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무환(無患) : 영화를 보면 근심이 없음을 뜻한다
드라마 '부부의 세계' 신드롬을 계기로 불륜이 소재가 됐지만 통속을 넘어 명작 반열에 오른 영화 두 편을 되짚어 본다.
아이즈 와이드 셧(2000)
제목부터 쉽지 않다. 눈을 크게 뜬 채 감아버린다?. 잘 보기 위해 눈을 크게 뜬다는 eyes wide open이라는 표현은 있어도, eyes wide shut은 원래 영어에 없는 표현이다. 스탠리 큐브릭은 영화 역사상 가장 혁신적인 감독 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 불멸의 SF 명작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비롯해 ‘닥터 스트레인지’ ‘풀 메탈 자켓’ 등 숱한 명작으로 ‘레전드’가 됐다. 그런 거장의 유작이 바로 '아이즈 와이드 셧'이다.
철학적인 그의 이전 작품들과 달리 이 영화는 불륜이 모티브이며, 비밀 결사 조직의 집단 난교와 같은 파격적인 장면들로 외설 시비까지 일으켰다. 영화 최종 편집을 하다 세상을 떠난 그가 죽음을 예견하고 인간의 가장 밑바닥 본능에 천착한 것일까. 뉴욕에 사는 의사 빌 하포드와 전직 미술관 큐레이터인 아내 앨리스는 백만장자 친구의 파티에 다녀온 후 언쟁을 벌인다. 빌은 앨리스를 대상으로 한 번도 질투를 느낀 적이 없으며, 자신이 믿는 아내이자 사랑하는 딸의 엄마는 헌신적이며 정숙하며 절대로 부정한 생각을 품을 수 없다고 한다. 앨리스는 빌의 전통적인 여성상에 발끈하며 충격적인 고백을 한다.
언젠가 가족들과 휴가를 갔을 때 해군 장교를 보고는 그가 자신에게 접근만 하면 모든 것을 버리고, 그와 하룻밤을 보내려 했었다고 털어놓는다. 빌은 부부 싸움 중에 지인의 부고를 듣고 시신 수습을 위해 집을 나서지만 그의 머릿속은 온통 질투와 혼란, 그리고 성욕으로 뒤범벅이 돼 있다. 뉴욕의 밤거리를 배회하다 거리의 여자를 만나 그녀의 집에 가지만, 마침 아내에게서 전화가 와 화대만 지불하고 나온다. 영화의 가장 파격적인 대목은 빌이 우연한 기회에 비밀 결사 조직의 난교 파티장에 잠입하게 된 것이다. 마스크를 착용한 뭇 남성들이 마스크를 쓴 늘씬한 미녀들과 난교파티를 벌이는 장면은 꽤나 충격적이다.
아이즈 와이드 셧은 눈을 크게 뜨고 있지만 실제로는 감고 있는 상황, 즉 외면이다. 권력과 성(性)이라는 불편한 진실에 대해 눈 감아 버리는 것이다. 빌은 난교 파티장에서 신분이 노출돼 큰 위험에 처하지만 자신의 환자였던 한 모델이 대신 벌을 받겠다고 나서 주면서 목숨을 건진다. 빌은 며칠 뒤 그녀를 시체 공시소에서 확인한다. 그러나 미행이 따라붙자 경찰에 신고하는 대신 비밀 결사 조직원인 백만장자 친구의 부름에 그를 찾아가고, “그 파티의 참석자(가면속 인물들)들은 일반인이 아니며, 그들의 이름을 들으면 너는 잠을 자지 못할 것이다”라는 말에 두려워하며 더 이상의 추적을 포기한다.
