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수경 기자]
빌리 아일리시와 피니즈 오코넬(위부터), 엘튼 존, 엘튼 존과 에미넴./ 사진=ABC 캡처, 에미넴 트위터 캡처.
빌리 아일리시와 피니즈 오코넬(위부터), 엘튼 존, 엘튼 존과 에미넴./ 사진=ABC 캡처, 에미넴 트위터 캡처.
영화 ‘기생충’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최우수 작품상까지 수상하며 오스카를 휩쓴 가운데 이번 시상식만의 특별한 ‘뮤직 모먼트’도 화제다.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9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렸다.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은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 감독상,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이 시상식을 더욱 특별하게 만든 것은 전세계 ‘엘사’들이 함께 부른 ‘겨울왕국’ OST, 18년 만에 한을 푼 에미넴의 ‘Lose Yourself’ 무대, 빌리 아일리시 남매의 합동 추모 공연, 주제가 상을 수상한 엘튼 존의 무대 등이었다.

이날 무대에 선 ‘엘사’는 한 명이 아니었다. 원곡 가수 이디나 멘젤을 포함해 열개 국의 가수들이 현지어로 겨울왕국 OST ‘Into the Unknown’을 부르며 볼거리를 선사했다. 덴마크, 독일, 일본, 남미, 노르웨이, 폴란드, 러시아, 스페인, 태국의 엘사들은 이디나 멘젤과 함께 아름다운 목소리로 제92회 아카메미 시상식을 물들였다.

이디나 멘젤과 아홉 명의 ‘엘사’들이 만든 ‘겨울왕국’ 축하 공연./ 사진=ABC 캡처
이디나 멘젤과 아홉 명의 ‘엘사’들이 만든 ‘겨울왕국’ 축하 공연./ 사진=ABC 캡처
에미넴의 출연은 그야말로 서프라이즈였다. 현지에서도 에미넴의 공연은 극비에 부쳐진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 매체 버라이어티는 “(에미넴의) 리허설 땐 돌비극장 진입이 일시적으로 제한됐고, 그의 출연 소식이 새어나갔을 경우 그가 취소하겠다는 옵션을 내걸었다는 정보가 있다”고 전했다. 에미넴이 이날 밴드와 함께 라이브로 부른 ‘Lose yourself’와 오스카와의 인연은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에미넴의 자전 영화 ‘8 Mile'(8 마일, 2002)의 히트 사운드 트랙이었던 ‘Lose yourself’는 2003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주제가상을 받았다. 그러나 당시 아카데미 측은 에미넴에게 검열된 버전의 ‘Lose yourself’를 부르길 요청했고 에미넴은 이를 거절해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때문에 ‘Lose yourself’의 작곡에 참여했던 루이스 레스트로(Luis Restro)만 참석해 트로피를 받았다. 이러한 역사를 뒤로 하고 18년 만에 아카데미 시상식 무대 위에 오른 에미넴은 노장 래퍼다운 라이브 무대를 펼쳐 현장을 뜨겁게 달궜다.

에미넴은 공연 후 자신의 SNS를 통해서도 소감을 남겼다. ‘Lose yourself’ 속 가사를 다른 버전으로 활용한 소감이라 더욱 눈길을 끌었다. 에미넴은 “이봐, 만약 너에게 또 다른 기회가 주어진다면…초대해줘서 아카데미에 감사하다. 무대에 오를 때까지 18년이나 걸리게 해서 미안하다”(Look, if you had another shot, another opportunity…Thanks for having me @TheAcademy. Sorry it took me 18 years to get here)라고 전했다.

빌리 아일리시는 친오빠 피니즈 오코넬과 함께 무대에 올라 지난 1년 동안 세상을 떠난 영화 관련 종사자들을 추모하는 노래를 불렀다. 추모곡은 비틀즈의 ‘Yesterday’였다. 아일리시의 시상식 무대는 그가 제62회 그래미 어워즈에서 본상 4개 부문을 싹쓸이한 지 2주 만에 선보인 것이라 더욱 시선을 사로잡았다. 아일리시는 감미로운 목소리로 ‘Yesterday’를 불렀고 오코넬은 피아노 연주로 추모의 뜻을 보냈다.

엘튼 존은 주제가 상을 수상한 영화 ‘로켓맨’의 OST ‘(I’m Gonna) Love Me Again’을 피아노를 치며 불렀다. ‘기생충’이 국제장편영화상을 수상한 후였다. 엘튼 존의 오스카 상은 이번이 두 번째이며, 수상 후보로 오른 건 네 번째다. 엘튼 존은 영화 ‘라이언 킹’의 주제곡 ‘Can You Feel The Love Tonight’으로 1995년에 주제가 상을 받았다. 또 당시 ‘Can You Feel The Love Tonight’를 포함해 ‘Hakuna Matata’와 ‘Circle of Life’로도 주제가 상 후보에 올랐다. 화려하고 튀는 패션이 트레이드 마크인 엘튼 존은 보랏빛 무대와는 어울리지만 평소보단 점잖은 패션으로 무대 위에 올랐다.

에미넴도 엘튼 존의 수상을 축하했다. 에미넴은 자신의 SNS에 엘튼 존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오늘밤 오스카에서 우리 삼촌 엘튼은 꼭 봐야 했다”며 “엘튼 존 기사의 수상도 축하한다”란 글과 함께 적어 올렸다. 엘튼 존은 1998년에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으로부터 기사 작위를 부여받았다.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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