가 나를 무시하는 것 같다'는 정도였다. 그런데 뭐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냐고 묻자 '남편과 잠자리를 안 가진지 1년이 넘었다', '아내에게 거절당했다' 등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은밀한 이야기가 나왔다"며 "이런 자리가 아니면 결코 못할 것 같으니까 어렵사리 털어놓은 것 같았다. 공개적인 자리에서 좀 더 자세하게 다뤄볼 의향이 있냐고 조심스럽게 여쭤봤더니 몇몇 부부가 해보고 싶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19금 이야기를 다루는 게 부담스럽지 않냐'는 물음에는 "부담감은 엄청 났지만 처음부터 성적인 이야기를 목표로 한 게 아니었다"면서도 "수위가 높지 않아도 부부간 성생활의 이야기라서 필연적으로 19금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선정적으로 하려는 게 아니라 진짜 부부의 이야기를 건강하게 다루고 싶어서 내린 결정"이라고 답했다.
민감한 주제인 만큼 제작진도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있다고 한다. "속터뷰에는 실제 부부가 얼굴, 나이, 직업을 다 공개하고 나와요 자칫 잘못하면 우스꽝스러운 일이 되고, 본질이 훼손될까봐 더 진중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죠. 그래서 흔히 말하는 악마의 편집 같은 걸 하지 않아요. 진정성 있는 출연자들이 어렵게 용기를 내주셨고, 있는 그대로를 보여드려서 시청자들이 교감, 공감할 수 있으면 그걸로 충분하기 때문에 별도의 기교나 장치가 필요 없는 것이죠"
김 PD는 속깊은 이야기를 끌어내기 위한 노력을 묻자 "출연자들이 모두 이야기할 수 있도록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1시간 이상 서로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누가 얘기해주지 않아도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생긴다"며 "누군가 문제를 짚지 않아도 대화 과정에서 자신들의 문제를 알아가더라. 제작진은 그런 시간과 자리만 마련하고 듣기만 한다"고 설명했다.
"제작진의 개입은 방송에 나오는 질문 멘트가 전부에요. 한 이불 덮고 살을 맞대고 살아서 서로를 잘 안다고 착각하지만 불편한 상황이 오면 회피하는 게 부부에요. 그런 사람들을 강제적으로 대화하게 만들고, 자신들의 이야기를 나누게 하려면 저희가 개입할 수 없어요. 그래서 오히려 방송 경험이 없는 배우자 쪽에서 대화를 주도하는 게 대부분이다. 일반인이라 이때다 싶어 더 마음껏 이야기하는 것 같아요. 하하"
김진 PD는 '속터뷰' 출연 부부 섭외의 어려움에 대해서도 토로했다. 그는 "사실은 프로그램이 인기가 많아지면서 동시에 섭외가 힘들어졌다. 여전히 이런 이야기는 많은 대중들 앞에서 하기가 어렵다"며 "시청자 반응도 마찬가지다. 시청률로 파악하는 수치보다 체감하는 반응이 훨씬 강하다. 유튜브 조회수도 갑자기 폭발적으로 증가한 걸 보면 우리 이야기가 궁금하고 관심은 많은데 아직까진 대놓고 말하기 어려운 건 사실인 것 같다. 그래도 많은 출연자들이 방송을 보고 용기를 냈다고 하신다. 여전히 어렵지만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시청자들의 엇갈린 반응에 대해선 "제작진이 우려했던 것에 비하면 응원해주시는 분들도 많다"면서 "방송이 나가고 '우리가 이런 것까지 알아야 되냐'는 말도 있었는데 당연히 그럴 줄 알았다. 그런데 회차가 거듭될수록 외설적인 내용만 나온 게 아니라 다양한 이야기가 나왔고, 저희가 보여드리고 싶었던 진정성을 조금씩 알아주시는 것 같다. 예전에 비해 실시간 댓글도 좋아지고, 우리 방송을 보고 부부관계에 긍정적인 변화가 생겼다는 이야기도 들었다"며 밝게 웃었다.
이러한 프로그램의 인기에 힘입어 팬카페도 생겨났다고 한다. 김 PD는 "제작진도 얼마 전에 알게 됐다"며 "우리끼리 누가 만들었냐고, 회사 내부에서 만든 거냐고 했다. 너무 감사해서 제작진도 정모에 참가해야 되는지 고민"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인기 요인? 이 시대에 필요한 화두 던졌기 때문"최근 부부가 동반 출연하는 예능프로그램이 강세를 보이는 것에 대해 묻자 김 PD는 "다른 예능의 틀이 아닌 가공되지 않은 날 것과 진솔함, 재미를 주는 프로그램이 많아져서 그런 것 같다"면서도 "부부 예능은 굉장히 오래된 포맷이다. 이 장르가 하루아침에 생긴 건 아니기 때문에 포맷이 주는 신선함 때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다른 부부·커플 예능과 '애로부부'의 차별점은 무엇일까. 김 PD는 "이 시점에서 필요한 화두를 던졌다고 생각한다"며 "우리 프로그램을 '마라맛'이라고 하던데 마라맛이 중독성 있지만 오래 즐기기 위해선 순한 맛도 필요하다. 아직까진 색깔을 찾아가는 중이고, 앞으로 제작진이 고민하고 노력해야 된다. 선정적인 이미지가 짙어지는 걸 막기 위해 작가님들이 애를 많이 쓰고 계신다"고 말했다.
화제성 있는 소재의 고갈이 우려되지 않냐는 물음엔 "'사랑과 전쟁'도 10년 넘게 했다. 그만큼 다양한 이야기가 남아 있다"면서 "사실 고갈이 될 정도로 더 이상 부부간의 문제가 없었으면 하는 마음도 있다. 사연을 듣다 보면 속상하고 안 믿기는 이야기도 많다"고 답했다.
이어 "우리 방송이 이슈가 되서 그렇지 아직 20회도 안 했다. 마라톤으로 치면 이제야 겨우 50m 정도 뛴 것"이라며 "그래도 조금씩 프로그램이 진화하는 게 보인다. 처음엔 금기시했던 19금 이야기를 주로 다뤘다면 이제는 삶의 애환이 묻어나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평가했다.
끝으로 김 PD는 "부부생활에도 노력과 학습이 필요하다는 화두를 던졌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애로부부'라는 제목이 자극적인 표현이지만 동시에 애로사항을 풀어보자는 의미를 담았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문화를 받아드리고 더 솔직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태건 기자 biggu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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