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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부터 한국을 지칭하는 몽골어로 뜻은 무지개. 우리나라의 ‘영희’만큼 흔한 여자이름이기도 하다.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러시아문학을 전공한 솔롱고는 동생을 위해 한국에 왔지만 “아파요, 돈 줘요, 때리지 마세요”라는 말을 달고 산다. 공장을 다섯 군데나 다녔어도 받은 월급보다 밀린 월급이 더 많은 것은 물론이다. 따귀를 맞고, “불법”이라는 소리를 듣고, 갑자기 해고통보를 받아도, 소리 한 번 제대로 못 지르는 솔롱고를 통해 는 이주노동자들의 이상과 현실의 갭을 보여준다. 그동안 솔롱고 역에는 자연에서 나고 자란 몽골인에 걸맞게 김재범, 박정표, 홍광호, 배승길, 성두섭 등 주로 말갛고 순박한 얼굴의 배우들이 거쳐 갔다. 특히 지난 2009년 두산아트센터에서 공연된 5차 에는 임창정과 홍광호가 솔롱고 역을 맡았었는데, 캐스팅 조건이 ‘부티 나면 안 되는 외모’였다고. 그런데 훤칠한 키에 부티 나는 외모로 ‘참 예뻐요’를 부르는 남자가 나타났다! " />음식을 만들어봅시다: 물김치
대기발령을 받은 나영이 술에 취해 찾는 엄마표 음식. 지난 2009년 관객과의 대화 ‘나영이Day’에서 나영 역의 조선명은 어머니가 실제 담근 물김치를 선물하기도 했다. “서울살이 몇핸가요”라 묻고 “서울 참 못됐죠”라 말하는 에서 서울은 제3의 주인공이다. 시인이 되고 싶은 꿈을 안고 고등학교 졸업 후 상경해 서점 비정규직으로 살아가는 나영은 추민주 작가의 현신이다. 그 결과 보증금 500만 원짜리 옥탑방에서 보낸 시간은 를 잉태했고, 2005년 희곡상 수상 당시 “성동구 자양동 노륜산 시장 인근 주민들에게 영광을 돌린다”는 소감을 남겼다. 그래서 에는 학업 때문에, 직장 때문에, 지방에서, 외국에서 서울로 꾸역꾸역 몰려든 사람들 특유의 외로움과 서글픔이 짙게 깔려있다. 동네 구멍가게 사장님, 장애를 가진 딸을 40년 넘게 가두고 살아야했던 할머니, 오픈멤버였지만 사장 말 한마디에 잘리는 서점직원 등 단 6명의 배우가 15명 이상의 캐릭터를 연기하고, 이를 통해 서울살이 2년차부터 45년차까지의 이야기를 전한다. 하지만 는 괴로움에 함몰되지 않고 도리어 지치지 말자고, 서로의 손을 잡자고 말한다. 결국 그 희망이 의 라이선스를 일본에 팔게 된 계기가 됐고, 2012년 2월 도쿄와 오사카에서의 공연이 준비 중에 있다. " />숨은 그림을 찾아봅시다: 청담보살
나영과 솔롱고의 동네에 있는 점집. 임창정이 출연한 5차 공연 이후 줄곧 무대 한 곳을 지키고 있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로 주목을 받은 홍광호가 에 출연했을 당시 ‘지킬박사 약국’도 ‘청담보살’과 함께 있었다. 의 초기 부제는 ‘골목골목 뮤지컬’이었고, 그에 걸맞는 서사에 리얼리티가 강점인 여신동 디자이너의 엄청난 디테일이 만나 무대에 진짜 달동네가 만들어졌다. 옥상에 걸린 빨래들과 스티로폼에 키운 화초들, 동네 슈퍼 간판에 붙은 해태 마크 등 의 무대엔 손때 묻은 아날로그의 정서가 내려앉아 있다. 특히 의 전봇대, 문틀, 간판 등의 대도구들은 실제 달동네 폐허에서 발품을 팔아 가져온 것들이라고. " />노래를 배워봅시다: ‘참 예뻐요’
솔롱고가 나영을 향해 부르는 세레나데. 극단 학전의 김민기 대표가 “(추민주는) 몸도 정신도 참 건강한 사람”이라 말했듯, 그가 쓴 가사와 의 멜로디는 연신 착하고 따뜻하며 서정적이다. 동네 분위기에 맞게 트럭이 내는 후진음, 개와 고양이 울음소리 등이 효과음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특히 ‘슬플 땐 빨래를 해’의 ‘빨래가 바람에 제 몸을 맡기는 것처럼 / 인생도 바람에 맡기는 거야 / 시간이 흘러 흘러 빨래가 마르는 것처럼 / 슬픈 네 눈물도 마를 거야 / 자 힘을 내’라는 가사는 직설적이지만 그래서 직구로 관객의 가슴에 날아 들어온다. 