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5년 | 클린트 이스트우드
“는 지금까지 한 10번도 넘게 봤을 거예요. 물론 상황이나 스토리도 좋지만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디테일한 연출력이 특히 인상적인 영화예요. 영화 후반부 비 오던 날에 메릴 스트립이 차 문을 잡고 있던 순간, 손의 디테일이 주는 감정 전달은 정말 최고라고 생각해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말하오. 단 한 번도 말해본 적 없는 거요. 이렇게 확실한 감정은 일생에 단 한 번만 오는 거요.” 열아홉 소년의 입에서 나오는 치기 어린 고백이 아니다. 인생 마지막 장에 이르러 ‘일생 단 한 번의 확실한 감정’을 느낀 남자의 마지막 프로포즈는 그렇게 정통으로 심장을 향해 파고든다. 로버트 제임스 윌러가 쓴 원작의 결을 훼손하지 않은 채 스크린에 이식한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섬세한 손길.

2005년 | 닐 조던
“일단 다른 걸 다 떠나서 킬리언 머피에게서 이런 면을 발견한다는 게 너무 신선하고 충격적이었던 것 같아요. 다른 영화에서 봤던 냉철하거나 거칠고 강한 남성적인 모습에서 이렇게 여성스럽고 연약한 캐릭터로 변신했다는 것 자체가 너무 대단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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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 진가신
“봐도 봐도 좋은 영화지만 특히 장만옥 캐릭터가 너무 좋아요. 제가 그동안 드라마에서 순하기만 한 여자를 많이 연기를 해서 인지 (웃음) 그런 캐릭터를 만났을 때는 별로 재미가 없고 흥미가 안 생겨요. 에서 장만옥은 착하다 나쁘다를 떠나서 정말 매력 있는 여자잖아요. 진부하지 않고. 이런 영화나 캐릭터가 있다면 당장 하고 싶을 정도예요.”
진가신 감독의 은 홍콩과 뉴욕을 배경으로 십여 년에 걸쳐 이어질 듯 엇갈리는 한 남녀의 사랑이야기를 담고 있다. 여명의 입을 빌어 “어떤 건 인생에 한번이면 충분하다”라고 속삭이는 이 순애보적 멜로드라마는, 동시에 홍콩이라는 대도시로 흘러 들어온 중국인들과, 미국이라는 거대한 나라에 당도한 중국 이민자들의 삶 또한 사실적으로 포착하고 있다.

1964년 | 자크 데미
“사랑이 부질없다는 것을 바로 알려주는 영화라고 생각해요. (웃음) 그렇지 않나요? 그렇게 열정적으로 사랑하던 사람인데 결국 딴 사람과 결혼하고 마지막 주유소에서 다시 재회하는 장면을 보고 있으면, 그런 생각이 절로 들어요. 뮤지컬 영화라서 요즘 관객들의 눈에는 조금 촌스러워 보일 수도 있겠지만 언제나 봐도 좋은 영화죠.”
금발의 앳된 카트린느 드뇌브가 새처럼 지저귄다. 노래라기보다는 일상 대화에 음정과 박자를 가미한 것 같은 독특한 뮤지컬 영화인 은 전쟁으로 인해 원치 않는 이별을 하게 된 젊은 연인의 이야기다. 누벨바그의 여전사였던 아네스 바르다의 평생의 동반자, 쟈크 드미 감독의 출세작.

2004년 | 폴 맥기건
“원작인 모니카 벨루치 주연의 도 좋아하긴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전형적인 프랑스 영화의 기운이 가득한 보다는 조쉬 하트넷이 주연한 할리우드 리메이크 버전인 가 훨씬 가볍고 경쾌해서 좋더라고요. 다이앤 크루거가 연기하는 리사보다는 스스로 거짓말의 덫에 걸려 버린 여자 알렉스가 더 기억에 많이 남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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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승헌 옆의 송혜교, 이병헌 옆의 송혜교, 비 옆의 송혜교, 현빈 옆의 송혜교. 송혜교라는 형용사는 줄곧 어떤 주어를 만나든지 전체 문장을 아름답게 만들어버리는 마법을 부렸다. 하지만 어느덧 소녀에서 여인이 된 이 배우는 “너의 죄를 사하노라”고 선언했던 바로 그 계절에 다시 찾아왔다. 그리고 꿈 같이 달콤한 가을날의 동화를 찢고 진짜 ‘용서’가 무엇인지 잔인한 질문을 시작한다. 오늘, 송혜교를 보라. 한때 그녀 앞에 놓였던 수많은 주어들에 대한 장례식을 마치고, 새롭게 쓰여질 문장들을 향해 홀로 걸어가는 배우. 지금 송혜교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주어다.
글. 백은하 기자 one@
사진. 이진혁 el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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