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지호, SBS '아무도 모른다' 통해 안방극장 데뷔
역경 속에도 꿋꿋이 살아가는 소년 고은호 役
"7개월 동안 너무 행복했어요"
SBS 월화드라마 '아무도 모른다'에서 히스테리가 심한 엄마와 단둘이 사는 소년 고은호 역으로 열연한 배우 안지호. /서예진 기자 yejin@
SBS 월화드라마 '아무도 모른다'에서 히스테리가 심한 엄마와 단둘이 사는 소년 고은호 역으로 열연한 배우 안지호. /서예진 기자 yejin@
"7개월 동안 너무 행복했어요. 드라마를 처음 찍는 만큼 캐릭터에 대한 애정도 남달랐죠. 종영 이후에도 고은호에 대한 여운이 남아있을 정도로요. 막상 끝났다고 생각하니까 아쉽고 슬퍼요."

배우 안지호가 지난 21일 종영한 SBS 월화드라마 '아무도 모른다'를 통해 안방극장에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아무도 모른다’는 경계에 선 아이들과 그들을 지키고 싶은 어른들의 이야기를 담은 미스터리 추적극이다. 안지호는 극 중 히스테리가 심한 엄마와 단둘이 사는 소년 고은호 역으로 열연했다.

안지호는 생사를 오가는 인물의 위태로운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몰입도를 높였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부터 안도의 눈물까지 시시각각 변하는 캐릭터를 생동감 있게 표현했다.

"전교 부회장 선거를 나가기 위해 연기학원을 다녔어요. 거기에 리더십프로그램이 있었는데 도움이 될까 싶었거든요. 주어진 상황에 맞춰 자유롭게 연기했는데 너무 재밌더라고요. 그렇게 배우의 꿈을 갖게 됐죠. 그러던 와중에 우연히 웹드라마에 출연을 제의받으면서 연기를 시작했어요."

안지호는 2014년 웹드라마 '그리다, 봄'에서 이원근의 아역으로 연예계에 발을 들였다. 그는 2016년 영화 '가려진 시간'을 시작으로 영화 '궁합' '신과함께-인과 연' '나의 특별한 형제' '보희와 녹양' '우리집' 등에 출연하며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첫 드라마인 만큼 부담감 또한 만만치 않았다는 안지호. 그는 "첫 드라마에서 되게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그것만으로 엄청난 부담이었다"면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촬영장 분위기가 좋아서 다행"이라고 밝혔다.

이어 "감독님이나 선배님들이 잘 이끌어준 덕에 연기에 몰입할 수 있었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출연하게 된 과정은 어땠을까. 안지호는 "3차까지 오디션을 보고 출연했다. 당시 감독님께서 '보희와 녹양'을 인상 깊게 봤다고 그러더라. 운이 좋았던 것 같다"면서 "내가 생각했던 고은호는 상당히 우울한 캐릭터였다. 첫 대본 리딩 때 감독님께서 '고은호는 그 정도로 우울하지 않다. 밝게 해도 괜찮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후 캐릭터를 재구축했다. 감독님 덕분에 인물 분석을 수월하게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무도 모른다' 스틸컷. /사진제공=SBS
'아무도 모른다' 스틸컷. /사진제공=SBS
극 중 고은호는 조용하고 다정한 성격을 가졌다. 이에 안지호는 "나는 캐릭터와 정반대의 성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유치원을 다닐 때 수영을 처음 배웠다. 운동하는 걸 좋아해서 축구와 농구도 자주하고 있다"면서 "처음에는 낯을 가리지만 친해지면 장난도 많이 치고 말도 많이 할 만큼 활발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래도 고은호와 닮은 점이 있다. 뭐라고 말하기 어렵지만 연기하면서 나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다른 성향을 가졌다고 해서 연기에 어려움을 겪지는 않았다"고 이야기했다.

캐릭터를 연기할 때 상황에 몰입하는 것에 중점을 뒀다는 안지호. 그는 "상황에 따라 터져 나오는 감정을 그대로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고 밝혔다.

"고은호를 처음 분석할 때 감정이 섬세한 아이라고 느꼈어요. 그래서 상황에 열심히 몰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죠. 집에서 엄청 준비한다고 해도 현장에서 못 하면 의미가 없으니까요."

함께 출연한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땠을까. 안지호는 "윤찬영 형과 윤재용은 첫 대본 리딩 때 친해졌다. 연령대가 비슷하다 보니 코드가 잘 맞더라"라며 "나중에는 따로 만나서 축구도 했다"며 웃었다.