영화를 찍을 당시인 1998~1999년 미국 사회에는 엄청난 권력형 섹스 스캔들이 있었다. 빌 클린턴과 백악관 인턴사원 모니카 르윈스키간의 이른바 ‘지퍼 게이트’가 그것이다. 결과는 어떠했나. 빌 클린턴은 탄핵의 난관을 헤치고 결국 무사히 대통령직을 수행했지만, 르윈스키는 여자로서의 일생이 망신창이가 된다. 대중이 르윈스키를 망각하는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영화 속 난교 파티는 권력자들의 위선과 여성을 성적 노리개로 삼는 이중성을 드러내기 위한 설정으로 해석된다. 앨리스는 빌과의 언쟁에서는 가부장적인 통념 속에서 여성의 성욕 표출이 늘상 억압받아 왔다고 항변하지만, 정작 정치 권력의 위협 앞에서는 세상과 타협하고 만다. 그녀는 빌로부터 비밀 조직의 난교 파티와 그 뒤 상황 전개를 듣고는 “우리가 가진 것에 대해 감사해야 한다”고 얼버무린다. 이어지는 앨리스의 마지막 대사. “우리에겐 지금 빨리 해야 되는 아주 중요한 게 하나 있는데, 그건 한번 하는 것”이라며. 영어 한 단어 ‘f***’으로 끝을 맺는다.
영화 곳곳에서 거장의 섬세한 손길이 느껴진다. 화려하고 세련된 영화적 장치와 함께 관능적이고, 몽환적인 영상이 인상적이다. 명작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음악이다. 쇼스타코비치의 왈츠 2번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앨리스가 파티에 가기 위해 늘씬한 뒤태를 드러나며 드레스를 갈아입는 장면부터 관객은 영화에 빨려든다. 헝가리 태생, 현대 음악의 거장 죄르지 리게티의 피아노 선율은 관객들을 긴장시키며 빌의 고뇌에 대한 공감을 증폭시킨다. 한때 할리우드 최고의 선남선녀 커플이었던 톰 크루즈와 니콜 키드만이 부부였을 당시 극 중 부부로 출연해 화제가 됐다. 영화 속에서 톰 크루즈의 정사신은 없지만, 니콜 키드만과 해군 장교와의 정사신은 톰의 머릿속에서 상상으로 펼쳐진다. 그 영향 탓인지 두 사람은 영화가 개봉된 이듬해인 2001년 이혼했다.
대사 두 마디와 노래 두 곡으로 영화를 압축해 보자. “새것도 결국 헌 것이 돼. 헌 것도 처음에는 새것이었지.” “인생에는 빈틈이 있기 마련이야. 그걸 미친놈처럼 다 메꿔가면서 살 순 없어”라는 대사, 그리고 영화 원제이기도 한 레너드 코헨의 ‘Take This Waltz’와 버글스의 히트곡 ‘Video Killed the Radio Star’라는 노래. 캐나다의 여성 감독 사라 폴리가 히스 레저의 첫 부인인 미셸 윌리엄스를 캐스팅해 ‘불륜 영화의 신고전’을 만들었다. 우리도 사랑일까(2012)
결혼 5년차 마고는 닭 요리책 전문 저자인 남편 루(세스 로건)와 알콩달콩한 삶을 살고 있다. 마고와 루의 결혼 생활에는 다정함과 유머, 사랑스러움이 풍부하게 자리 잡고 있지만, 어느덧 두 사람 사이는 남녀 간의 정열은 식은 채 ‘절친’ 관계로 굳어가고 있다. 마고는 ‘용기’를 내 루의 몸을 더듬으며 ‘신호’를 보내지만, 루는 장난으로만 받아들인다. 권태와 무료 속에서 낯선 새 것이 반짝이며 다가온다. 촉촉한 눈빛에 겉보기에도 끼 많은 다니엘(루크 커비). 화가 지망생이지만 지금은 인력거꾼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다니엘은 마고의 집 바로 맞은편에 산다. 여행 중에 우연히 만났고 돌아오는 비행기에서도 서로 옆자리에 앉았는데, 알고보니 한동네에 살고 있지 않은가.
수영장까지 쫓아온 다니엘의 추근거림에 세상에서 제일 밉상인 남자라고 하면서, 마고는 그와의 낮술을 거절하지 않는다. 그리고 여성 감독만이 찍을 수 있는 명장면 하나가 나온다. 마고는 다니엘에게 ‘너랑 술 취하기 싫다’고 하면서도 마음속 깊이 숨겨 둔 정말 궁금한 것 하나를 끄집어 낸다. “나를 어떻게 하는지 알고 싶다(I want to know what you do to me)”고. 황홀한 표현으로 온몸을 더듬는 다니엘의 ‘verbal sex’에 마고는 어느 순간 어쩔 줄을 몰라 황급히 자리를 뜨고 만다.
