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명 '돌멩이'로 영화 첫 주연
8살 마음 가진 30대 청년 석구 役
'돌멩이' 오는 15일 개봉
배우 김대명./ 사진제공=리틀빅픽처스
배우 김대명./ 사진제공=리틀빅픽처스
"맞고 틀리고 보다 '다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돌멩이'로 14년 만에 영화 첫 주연을 맡은 배우 김대명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돌멩이'는 평화로운 시골마을에서 정미소를 운영하고 있는 8살 마음을 가진 30대 청년 '석구'가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인해 범죄자로 몰리면서, 그의 세상이 송두리째 무너지게 되는 이야기다. 김대명은 극 중 지체장애인 '석구'를 맡아 온몸으로 인물을 표현했다. 말이 아닌 표정, 눈빛, 행동으로 '8살 어른 아이'의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김대명은 "지금껏 보지 못했던 새로운 모습을 표현하려기보다, 영화 내용상 특징을 고민하다 결국 제 안에서 찾아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면서 "'8살 김대명은 어땠을까?'를 떠올려 봤다. 친구들이랑 있을 땐 어땠을지, 뭘 좋아했는지 하나하나 생각해 봤다. 지금과는 많이 다르더라"라고 말했다.

이어 김대명은 "8살 김대명은 개구쟁이 였다. 친구들과 노는 걸 좋아했고, 혼자 있을 땐 많이 심심해 했다. 엄마 말도 잘 안 듣고 생떼도 많이 피웠다"며 "어릴 때는 감정을 잘 드러냈는데 지금은 감추게 되더라. 슬프면 안 슬픈 척, 기쁘면 안 기쁜 척 한다. 솔직한 감정을 표현하는데도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라고 했다.

'돌멩이'는 앞선 영화들처럼 주인공을 둘러싸고 벌어진 사건의 진실을 밝혀내고, 억울함을 풀어주는 것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관객들은 철저하게 외면당한 석구의 상황과, 그의 감정을 따라 움직이게 된다. 김대명은 "관전 포인트를 꼽긴 어려운 것 같다. 한 장면으로 설명드리기 어렵다. 처음부터 끝까지 영화를 보고 '나는 어떤 사람과 같은 생각일까, 어느 자리에 있었을까'를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영화 '돌멩이'에서 8살 마음을 가진 30대 청년 석구를 연기한 배우 김대명./ 사진제공=리틀빅픽처스
영화 '돌멩이'에서 8살 마음을 가진 30대 청년 석구를 연기한 배우 김대명./ 사진제공=리틀빅픽처스
특히 김대명이 연기한 석구는 주변 사람들과 의사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인물이다. 범죄자로 몰리고, 손가락질 당하는데도 말은 잇지 못하고, 답답함에 그저 가슴만 내리칠 뿐이다.

김대명은 "대본을 보면 대사가 많이 없다. 거의 다 지문으로 채워져 있다. 그래서 장면마다 힘들었다. 영화를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석구가 말로 설명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니다. 마음으로 (대사를) 채워야해서 더 많이 고민했다. 연기할 때 답답한 마음이 쌓이니까 어느새 캐릭터에 대한 이해도가 깊어지고 더욱 몰입이 되더라"라고 설명했다.

'돌멩이'는 관객들에게 편견과 의심, 믿음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 이에 김대명은 "맞고 틀리다 보다 다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사람들은 나와 다르다부터 시작해 이해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러면서 문제가 생긴다. 영화를 보고 나와 상대방이 다른 것, 그런 것과 관련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영화를 찍은 이후 자신 스스로도 달라진 점이 있다고 한다. 김대명은 "제 말이 100% 맞다고 생각하다가도 상대방이 아니라고 하면 들으려고 한다. 그런것에서도 용기와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해보니 많이 어렵진 않았다"고 미소 지었다.

"필모가 쌓이긴 했지만 무언가 대단히 좋아졌다고 생각 하지 않습니다. 그런 것에 중점을 두면 다른 문제들이 벌어질 것 같아요. 예전이나 지금이나 김대명은 똑같습니다. 다만 책임져야할 부분이 많아진 건 사실 인 것 같고요."

