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에게 스며든 고아라X이재욱
이재욱의 상남자식 위로법
고아라, 피아노 앞에 다시 앉다
이재욱의 상남자식 위로법
고아라, 피아노 앞에 다시 앉다

이날 구라라는 돈 한 푼 없이 은포에서의 짠내나는 생존기를 시작했다. 진숙경(예지원 분)의 엄격한 하숙생 심사를 받던 중 “기생충” 발언에 상처를 받고 집을 뛰쳐나간 구라라. 낯선 마을에서 길을 잃고 눈물이 나려는 그의 앞에 한 줄기 빛이 내려왔다. 선우준의 자전거 불빛이라는 것을 확인한 구라라는 안도했고, “찾으러 와줘서 고맙다”는 말과 함께 와락 그를 껴안았다. “너에게서 도망갈 수 없다”는 구라라에 덩달아 진지해진 선우준. 설레는 분위기와 달리 “나한테 돈 꿔 줄 사람이 너밖에 없다”며 엉뚱한 말을 뱉는 구라라의 순수함에 선우준은 그저 웃음 지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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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뚝뚝하지만 진심이 묻어나는 선우준의 말은 구라라에게 위로와 힘이 됐다. 일정한 박자의 세탁기 소리에 메트로놈을 떠올린 구라라는 “예전엔 아무 생각 없이 쳤는데, 막상 피아노가 사라지니 그립더라”고 고백했고, 선우준은 네 살 때부터 20년 동안이나 함께한 구라라의 시간을 이해했다. “함부로 버릴 수 없는 시간이다. 그 시간이 곧 너니까”라고 담담히 말하는 선우준에 두근거림을 느낀 구라라. 낯선 감정에 괜히 말을 돌리는 구라라의 모습이 간질거리는 웃음을 선사했다.
깁스를 푼 구라라는 손이 예전 같지 않음을 알아챘다. 공원 피아노에 앉아 연주를 하던 구라라는 손이 아프고 불편한 느낌을 받았고, 미세한 표정 변화를 알아챈 선우준은 “서두르지 마”라며 그의 연주를 말렸다. 연주를 마치지 못한 그 날 구라라는 바흐를 치던 어린 시절로 돌아가 답답해도 서두르지 않고 한음 한음을 알아가던 그 수고를 다시 배웠다. 구라라는 공원에 출근 도장을 찍으며 피아노를 쳤고, 선우준은 늦은 밤까지 연습하는 구라라가 위험하지 않도록 몰래 지켜보고, 데려다주며 구라라만 모르는 배웅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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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라라와 선우준은 무슨 일이 생기면 어느새 서로를 먼저 떠올리게 됐다. 신박한 채무 관계에서 훅 치고 들어오는 엉뚱한 대사는 재미를 배가시켰고, 서로에게 한 번씩 ‘심쿵’하고 마는 두 사람이 감정을 키워가는 모습은 설렘을 증폭했다. 구라라와 선우준이 서로에게 스며드는 동안, 차은석(김주헌 분)은 자신도 모르게 두 청춘을 신경 쓰고 있었다. 여기에 비밀 많은 선우준의 미스터리가 더해졌다. 의문의 노트와 고등학교 시절 사진을 발견한 구라라에게 유독 날카롭게 반응하는 선우준의 모습은 호기심을 자극했고, 점점 포위망을 좁혀가는 조윤실(서이숙 분)의 모습 역시 긴장감을 선사했다. 무엇보다 에필로그에 등장한 정체 모를 스토커의 존재는 평화로운 은포에 닥칠 변화를 예고했다.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3회 전국 가구 시청률은 2.9%(2부)를 기록했다. 마지막 엔딩 장면은 순간 최고 시청률 4%까지 치솟으며 뜨거운 호응을 불러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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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건 기자 biggu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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