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제>, 당당한 여제는 어디로 갔나
, 당당한 여제는 어디로 갔나" /> E채널 토요일 밤 11시
노블 클럽의 사람들은 인화(장신영)의 아마추어 같은 태도를 비난하며 그녀에게 여제가 될 것을 요구했다. 그리고 그들의 입을 통해서야 인화는 자신의 목표를 각성한다. 원작의 인화가 스스로 여제가 될 것을 천명하고 마치 그것이 그녀의 운명이기라도 한 듯 주변의 모두가 그녀에게 도움을 보탰던 것을 생각하면, 이 작은 차이는 드라마 가 원작과 근본적으로 다른 구조 위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임을 설명하는 지점이다. 원작 만화 는 거품 경제 이후 권력과 자본의 신화가 붕괴된 세계에서 몸 하나만으로 그 혼돈을 헤치고 현실적인 신분 상승을 도모하는 여자의 이야기였다. 그러나 유사한 주제 의식을 보여주었던 드라마 이후 20여년이 흐른 오늘날, 이와 같은 이야기는 더 이상 공감을 사기 어렵다. 권력과 자본을 재건한 사람들은 결국 이것을 세습한 계층이며, 그만큼 몸의 가능성은 평가절하 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모와 육체의 능력은 자본의 힘으로 얼마든지 업그레이드 될 수 있는 세상에서 타고난 아름다움이란 구식 판타지에 불과한 것이다.

그런 이유로 드라마 는 고교 중퇴생이던 원작의 인화를 명문대 학생으로 신분 상승 시키고, 노블 클럽의 공간을 비현실적인 퀘스트의 장소로 설정한다. 세상의 질서를 비웃고 이것을 돌파하려던 인화의 목표가 개인적인 복수로 구체화된 것과 그녀의 아버지에 대한 미스터리가 원작에 비해 확대된 것은 그에 따른 당연한 변화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효율을 추구한 것이되, 최선의 선택이라 하기는 어렵다. 그 결과 인화는 비록 화류계에서 일지언정 능동적으로 행동하던 인물에서 운명에 종속된 인물로 평면화 되었으며, 미션의 당위를 위해 노블 클럽 마담의 위상은 필요 이상으로 과장되게 그려지고 있다. 인물 설정의 균형을 위해서 KBS 의 서경아를 조금 참조 하는 것도 좋겠다. 이미 늦은 일이겠지만.

글. 윤희성 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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