내년부터는 “사회적으로 약자인 인물들이 잘 살아주길 응원하는 마음”에서 만들어진 의 대본 일부가 중·고등학교 국어와 문학 교과서에 실릴 예정이다. " />심화학습: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어 보이는 두 작품에는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하나는 서울과 뉴욕이 제3의 인물이라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이웃과 친구가 유사가족이 되어 서로의 희로애락을 안는다는 점이다. 에서 샬롯은 “어쩌면 우리가 서로의 소울메이트일 수도 있어”라는 말로 캐리를 격려했다. 의 주인할매는 따뜻한 보리차와 등을 쓸어주는 손, “울고 싶을 때는 울어야제”라는 말로 나영을 다독였다. 주말임에도 아는 사람 하나 없어 외출할 수 없을 때, 눈물 쏙 빠지게 아파도 약을 먹기 위해 손수 밥을 해야 할 때, 반말과 성희롱으로 점철된 상사를 만났을 때, 소주 한 잔 생각날 때, 그 누구도 내 생일을 알아주지 않을 때 를 보라. 150분 동안 느끼는 감정의 진폭은 의외로 크고, 그동안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사각지대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누군가는 너무 착해서 답답하다고도, 누군가는 결국 현실은 바뀌지 않은 것 아니냐고 불쾌해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는 모두의 인생이 당신과 다르지 않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크고 듬직한 목소리로 말한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빨래하러 간다.
사진제공. 명랑시어터 수박
글. 장경진 three@
단원의 특징" />몽골어를 배워봅시다: 솔롱고스(Solonγos)
① 작·연출가 추민주가 이라는 제목의 구성안으로 시작한 한예종 연극원 졸업작품. 강릉에서 상경한 나영과 몽골에서 온 솔롱고를 중심으로 고단한 삶이지만 서로 부대끼며 살아가는 달동네 이웃들의 이야기를 희망으로 그렸다.
② 2005년 국립극장 별오름극장 초연 이후 전국적으로 1500회 이상 공연됐으며, 현재 10번째 팀이 꾸려져 지난 9월 27일부터 오픈런으로 대학로 학전그린 소극장에서 공연 중이다.
오래전부터 한국을 지칭하는 몽골어로 뜻은 무지개. 우리나라의 ‘영희’만큼 흔한 여자이름이기도 하다.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러시아문학을 전공한 솔롱고는 동생을 위해 한국에 왔지만 “아파요, 돈 줘요, 때리지 마세요”라는 말을 달고 산다. 공장을 다섯 군데나 다녔어도 받은 월급보다 밀린 월급이 더 많은 것은 물론이다. 따귀를 맞고, “불법”이라는 소리를 듣고, 갑자기 해고통보를 받아도, 소리 한 번 제대로 못 지르는 솔롱고를 통해 는 이주노동자들의 이상과 현실의 갭을 보여준다. 그동안 솔롱고 역에는 자연에서 나고 자란 몽골인에 걸맞게 김재범, 박정표, 홍광호, 배승길, 성두섭 등 주로 말갛고 순박한 얼굴의 배우들이 거쳐 갔다. 특히 지난 2009년 두산아트센터에서 공연된 5차 에는 임창정과 홍광호가 솔롱고 역을 맡았었는데, 캐스팅 조건이 ‘부티 나면 안 되는 외모’였다고. 그런데 훤칠한 키에 부티 나는 외모로 ‘참 예뻐요’를 부르는 남자가 나타났다! " />음식을 만들어봅시다: 물김치
대기발령을 받은 나영이 술에 취해 찾는 엄마표 음식. 지난 2009년 관객과의 대화 ‘나영이Day’에서 나영 역의 조선명은 어머니가 실제 담근 물김치를 선물하기도 했다. “서울살이 몇핸가요”라 묻고 “서울 참 못됐죠”라 말하는 에서 서울은 제3의 주인공이다. 시인이 되고 싶은 꿈을 안고 고등학교 졸업 후 상경해 서점 비정규직으로 살아가는 나영은 추민주 작가의 현신이다. 그 결과 보증금 500만 원짜리 옥탑방에서 보낸 시간은 를 잉태했고, 2005년 희곡상 수상 당시 “성동구 자양동 노륜산 시장 인근 주민들에게 영광을 돌린다”는 소감을 남겼다. 그래서 에는 학업 때문에, 직장 때문에, 지방에서, 외국에서 서울로 꾸역꾸역 몰려든 사람들 특유의 외로움과 서글픔이 짙게 깔려있다. 동네 구멍가게 사장님, 장애를 가진 딸을 40년 넘게 가두고 살아야했던 할머니, 오픈멤버였지만 사장 말 한마디에 잘리는 서점직원 등 단 6명의 배우가 15명 이상의 캐릭터를 연기하고, 이를 통해 서울살이 2년차부터 45년차까지의 이야기를 전한다. 하지만 는 괴로움에 함몰되지 않고 도리어 지치지 말자고, 서로의 손을 잡자고 말한다. 결국 그 희망이 의 라이선스를 일본에 팔게 된 계기가 됐고, 2012년 2월 도쿄와 오사카에서의 공연이 준비 중에 있다. " />숨은 그림을 찾아봅시다: 청담보살
