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광(천정명) 선수를 처음 본 순간 ‘이 사람과 한 편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뭐랄까? 심지며 의리가 남달라 보였다고 할까요? 늦은 밤이든 꼭두새벽이든 SOS를 보내기만 하면 아무리 외지고 험한 곳이라도 슈퍼맨이나 태권 V처럼 달려와서는 악당을 한방에 날려 보낼 사람으로 느껴졌다는 얘기에요. 그것도 일단 한 편이 되면 평생 그 마음 변치 않을 사람 말이죠. 아니나 다를까, 윤재인(박민영) 씨가 아버지의 숨겨놓은 자식이라는 엄청난 비밀(실은 오해지만요)을 알게 된 후에도 다른 가족들처럼 눈 흘기며 적대시하는 게 아니라 재인 씨를 집으로 데려오고자 몇 차례나 애를 썼죠. “너는, 내 동생이라잖아. 동생 걱정은 오빠 쪽에서 하는 게 아닌가?” 아는 사람 하나 없고 혼자여도 기죽을 내가 아니라고 큰 소리 쳐온 재인 씨였지만 자신을 걱정해주는 따뜻한 손길을 뿌리칠 수는 없었을 거예요.
어째 주변에 모자란 이들이 참 많네요 어차피 혼자 사는 세상이라지만 KBS 에는 유달리 외로운 이들이 많습니다. 사고무친으로 지금껏 살아온 재인 씨야 그렇겠거니 해도, 뼛속까지 마음의 병이 깊은 서인우(이장우)며 복수의 칼을 남몰래 감추고 살아가는 서인철(박성웅)도 알고 보면 모두 외롭기 짝이 없는 사람들이거든요. 특히나 서인우는 ‘거대상사’ 서재명(손창민) 회장의 외아들로 겉보기엔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늘어진 팔자지만, 실은 마음 둘 곳 하나 없는 고립무원의 처지인 걸요. 흔하디흔한 재벌 2세 캐릭터들의 싹수없는 언행에 이제와 새삼 발끈할 건 없겠으나 이 서인우란 캐릭터는 기본이 안 되어도 너무 안 되어 있다는 게 문제더라고요. 어릴 적 겪은 유괴 사건에 기인한 트라우마로 감정조절이 통 안 되는 형편이라고는 하나 하는 짓마다 하도 치졸하니 정나미가 떨어질 밖에요. 거기에 잘못을 바로잡아주기는커녕 비열한 짓을 격려하는 이가 아버지라니 씁쓸한 일이죠.
그런가하면 작은 아버지 서재명 회장 밑에서 그의 수족이 되어 온갖 굴욕을 감수해 가며 복수의 날만 꿈꾸고 있는 서인철 역시 딱하기는 마찬가지에요. 얼마나 속내를 숨기며 외로운 나날을 보내왔던지 재인 씨에게 도움을 받던 날, 그 늘 냉랭하던 표정이 잠시 미세하게나마 흔들리더군요. 누군가가 아무 대가 없이 스스로를 희생하며 자신을 돌봐준 일이 난생 처음이었던 겁니다. 그러고 보니 재인 씨도 영광 씨를 통해 자신을 걱정해주는 마음을 처음 느꼈다고 했네요. 기억나나요? 납치당했던 재인 씨를 병원에서 찾았을 때 말이에요. 뿐만 아니라 좋다고 말해준 사람도 수녀님 말고는 영광 씨가 처음이라잖아요. 그건 아마 ‘편’이 생긴 느낌이었을 거예요.