둘의 만남은 이어지고 결국 마고는 다니엘에게로 간다. 레너드 코헨의 ‘Take This Waltz’에 맞춰 성행위 장면이 슬라이드 형식으로 넘어가면서 두 사람의 새로운 생활이 보여진다. 쓰리섬 장면도 얼핏 지나가 당황스럽지만, 아마 성욕의 본능을 남김없이 표출하는 상징으로 받아들여진다. 이 왈츠에 맞춰 춤을 춰라. 이번엔 이 사람 손을 잡고 마음가는 대로 흔들리며 돌면서 춤을 추라는 것일까. 그러나 슬라이드는 곧 두 사람이 따로 떨어져 뉴스를 보고, 마지 못해 입맞춤을 하는 또 다른 권태의 장면으로 바뀐다.
영화 속에선 마고가 흔들리며 돌아가는 놀이기구를 타는 장면이 두 번 나온다. 한번은 다니엘과, 또 한번은 영화 엔딩 부분에서 혼자. 이때마다 나오는 음악이 ‘Video Killed the Radio Star’다. 비디오는 새 것이고, 라디오 스타는 헌 것 아닌가. 마고는 혼자서 놀이기구를 탈 때가 더 즐거워 보인다. 놀이기구에서 내린 마고가 어떤 선택을 했을지는 관객들이 판단할 몫이다. 캐나다 감독에 캐나다 가수의 OST, 배경도 토론토 일대다. 알록달록 예쁜 영상과 과하지 않은 세팅, 감각적인 대사로 할리우드 영화에서 좀체 맛 볼 수 없는 유럽풍의 감칠맛을 느끼게 한다. ‘Take This Waltz’를 직역하지 않고 알랭 드 보통의 소설 ‘우리는 사랑일까’에서 차용한 한글 영화 제목도 재미있다.
글. 윤필영
주말 OTT 뽀개기가 취미인 보통 직장인. 국내 한 대기업의 영화 동호회 총무를 맡고 있다. 우리 주변의 평범한 시각으로 영화 이야기를 전해준다.
아이즈 와이드 셧(2000)
제목부터 쉽지 않다. 눈을 크게 뜬 채 감아버린다?. 잘 보기 위해 눈을 크게 뜬다는 eyes wide open이라는 표현은 있어도, eyes wide shut은 원래 영어에 없는 표현이다. 스탠리 큐브릭은 영화 역사상 가장 혁신적인 감독 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 불멸의 SF 명작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비롯해 ‘닥터 스트레인지’ ‘풀 메탈 자켓’ 등 숱한 명작으로 ‘레전드’가 됐다. 그런 거장의 유작이 바로 '아이즈 와이드 셧'이다.
철학적인 그의 이전 작품들과 달리 이 영화는 불륜이 모티브이며, 비밀 결사 조직의 집단 난교와 같은 파격적인 장면들로 외설 시비까지 일으켰다. 영화 최종 편집을 하다 세상을 떠난 그가 죽음을 예견하고 인간의 가장 밑바닥 본능에 천착한 것일까. 뉴욕에 사는 의사 빌 하포드와 전직 미술관 큐레이터인 아내 앨리스는 백만장자 친구의 파티에 다녀온 후 언쟁을 벌인다. 빌은 앨리스를 대상으로 한 번도 질투를 느낀 적이 없으며, 자신이 믿는 아내이자 사랑하는 딸의 엄마는 헌신적이며 정숙하며 절대로 부정한 생각을 품을 수 없다고 한다. 앨리스는 빌의 전통적인 여성상에 발끈하며 충격적인 고백을 한다.
