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주의 10 Voice] 아프니까 청춘이라고? 멘토 권하는 사회의 속내](https://img.hankyung.com/photo/202001/2011111711342718101_1.jpg)
‘너라는 꽃이 피는 계절’ ‘시련은 나의 힘’ ‘죽도록 힘든 네 오늘도, 누군가에게는 염원이다’ 와 같은 목차만으로도 알 수 있듯, 는 불안하고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위로와 조언을 건네는 책이다. 저자는 서문에서 ‘나는 대학에서 흔들리는 청춘들과 늘 부대끼면서, 이 어려운 시기를 버텨야 하는 아픈 그들을 따뜻한 위로의 말로 보듬어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책을 읽으면, 그 의도가 거짓이 아님은 알 수 있다. 하지만 그 선의만으로 이 책을 향한 이른바 ‘청춘’들의 열띤 호응이 충분히 납득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어떤 면에서 걱정스럽다. 저자 자신의 실패담을 포함한 경험과 명사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섣부른 힐난이 아닌 따뜻한 목소리를 들려준다는 장점은 분명하지만, 이 책 역시 청춘들이 직면한 현실의 불합리에 침묵한 채 ‘값 싼 위로’라는 당의로 포장한, 흔한 자기계발서와 아주 멀리 떨어져 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멘토, 분노를 미리 차단하는 당의정
![[김희주의 10 Voice] 아프니까 청춘이라고? 멘토 권하는 사회의 속내](https://img.hankyung.com/photo/202001/2011111711342718101_2.jpg)
그래서 가 불티나게 팔리는 현상을 단순히 ‘아, 우리 청춘들이 이토록 위로를 갈구했구나’라며 넘어갈 수 없다. 사회 전반에 흐르는, 멘토링을 향한 이 뜨거운 욕망이 그저 위로의 메커니즘이 아니라 사실은 우리가 불합리한 사회에 대해 위화감이나 분노가 아닌 ‘적응력’을 먼저 체득하게 하는 과정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이 책 역시 결국엔 ‘청춘이여, 일단 시작하라. 자기 기대에 못 미치더라도, 일단 겸손하게 사회에 발을 딛어라. 입석 3등칸일지라도 일단 기차에 올라타라. 그리고 천천히 1등칸을 향해 움직여라. 그것이 전속력으로 달려가는 기차의 1등칸으로 단번에 뛰어오르는 것보다 쉬울 테니’라고 말하고 있다. 이것이 “눈을 낮추라”는 MB의 말과 얼마나 다르단 말인가.
값싼 위로에 청춘을 저당잡히지 말자
![[김희주의 10 Voice] 아프니까 청춘이라고? 멘토 권하는 사회의 속내](https://img.hankyung.com/photo/202001/2011111711342718101_3.jpg)
지난 8일 tvN 에 출연한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는 한 20대 학생에게 “그 나이에 아버지와 대화가 너무 잘 되면 안 좋다. 모든 세대는 아버지 세대를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멘토의 어원은 그리스 신화의 오디세우스 왕이 전장에 나서며 어린 아들을 친구 ‘멘토’에게 맡겼고, 그가 아버지 대리로 그 아들을 훌륭하게 키워냈다는 데서 유래했다. 멘토가 ‘아버지’의 또 다른 이름이라 할 때, 우리 자식들(멘티)은 아버지들(멘토)의 위로를 가장한, “성장하라!”는 채찍질에 너무 쉽게 몸을 맡기고 있는 건 아닐까. 물론 아버지가 억압의 상징이고 고로 극복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진리는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책을 덮는 순간 맞닥뜨릴 현실이 아버지들처럼 개인의 노력으로 사회적 지위와 성공을 손에 쥘 수 있는 곳이 아니기에, 적어도 ‘아프니까 청춘이고, 그 아픔을 더 나은 나를 위한 연료로 사용하라’는 말에, 겨우 이 정도 위로에, 쉽사리 기대지 말자. 차라리 절망스럽다면 충분히 절망하자. 그리고 소리치자. “청춘을 당신들의 언어로 재단하지도, 당신들의 과거로 미화하지도 마라”고. 그것이 이미 황무지에서 태어난 우리가 그나마 여기서 살아남는 방법이 아닐까.
글. 김희주 기자 fifteen@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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