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 안의 세상
나를 사로 잡은 '숏.확.행'
디지털 드라마계의 레전드
'에이틴'·'트웬티 트웬티' 한수지 감독
나를 사로 잡은 '숏.확.행'
디지털 드라마계의 레전드
'에이틴'·'트웬티 트웬티' 한수지 감독

'트웬티 트웬티'는 '에이틴' 시리즈를 마친 한수지 감독에게 당연한 듯 다가왔다고 한다. 마치 나이가 한 살 더 먹는 것처럼 아주 자연스럽게 말이다. 한수지 감독은 "'에이틴2' 작업을 마무리할 즈음 마지막 쿠키에서 스무 살이 된 친구들이 가는 술집 이름을 '트웬티 트웬티'로 했는데 그게 시작이 됐다"며 "스무 살이란 나이는 고작 몇 달 전에는 열아홉 살인 청소년이었다가 선택과 책임을 지는 성인이 되면서 주체성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는 나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가 어떤 곳에 있고 싶은지, 어떤 걸 하고 싶은지, 우정이든 사랑이든 꿈이든 아직은 흔들리기 쉽고 정의하기도 서툰 캐릭터가 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그렇게 스스로에 대해 고민을 해 나가는 캐릭터들을 생각하다 '트웬티 트웬티' 등장인물들이 탄생했다"고 밝혔다. "20분 안에 시청자를 매료시키는 것, 이입이 중요하죠"

시청자들과의 공감대 형성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렇기에 기획부터 캐스팅까지 모든 과정에 공을 들인다는 그였다. 한수지 감독은 "기획 단계에서 친구들의 이야기나 주변에서 보고 느꼈던 것들은 캐릭터에 녹이는 편이다. 인터뷰도 많이 진행한다"며 "캐스팅은 기획 때 상상하면서 이미지를 그려보는 편이다. 이후 그 이미지에 가까운 배우를 찾으려고 한다"고 밝혔다.
TV에 비해 짧은 호흡의 드라마를 제작하는 일, 분명 장점도 고민도 존재했다. 한수지 감독은 "시청 집중도에 대한 부담감이 적은 점이 웹드라마의 장점이다. 특히 디지털 채널을 선호하는 시청자들은 모바일 기기로 시청하는 것에 익숙하다. 시청 시간도 보통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쉬는 시간, 자기 전 등 틈나는 시간을 활용한다. 그래서 비교적 가볍게 즐기기 좋은 것 같다"면서도 "15~20분의 시간 동안 어떤 이야기들을 담아 시청자들을 매료시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드라마는 화자에 이입하게 하는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시청자가 15-20분 동안의 감정을 따라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은 숏폼 틀에서 어떻게 내용을 잘 압축해 설득력 있게 보여줄 것인가를 고민했다면 미드폼에서는 시간이 늘어나도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느껴질 수 있는 20분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가장 어려운 고민이었다"며 "이 과정에서 현장 상황에 따라 에피소드의 중심 화자를 변경하기도 하고, 시청자들의 시선을 주목시킬 수 있는 '후킹 신'을 만들어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기숙사나 학교에서 친구들과 모여 보고 있다며 응원한다는 글을 보내주시는 분들이 많은데 너무 감사하다고 인사하고 싶습니다. '트웬티 트웬티'가 추억의 한 장면으로 남겨지면 그것만으로도 정말 행복할 것 같아요."
김수영 기자 swimkim@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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