언젠가 가족들과 휴가를 갔을 때 해군 장교를 보고는 그가 자신에게 접근만 하면 모든 것을 버리고, 그와 하룻밤을 보내려 했었다고 털어놓는다. 빌은 부부 싸움 중에 지인의 부고를 듣고 시신 수습을 위해 집을 나서지만 그의 머릿속은 온통 질투와 혼란, 그리고 성욕으로 뒤범벅이 돼 있다. 뉴욕의 밤거리를 배회하다 거리의 여자를 만나 그녀의 집에 가지만, 마침 아내에게서 전화가 와 화대만 지불하고 나온다. 영화의 가장 파격적인 대목은 빌이 우연한 기회에 비밀 결사 조직의 난교 파티장에 잠입하게 된 것이다. 마스크를 착용한 뭇 남성들이 마스크를 쓴 늘씬한 미녀들과 난교파티를 벌이는 장면은 꽤나 충격적이다.
아이즈 와이드 셧은 눈을 크게 뜨고 있지만 실제로는 감고 있는 상황, 즉 외면이다. 권력과 성(性)이라는 불편한 진실에 대해 눈 감아 버리는 것이다. 빌은 난교 파티장에서 신분이 노출돼 큰 위험에 처하지만 자신의 환자였던 한 모델이 대신 벌을 받겠다고 나서 주면서 목숨을 건진다. 빌은 며칠 뒤 그녀를 시체 공시소에서 확인한다. 그러나 미행이 따라붙자 경찰에 신고하는 대신 비밀 결사 조직원인 백만장자 친구의 부름에 그를 찾아가고, “그 파티의 참석자(가면속 인물들)들은 일반인이 아니며, 그들의 이름을 들으면 너는 잠을 자지 못할 것이다”라는 말에 두려워하며 더 이상의 추적을 포기한다.
영화를 찍을 당시인 1998~1999년 미국 사회에는 엄청난 권력형 섹스 스캔들이 있었다. 빌 클린턴과 백악관 인턴사원 모니카 르윈스키간의 이른바 ‘지퍼 게이트’가 그것이다. 결과는 어떠했나. 빌 클린턴은 탄핵의 난관을 헤치고 결국 무사히 대통령직을 수행했지만, 르윈스키는 여자로서의 일생이 망신창이가 된다. 대중이 르윈스키를 망각하는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영화 속 난교 파티는 권력자들의 위선과 여성을 성적 노리개로 삼는 이중성을 드러내기 위한 설정으로 해석된다. 앨리스는 빌과의 언쟁에서는 가부장적인 통념 속에서 여성의 성욕 표출이 늘상 억압받아 왔다고 항변하지만, 정작 정치 권력의 위협 앞에서는 세상과 타협하고 만다. 그녀는 빌로부터 비밀 조직의 난교 파티와 그 뒤 상황 전개를 듣고는 “우리가 가진 것에 대해 감사해야 한다”고 얼버무린다. 이어지는 앨리스의 마지막 대사. “우리에겐 지금 빨리 해야 되는 아주 중요한 게 하나 있는데, 그건 한번 하는 것”이라며. 영어 한 단어 ‘f***’으로 끝을 맺는다.
영화 곳곳에서 거장의 섬세한 손길이 느껴진다. 화려하고 세련된 영화적 장치와 함께 관능적이고, 몽환적인 영상이 인상적이다. 명작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음악이다. 쇼스타코비치의 왈츠 2번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앨리스가 파티에 가기 위해 늘씬한 뒤태를 드러나며 드레스를 갈아입는 장면부터 관객은 영화에 빨려든다. 헝가리 태생, 현대 음악의 거장 죄르지 리게티의 피아노 선율은 관객들을 긴장시키며 빌의 고뇌에 대한 공감을 증폭시킨다. 한때 할리우드 최고의 선남선녀 커플이었던 톰 크루즈와 니콜 키드만이 부부였을 당시 극 중 부부로 출연해 화제가 됐다. 영화 속에서 톰 크루즈의 정사신은 없지만, 니콜 키드만과 해군 장교와의 정사신은 톰의 머릿속에서 상상으로 펼쳐진다. 그 영향 탓인지 두 사람은 영화가 개봉된 이듬해인 2001년 이혼했다.