지족자부를 마음에 새겨 주세요 다행히 재인 씨에게는 어느새 하나 둘, 편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지난번 영광 씨와 어머니 박군자(최명길) 여사가 새로 개발한 해물짬뽕 국수 시식을 해가며 서로 용기를 북돋아주는 훈훈한 장면을 재인 씨가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는데, 그거 몰랐죠? “엄마라는 게 저런 느낌이구나”하며 돌아서는 그 뒤태가 어찌나 쓸쓸해 보였는지요. 그런데 재인 씨를 ‘웬수’처럼 여길 수밖에 없었던 박군자 여사도 자신이 처한 위기의 순간에 몸을 사리지 않고 도우려 드는 재인 씨를 보고 마음을 열게 되었거든요. 그런 걸 보면 영광 씨와 재인 씨에게는 편이 참 많습니다. 언제나 뒤에서 알뜰살뜰 보살펴 주는 할머니(정혜선)도 계시고, 실력으로 정정당당하게 입사하라고 격려해주는 누나(김연주)도 있죠. ‘인생에서 가장 손쉬운 게 때려치우는 거다. 남 탓하는 거다. 못났고 못 가졌고, 그 사실부터 깨끗하게 인정해야, 그래야 비로소 이길 수 있게 된다’는 삶의 진리를 알려준 인생 선배 허영도(이문식) 팀장도 두 사람의 편이 분명하고요. 지금은 영광 씨를 버러지 보듯 경멸하는 주대성(김성오) 대리지만 어째 조만간 영광 씨 편이 될 것만 같던 걸요. 시원시원한 차홍주(이진) 대리는 두 말하면 잔소리고요.
그러니 자, 이제 겁날 게 없죠? 세상 천지에 진실 된 자신의 편이라고는 하나 없을 서재명 회장이 무에 그리 두렵겠습니까. 허나 앞으로 어떤 혼란스러운 사건들과 마주하게 된다 해도 영광 씨와 재인 씨 두 사람이 서인우와 서인철에게 냉정하니 등을 돌리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서인우는 물론 영광 씨 아버님의 죽음과 연관이 있는 서인철도 알고 보면 재인 씨처럼 서재명 회장으로부터 피해를 입은 존재거든요. 서재명 회장으로 인해 올바르게 성장할 수 없었던 사람들이죠. 허영도 팀장이 해준 말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지족자부(知足者富), 족함을 아는 자야말로 부자인 것이다. 노자의 말씀이라 했죠? 자신의 마음에 족함이 없다면 아무리 담고 담아도 항상 모자란 법이라 했건만 서재명 회장 그늘에서 큰 서인우와 서인철이 그런 귀한 진리를 알 리가 있나요. 부디 바다 같이 마음 넓고 의리 있는 영광 씨가, 특히 심지 약한 서인우 만큼은 편으로 삼아주길 바랍니다. 생각해보면, 참 짠한 인물이잖아요. 글. 정석희 (칼럼니스트)
편집. 이지혜 seven@
어째 주변에 모자란 이들이 참 많네요 어차피 혼자 사는 세상이라지만 KBS 에는 유달리 외로운 이들이 많습니다. 사고무친으로 지금껏 살아온 재인 씨야 그렇겠거니 해도, 뼛속까지 마음의 병이 깊은 서인우(이장우)며 복수의 칼을 남몰래 감추고 살아가는 서인철(박성웅)도 알고 보면 모두 외롭기 짝이 없는 사람들이거든요. 특히나 서인우는 ‘거대상사’ 서재명(손창민) 회장의 외아들로 겉보기엔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늘어진 팔자지만, 실은 마음 둘 곳 하나 없는 고립무원의 처지인 걸요. 흔하디흔한 재벌 2세 캐릭터들의 싹수없는 언행에 이제와 새삼 발끈할 건 없겠으나 이 서인우란 캐릭터는 기본이 안 되어도 너무 안 되어 있다는 게 문제더라고요. 어릴 적 겪은 유괴 사건에 기인한 트라우마로 감정조절이 통 안 되는 형편이라고는 하나 하는 짓마다 하도 치졸하니 정나미가 떨어질 밖에요. 거기에 잘못을 바로잡아주기는커녕 비열한 짓을 격려하는 이가 아버지라니 씁쓸한 일이죠.