나영과 솔롱고의 동네에 있는 점집. 임창정이 출연한 5차 공연 이후 줄곧 무대 한 곳을 지키고 있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로 주목을 받은 홍광호가 에 출연했을 당시 ‘지킬박사 약국’도 ‘청담보살’과 함께 있었다. 의 초기 부제는 ‘골목골목 뮤지컬’이었고, 그에 걸맞는 서사에 리얼리티가 강점인 여신동 디자이너의 엄청난 디테일이 만나 무대에 진짜 달동네가 만들어졌다. 옥상에 걸린 빨래들과 스티로폼에 키운 화초들, 동네 슈퍼 간판에 붙은 해태 마크 등 의 무대엔 손때 묻은 아날로그의 정서가 내려앉아 있다. 특히 의 전봇대, 문틀, 간판 등의 대도구들은 실제 달동네 폐허에서 발품을 팔아 가져온 것들이라고. " />노래를 배워봅시다: ‘참 예뻐요’
솔롱고가 나영을 향해 부르는 세레나데. 극단 학전의 김민기 대표가 “(추민주는) 몸도 정신도 참 건강한 사람”이라 말했듯, 그가 쓴 가사와 의 멜로디는 연신 착하고 따뜻하며 서정적이다. 동네 분위기에 맞게 트럭이 내는 후진음, 개와 고양이 울음소리 등이 효과음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특히 ‘슬플 땐 빨래를 해’의 ‘빨래가 바람에 제 몸을 맡기는 것처럼 / 인생도 바람에 맡기는 거야 / 시간이 흘러 흘러 빨래가 마르는 것처럼 / 슬픈 네 눈물도 마를 거야 / 자 힘을 내’라는 가사는 직설적이지만 그래서 직구로 관객의 가슴에 날아 들어온다. 내년부터는 “사회적으로 약자인 인물들이 잘 살아주길 응원하는 마음”에서 만들어진 의 대본 일부가 중·고등학교 국어와 문학 교과서에 실릴 예정이다. " />심화학습: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어 보이는 두 작품에는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하나는 서울과 뉴욕이 제3의 인물이라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이웃과 친구가 유사가족이 되어 서로의 희로애락을 안는다는 점이다. 에서 샬롯은 “어쩌면 우리가 서로의 소울메이트일 수도 있어”라는 말로 캐리를 격려했다. 의 주인할매는 따뜻한 보리차와 등을 쓸어주는 손, “울고 싶을 때는 울어야제”라는 말로 나영을 다독였다. 주말임에도 아는 사람 하나 없어 외출할 수 없을 때, 눈물 쏙 빠지게 아파도 약을 먹기 위해 손수 밥을 해야 할 때, 반말과 성희롱으로 점철된 상사를 만났을 때, 소주 한 잔 생각날 때, 그 누구도 내 생일을 알아주지 않을 때 를 보라. 150분 동안 느끼는 감정의 진폭은 의외로 크고, 그동안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사각지대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누군가는 너무 착해서 답답하다고도, 누군가는 결국 현실은 바뀌지 않은 것 아니냐고 불쾌해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는 모두의 인생이 당신과 다르지 않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크고 듬직한 목소리로 말한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빨래하러 간다.
사진제공. 명랑시어터 수박
글.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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