대사 두 마디와 노래 두 곡으로 영화를 압축해 보자. “새것도 결국 헌 것이 돼. 헌 것도 처음에는 새것이었지.” “인생에는 빈틈이 있기 마련이야. 그걸 미친놈처럼 다 메꿔가면서 살 순 없어”라는 대사, 그리고 영화 원제이기도 한 레너드 코헨의 ‘Take This Waltz’와 버글스의 히트곡 ‘Video Killed the Radio Star’라는 노래. 캐나다의 여성 감독 사라 폴리가 히스 레저의 첫 부인인 미셸 윌리엄스를 캐스팅해 ‘불륜 영화의 신고전’을 만들었다. 우리도 사랑일까(2012)
결혼 5년차 마고는 닭 요리책 전문 저자인 남편 루(세스 로건)와 알콩달콩한 삶을 살고 있다. 마고와 루의 결혼 생활에는 다정함과 유머, 사랑스러움이 풍부하게 자리 잡고 있지만, 어느덧 두 사람 사이는 남녀 간의 정열은 식은 채 ‘절친’ 관계로 굳어가고 있다. 마고는 ‘용기’를 내 루의 몸을 더듬으며 ‘신호’를 보내지만, 루는 장난으로만 받아들인다. 권태와 무료 속에서 낯선 새 것이 반짝이며 다가온다. 촉촉한 눈빛에 겉보기에도 끼 많은 다니엘(루크 커비). 화가 지망생이지만 지금은 인력거꾼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다니엘은 마고의 집 바로 맞은편에 산다. 여행 중에 우연히 만났고 돌아오는 비행기에서도 서로 옆자리에 앉았는데, 알고보니 한동네에 살고 있지 않은가.
수영장까지 쫓아온 다니엘의 추근거림에 세상에서 제일 밉상인 남자라고 하면서, 마고는 그와의 낮술을 거절하지 않는다. 그리고 여성 감독만이 찍을 수 있는 명장면 하나가 나온다. 마고는 다니엘에게 ‘너랑 술 취하기 싫다’고 하면서도 마음속 깊이 숨겨 둔 정말 궁금한 것 하나를 끄집어 낸다. “나를 어떻게 하는지 알고 싶다(I want to know what you do to me)”고. 황홀한 표현으로 온몸을 더듬는 다니엘의 ‘verbal sex’에 마고는 어느 순간 어쩔 줄을 몰라 황급히 자리를 뜨고 만다.
둘의 만남은 이어지고 결국 마고는 다니엘에게로 간다. 레너드 코헨의 ‘Take This Waltz’에 맞춰 성행위 장면이 슬라이드 형식으로 넘어가면서 두 사람의 새로운 생활이 보여진다. 쓰리섬 장면도 얼핏 지나가 당황스럽지만, 아마 성욕의 본능을 남김없이 표출하는 상징으로 받아들여진다. 이 왈츠에 맞춰 춤을 춰라. 이번엔 이 사람 손을 잡고 마음가는 대로 흔들리며 돌면서 춤을 추라는 것일까. 그러나 슬라이드는 곧 두 사람이 따로 떨어져 뉴스를 보고, 마지 못해 입맞춤을 하는 또 다른 권태의 장면으로 바뀐다.
영화 속에선 마고가 흔들리며 돌아가는 놀이기구를 타는 장면이 두 번 나온다. 한번은 다니엘과, 또 한번은 영화 엔딩 부분에서 혼자. 이때마다 나오는 음악이 ‘Video Killed the Radio Star’다. 비디오는 새 것이고, 라디오 스타는 헌 것 아닌가. 마고는 혼자서 놀이기구를 탈 때가 더 즐거워 보인다. 놀이기구에서 내린 마고가 어떤 선택을 했을지는 관객들이 판단할 몫이다. 캐나다 감독에 캐나다 가수의 OST, 배경도 토론토 일대다. 알록달록 예쁜 영상과 과하지 않은 세팅, 감각적인 대사로 할리우드 영화에서 좀체 맛 볼 수 없는 유럽풍의 감칠맛을 느끼게 한다. ‘Take This Waltz’를 직역하지 않고 알랭 드 보통의 소설 ‘우리는 사랑일까’에서 차용한 한글 영화 제목도 재미있다.
글. 윤필영
주말 OTT 뽀개기가 취미인 보통 직장인. 국내 한 대기업의 영화 동호회 총무를 맡고 있다. 우리 주변의 평범한 시각으로 영화 이야기를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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