또한 "박훈 선배님은 무서운 역할을 맡았지만 실제로는 되게 재밌고 친절하다. 농담할 때마다 촬영장에서 계속 웃기만 했다. 장난을 치다가도 촬영에 들어가면 표정이 확 달라진다. 연기적으로 배울 게 많았다"면서 "류덕환 선배님은 잘 맞춰주고 친절하게 챙겨주더라. 선배님도 축구를 좋아해서 축구 이야기를 하다 보니 금방 친해졌다"고 전했다.

안지호는 첫인상과 달랐던 배우로 김서형을 꼽았다. 그는 "JTBC 드라마 'SKY캐슬'을 봤을 때만 해도 차갑고 도도한 이미지가 강해서 그런 줄 알았다"며 "실제로 만나보니 착하고 재밌더라. 생각했던 것과 달라서 놀랐다. 연기 호흡을 맞출 때도 내가 긴장한 게 보이면 농담도 해주면서 풀어줬다"고 말했다.

극 중 고은호가 밀레니엄 호텔 옥상에서 투신하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는 안지호. 당시 열악했던 환경에서 연기에 몰입하기가 어려웠다고 했다.

안지호는 "(투신 장면을) 12월에 촬영했다. 인천 앞바다에 있는 호텔에서 찍었는데 바람이 너무 강하게 불어서 몸이 따가울 정도"라면서 "몸이 덜덜 떨리는 와중에도 연기적으로 무언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게 너무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고은호를 연기한 이후 눈물이 많아졌어요. 심각한 이야기도 아닌데 조금만 슬퍼도 눈물이 나더라고요. 배우로서 눈물 연기는 항상 부담이 큰 편인데 운 좋게 몰입이 잘 된 거 같아요."
안지호는 '아무도 모른다'에서 의식 불명을 연기했을 때 말을 못 해서 힘들었다고 했다. /서예진 기자 yejin@
안지호는 '아무도 모른다'에서 의식 불명을 연기했을 때 말을 못 해서 힘들었다고 했다. /서예진 기자 yejin@
극 중 고은호는 밀레니엄 호텔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남자 화장실에서 현금 3000만 원을 발견했다. 이를 본 고은호 엄마(장영남 분)의 남자친구인 김창수(한수현 분)는 "돈을 그대로 두자"라며 말렸지만, 고은호는 "이 돈 갖고 싶다. 가지겠다"고 밝혔다.

안지호는 "실제로 3000만 원을 줍는다면 어떻게 하겠나"라는 물음에 "그대로 놔둘 것 같다"고 답했다. 그는 "그렇게 큰돈을 주우면 너무 무서울 것 같다. 그래서 그냥 못 본 척하고 넘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로 열일곱 살에 접어든 안지호는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학교에 대한 갈망이 커졌다고 했다. 그는 "교복을 입으면서 연기하니까 고등학교에 너무 가고 싶었다"며 "이번에 고등학교를 진학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개강식이 온라인으로 바뀌었다. 아직 친구들의 얼굴도 보지 못한 상태"라고 토로했다. 이어 "교복이 너무 예뻐서 정장 같더라"라고 덧붙였다.

롤모델로는 배우 짐 캐리를 꼽은 안지호. 그는 "어릴 때부터 짐 캐리가 나왔던 코미디를 즐겨봤다. 그동안 감정적인 연기를 많이 했는데 기회가 된다면 휴먼 코미디를 찍고 싶다"고 소망했다.

'아무도 모른다'는 "좋은 어른을 만났다면 내 인생은 달라졌을까?"라는 묵직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렇다면 안지호가 생각하는 '좋은 어른'은 무엇일까.

안지호는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공감할 줄 아는 사람이 좋은 어른"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내가 생각했을 때는 우리 할아버지가 제일 좋은 어른"이라며 "지적할 것은 따끔하게 지적하면서 예의와 배려를 가르쳐줬다"며 웃었다.

안지호는 다양한 작품을 만나서 각양각색의 연기를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그의 궁극적인 목표는 어떤 작품을 찍든 간에 전작의 캐릭터가 생각나지 않는 것이다.

이번 작품을 통해 신체적으로 변화가 생겼다는 안지호. 그는 "7개월 동안 촬영하면서 얼굴도 달라지고 키도 3cm나 컸다"며 놀라워했다.

그러면서 "감독님께서 다시 촬영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그러더라"라며 "키가 180cm까지 컸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그동안 '아무도 모른다'를 재밌게 봐주신 분들에게 감사해요. 여러분들 덕분에 고은호가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다음 작품에서는 한층 성장한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게요."

박창기 기자 spear@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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