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꽃!>, 나의 외로움을 알아 주었을 때
, 나의 외로움을 알아 주었을 때" /> 3회 MBC 밤 9시 55분
드라마틱한 태도가 드라마 주인공의 조건이라면, 차봉선(이지아)은 여주인공으로서의 자격이 없다. 그에게서는 치열한 삶의 태도도, 성공하고 말겠다는 야망도, 로맨스에 대한 의지도 없다. 심지어 “정년이 보장돼 있는” 경찰이라는 직업과 집을 마련할 수 있을 정도로 안정적인 연봉 등, 그다지 아쉬울 것도 없다. 하지만 매일 똑같이 지루하게 사는 봉선은 “특별할 게 없다는 걸 알면서도 (순찰차를) 멈추지 않고 관할지역이 아닌 다리로 넘어가는 것”이 꿈일 정도로 아주 작은 일탈이라도 필요한 상태다. 즉, 별다른 일 없이 일상에 매몰된 우리들의 얼굴을 대입시키기 좋은 인물인 셈이다. 특히 봉선이 정신과 의사 박태화(조민기)에게 “전 제가 싫어요. 제가 아니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하며 흐느끼는 모습은 감정이입을 확실하게 돕는다.

그래서 그가 다른 인물들과 관계를 맺으며 자신의 트라우마를 들여다보게 되는 과정은 보는 이들에게 더 가깝게 다가온다. 봉선은 서재희(윤시윤)로부터 “(자신이) 벌레만도 못한 것 같지. (중략) 실컷 놀다가 버린 때 묻은 인형 같고, 1년 365일 아무도 찾지 않는 사막에 핀 선인장!”이란 말을 듣고 참지 못해 그의 뺨을 때리거나, 오래전 자신을 버리고 재혼한 엄마(김지숙)가 의붓딸인 김달(서효림)을 챙겨주는 모습에 극심한 질투를 느끼면서 안온했다고 믿었던 심리상태에 파고를 일으킨다. 왜 자신의 존재가 그토록 싫었는지 스스로 깨닫게 되는 것이다. 더불어 봉선을 보는 우리 또한 숨겨둔 각자의 상처를 한 번 더 후벼 판 듯 쓰라리지만, 이것이 껍질을 깨고 나오는 과정이란 사실 또한 알게 된다. 이런 봉선과 우리들에게 아직까지 이 건네는 위로란, 스타인 핑크 치킨(이기광)이 어깨를 빌려주는 환상 정도다. 다만 내 존재의 외로움을 알아준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에 마음을 열 이유는 충분하다.

글. 황효진 기자 seventeen@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