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데칼코마니]
누구나 상반된 면모를 가지고 있다.
하나로 정의할 수 없는 같은 듯 다른 '극과 극' 매력 대결.
누구나 상반된 면모를 가지고 있다.
하나로 정의할 수 없는 같은 듯 다른 '극과 극' 매력 대결.

"도시에 저런 태양은 없지." 절망에 빠진 이정재와 정우성이 도시에서 도망쳐 바닷가 모래사장에 앉아 떠오르는 붉은 태양을 호기롭게 바라본다. 영화 '태양은 없다'의 한 장면이다. 남들은 왜 하는지 모르겠다는 복싱에 온 열정을 쏟아붓는 도철(정우성 분)과 압구정 30억짜리 건물 주인을 꿈꾸며 온갖 일을 벌이는 홍기(이정재 분). 극복할 수 없는 높은 현실에 가로막힌 청춘들의 방황과 고통을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인생지사 새옹지마라고 이정재와 정우성에게 가난은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가져다줬다. 직업학교에서 건축을 공부하던 이정재는 학원비를 벌기 위해 압구정 카페에서 서빙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연예계 관계자의 눈에 들어 모델로 발탁된다. 정우성 역시 압구정의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 스카우트 돼 모델 일을 시작하게 된다. 그렇게 이정재와 정우성은 각각 1993년, 1994년 데뷔한다. 나이도 1972년생, 1973년생으로 한 살 차이. 비슷한 점이 많은 둘은 지기지우가 될 운명이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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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두 명의 스타가 1999년 개봉작 '태양은 없다'로 만났다. 지금의 관점에서 보면 '태양은 없다'는 허세스러움이 가득하지만 조폭, 주먹질, 담배 등 90년대 특유의 반항적 감성에 화려하고 세련된 미장센, 눈호강을 선사하는 두 미남 배우가 담아내는 젊은이들의 불안과 욕망까지 대중들의 사랑을 받을 수밖에 없는 요소를 전부 갖고 있었다. 둘의 연기력이 다소 미흡하긴 했으나 지금에 와서 보면 풋풋한 청춘스타의 분투가 귀엽게 느껴지기도 한다.
한 가지 재밌고도 씁쓸한 점은 극 중 홍기가 그토록 건물주를 꿈꾸는 걸 보면 그때나 지금이나 별반 다를 게 없다는 것. 팍팍하고 막막한 현실 속에서 괴로워하는 두 청년의 모습이 관객들의 가슴에 송곳 같은 치명상을 남겼다. 이정재는 '태양은 없다'로 그 해 열린 청룡영화상의 남우주연상을 가져간다.

"우정의 비결은 존중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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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트'는 안기부 에이스 요원들이 남파 간첩 총책임자를 쫓으며 거대한 진실과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 이정재와 정우성은 극 중 라이벌이자 동료 요원으로 등장한다. 무엇보다 이번 영화는 이정재의 감독 데뷔작. 첫 연출 작품인 만큼 그는 4년 동안 시나리오를 집필하며 심혈을 기울였다.
정우성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고요의 바다'를 통해 제작자로 나섰다. '고요의 바다'는 황폐해진 미래의 지구에서 대원들이 달에 버려진 연구기지에 의문의 샘플을 회수하러 가는 이야기. 정우성은 영화 '보호자'로 장편영화 감독 데뷔도 앞두고 있다. 이 작품은 자신에게 남은 단 한 사람을 지키기 위한 남자의 처절한 사투를 그린다. 앞서 정우성은 단편영화 제작, 연출 등을 한 경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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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2016년 소속사 아티스트컴퍼니를 함께 설립하기도 했다. 둘의 오랜 우정 비결은 존중과 인정. 정우성은 최근 인터뷰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지만 조용히 서로의 작업에 대해 충분히 존중하고 응원한다"고 이야기했다. 이정재 역시 "'내 편'이라는 동질감이 강하게 느껴지니 든든하고 고맙다"고 말했다. 둘은 아직까지도 서로 존댓말을 쓴다고 한다.
이정재는 진작 정우성에게 '헌트' 출연 제의를 했지만, 4년간 퇴짜 맞았다고 한다. 이정재의 삼고초려 끝에 성사된 둘의 만남. 각자가 하나의 브랜드로 거듭났다 해도 과언이 아닐 둘이 의기투합한다. 영혼의 단짝이 발휘할 시너지에 기대감이 높아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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