김대명은 영화 '더 테러라이브'로 이름을 알린 이후, '마약왕' '국제수사', 드라마 '미생' '슬기로운 의사생활' 등에서 완벽한 캐릭터 소화력으로 '믿고 보는 배우' 반열에 올랐다. 그리고 영화에선 14년 만에 첫 주연이 됐다. 그는 "처음엔 몰랐는데 확실히 부담감이 생겼다. 여담인데 언론시사회를 마친 이후 연중라이브를 촬영했다. MC 바로 옆자리가 제 자리더라. 늘 3~4번째 였는데 그때 '진짜 주인공이구나' 싶었다"며 웃었다.
배우 김대명./ 사진제공=리틀빅픽처스
배우 김대명./ 사진제공=리틀빅픽처스
또한 김대명은 "단지 포스터에 보이는 내 모습이 크다가 아니라, 어깨에 무언가가 쌓이기 시작했다. '선배들이 이런길을 걸어오셨구나' '부담감을 가지고 왔구나'를 생각하게 됐다"며 "부담감과 동시에 책임감도 생겼다. 현장에서 저와 함께한 작업이 행복했나 떠올려 봤다. 같이 했던 배우들, 스태프들이 이 작품을 떠올렸을 때 행복했던 때로 기억하면 좋겠다"고 소망 했다.

함께 호흡한 배우들에 대해서도 이야기 했다. 먼저 극 중에서 유일하게 석구 편이 되어준 노신부 역으로 분한 김의성에 대해 감사를 표했다. 김의성은 "크래딧에 함께 올라간 적은 몇 번 있지만 직접 붙는 작품이 없었다. 그럴때마다 '같이 해보면 어떨까' 생각해 봤다. 술자리에서 함께 할 때마다 열려있는 분이라는 걸 알아서 한 작품에서 만나고 싶은 바람이 컸다. 제가 부탁드렸을 때 흔쾌히 하자고 하시더라. 기댈곳이 있어서 너무나 감사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건을 목격하고 석구를 의심하는 김선생 역을 맡은 송윤아에 대해 김대명은 "학교 다닐때부터 봐왔던, 내게는 그저 아름다운 스타다.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 만났는데 제가 생각했던 도도한 이미지가 아니더라. 현장에서는 늘 소녀같다"며 "스태프들 모두를 챙겨준다. 특히 집중력이 필요한 장면에서 곧바로 집중하는 모습을 보면서 놀라웠고,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많이 배웠다"고 털어놨다.
영화 '돌멩이' 스틸컷./ 사진제공=리틀빅픽처스
영화 '돌멩이' 스틸컷./ 사진제공=리틀빅픽처스
석구의 '친구'가 되준 전채은에 대해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대명은 "촬영 당시 채은 양은 초등학교 6학년이었다. 지금은 중3 쯤 됐을 것이다. 처음하는 연기인데도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모조리 표현하더라. 대단했다"라며 "나는 대사할 때 오만가지 생각을 한다. 채은 양은 기쁘고, 슬픈 감정을 자유롭게 드러낸다. 그 친구의 연기는 내가 할 수 없는거라고 생각했다. 부러운 마음도 들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최근엔 올해 큰 인기를 끈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함께했던 배우 조정석, 정경호, 유연석, 전미도 등이 영상을 통해 '돌멩이'를 응원하는 모습이 공개돼 시선을 끌었다. 김대명은 "제가 부탁을 잘 못하는 성격인데 그 친구들에겐 하고 싶었다. '힘들면 굳이 안 해줘도 괜찮다'며 조심스럽게 부탁 했는데 너무 감사하게도 친구들이 응원을 보내줬다. 사실 쉬운 일이 아니란걸 알아서 더욱 고마웠다"고 말했다.

또한 김대명은 "'슬의생' 배우들과 작품 얘기는 잘 안 한다"고 말해 관심을 모았다. 그는 "주로 고민을 털어놓는다. 우리 나이 또래들이 하는 고민들이다. 어디가서 쉽게 얘기할 순 없지 않나. 친구가 됐으니 조금 더 편하게 이야기 하고 있다"며 웃었다. 아울러 "연말에 '슬의생' 시즌2 촬영에 들어간다"며 친구들과의 만남을 기대했다.

안방과 스크린을 종횡무진 하고 있는 김대명의 첫 주연작이 오는 15일 개봉한다. 김대명은 "흥행이 제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지 않나. 솔직히 지금은 '극장에 많이 와 달라'고 해서도 안 되는 상황이다"라며 "많은 분들이 방역에 힘써주고 계시다. 그러나 2시간 동안 마스크 쓰고 영화 보는 게 어디 쉽겠다. 그런데도 저희 영화를 선택해 주신다면 그것만으로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노규민 기자 pressgm@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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