그런가하면 작은 아버지 서재명 회장 밑에서 그의 수족이 되어 온갖 굴욕을 감수해 가며 복수의 날만 꿈꾸고 있는 서인철 역시 딱하기는 마찬가지에요. 얼마나 속내를 숨기며 외로운 나날을 보내왔던지 재인 씨에게 도움을 받던 날, 그 늘 냉랭하던 표정이 잠시 미세하게나마 흔들리더군요. 누군가가 아무 대가 없이 스스로를 희생하며 자신을 돌봐준 일이 난생 처음이었던 겁니다. 그러고 보니 재인 씨도 영광 씨를 통해 자신을 걱정해주는 마음을 처음 느꼈다고 했네요. 기억나나요? 납치당했던 재인 씨를 병원에서 찾았을 때 말이에요. 뿐만 아니라 좋다고 말해준 사람도 수녀님 말고는 영광 씨가 처음이라잖아요. 그건 아마 ‘편’이 생긴 느낌이었을 거예요.
지족자부를 마음에 새겨 주세요 다행히 재인 씨에게는 어느새 하나 둘, 편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지난번 영광 씨와 어머니 박군자(최명길) 여사가 새로 개발한 해물짬뽕 국수 시식을 해가며 서로 용기를 북돋아주는 훈훈한 장면을 재인 씨가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는데, 그거 몰랐죠? “엄마라는 게 저런 느낌이구나”하며 돌아서는 그 뒤태가 어찌나 쓸쓸해 보였는지요. 그런데 재인 씨를 ‘웬수’처럼 여길 수밖에 없었던 박군자 여사도 자신이 처한 위기의 순간에 몸을 사리지 않고 도우려 드는 재인 씨를 보고 마음을 열게 되었거든요. 그런 걸 보면 영광 씨와 재인 씨에게는 편이 참 많습니다. 언제나 뒤에서 알뜰살뜰 보살펴 주는 할머니(정혜선)도 계시고, 실력으로 정정당당하게 입사하라고 격려해주는 누나(김연주)도 있죠. ‘인생에서 가장 손쉬운 게 때려치우는 거다. 남 탓하는 거다. 못났고 못 가졌고, 그 사실부터 깨끗하게 인정해야, 그래야 비로소 이길 수 있게 된다’는 삶의 진리를 알려준 인생 선배 허영도(이문식) 팀장도 두 사람의 편이 분명하고요. 지금은 영광 씨를 버러지 보듯 경멸하는 주대성(김성오) 대리지만 어째 조만간 영광 씨 편이 될 것만 같던 걸요. 시원시원한 차홍주(이진) 대리는 두 말하면 잔소리고요.
그러니 자, 이제 겁날 게 없죠? 세상 천지에 진실 된 자신의 편이라고는 하나 없을 서재명 회장이 무에 그리 두렵겠습니까. 허나 앞으로 어떤 혼란스러운 사건들과 마주하게 된다 해도 영광 씨와 재인 씨 두 사람이 서인우와 서인철에게 냉정하니 등을 돌리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서인우는 물론 영광 씨 아버님의 죽음과 연관이 있는 서인철도 알고 보면 재인 씨처럼 서재명 회장으로부터 피해를 입은 존재거든요. 서재명 회장으로 인해 올바르게 성장할 수 없었던 사람들이죠. 허영도 팀장이 해준 말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지족자부(知足者富), 족함을 아는 자야말로 부자인 것이다. 노자의 말씀이라 했죠? 자신의 마음에 족함이 없다면 아무리 담고 담아도 항상 모자란 법이라 했건만 서재명 회장 그늘에서 큰 서인우와 서인철이 그런 귀한 진리를 알 리가 있나요. 부디 바다 같이 마음 넓고 의리 있는 영광 씨가, 특히 심지 약한 서인우 만큼은 편으로 삼아주길 바랍니다. 생각해보면, 참 짠한 인물이잖아요. 글. 정석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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