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 서울에서 사투리를 쓰지 않는 남자와 여자의 가슴 아픈 멜로라는 점에서 곽경택 감독의 영화들과 언뜻 이질적이지만 그 감정의 파도는 여전히 묵직하게 밀려온다. 무뚝뚝하지만 속은 진득한 경상도 사나이 같은 영화들을 만들어 온 곽경택 감독이 나고 자란 부산의 추억과 영화에 대해 들려주었다. 놀랍게도 그가 관객들에게 추천하는 영화는 때로는 눈물을 흘리며 때로는 여주인공의 미모에 설레며 보았던 멜로 영화들이다.

1948년 | 윌리엄 디터리
“소위 말하는 판타지 멜로를 개척한 영화예요. 뉴욕을 배경으로 안개 낀 센트럴 파크가 참 인상적이었죠. 화가와 묘령의 여인, 제니의 사랑 이야기인데 굉장히 절절하면서도 어느 순간에선 좀 무섭기도 하고. (웃음) 그 당시 굉장히 센세이셔널했어요. 감수성이 예민한 중학교 때 TV 에서 봤는데 그 충격에 빠져서 헤어나지를 못했어요. (웃음) 너무나 아름다운 영화인데 사람들이 잘 몰라서 안타까웠어요. 물론 저에게는 그 이후 어떤 판타지 멜로도 이만큼 와 닿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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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0년 | 머빈 르로이
“아버지께서 좋아하시는 영화라 초등학교 때 TV에서 보게 되었는데 다 보고 나니까 가슴이 미어지더라구요. 그 꼬마 애가. (웃음) 와… 눈물도 안 나오고 가슴이 답답해서 미칠 것 같았어요. 더 황당했던 건 나는 영화의 여운이 아직도 남아 있는데 우리 아버지가 방에 들어오라고 하시더니 영화에 대한 감상을 이야기해보라고 하신 거죠. (웃음)”
사랑은 늘 작은 우연에서 시작해 작은 오해로 위기를 맞는다. 매력적인 발레리나(비비안 리)와 젊은 장교(로버트 테일러)는 전쟁의 혼란 속에서도 미래를 약속하지만 결국 전쟁의 포화는 그들의 사랑을 집어 삼킨다. 만남과 헤어짐, 비극적인 결말까지 효과적으로 배치된 멜로영화의 교본.

1990년 | 게리 마샬
“을 보고 리처드 기어를 참 좋아했죠. 요즘 드라마에서 많이 나오는 신데렐라 이야기인데 미국 유학 가기 전 영어 공부할 때 이걸 보면서 많이 했어요. 여러 번 반복해서 보는데 볼 때마다 재밌고, 리처드 기어의 미소하며 줄리아 로버츠의 활달한 연기하며 죽이는 작품이에요.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도 재미있지 않은 순간이 없죠.”
신데렐라 스토리는 유구한 역사를 자랑한다. 먼 옛날 안데르센이 만들어낸 재투성이 아가씨의 결혼 성공 스토리는 구준표와 금잔디, 삼순이와 삼식이 등 다양한 형태로 변주되어 왔고 은 그중에서도 가장 정석에 속한다. 밤거리의 여자였던 비비안(줄리아 로버츠)이 자산가의 연인으로 변신하는 과정은 언제 보아도 유쾌하다.

1970년 | 아더 힐러
“ 만들면서 테크닉이나 캐릭터를 참고하려고 본 영화가 예요. 하도 오래 전에 본 영화라 기억이 가물가물 했는데 진짜 끝내주는 영화더라구요. 그냥 낭만적인 영화인 것만 같은데 굉장히 스피디하고 도전적인 샷이 많아요. 캐릭터들도 적재적소에서 자기 역할을 충실히 하고 들어가고요. 알리 맥그로우도 정말 연기 잘했어요. 그리고 토미 리 존스가 세 장면 정도 주인공 친구로 나오는데 정말 신기해요. 그렇게 젊은 모습을 처음 본 것 같아서 깜짝 놀랐어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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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 안소니 밍겔라
“멜로 영화는 여러 번 보기가 힘든 것 같아요. 처음 봤을 때 받은 충격 때문에 또 영화를 보고 아프기가 싫은 거예요. 멜로영화만 보고나면 ‘앓이’를 하니까 그 근처에 가기가 싫어져요. 그래서 자주 보게 되지는 않지만 예전에 봤던 좋은 멜로영화들에 대한 기억은 뚜렷해요. 는 대학 때 봤는데 정말 잘 만든 영화구나, 되게 센 영화구나 했죠. 사막에서의 장면들이 정말 멋있었죠.”
사랑의 기억만을 간직한 채 죽음을 기다리는 남자가 사랑을 믿지 않거나 피하는 이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랄프 파인즈, 줄리엣 비노쉬, 윌렘 데포 등 각국을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들이 사랑이라는 감정을 고스란히 살려낸다. 제 69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작품상, 감독상 등 9개 부문 수상작.

글. 이지혜 seven@
사진. 이진혁 el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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