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tionary] ㅈ: 작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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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SBS에서 1994년 6월 13일부터 1994년 12월 27일까지 방영되었던 57부작 드라마. 김수현 작가가 각본을 맡았고, 김수동 감독이 1,2회를 연출한 뒤 김수현 작가와의 의견 충돌로 인해 곽영범 감독으로 교체됨.
b. 한진희, 윤여정, 이순재, 장용, 임예진 등의 중견 연기자와 고현정, 손창민, 유호정, 김의성 등 청춘 스타들이 출연한 가족 드라마. 의사로서의 명성과 화목한 가정으로 남부러울 것 없던 50대 가장에게 갑자기 닥친 불행을 통해 삶과 가족의 의미를 되돌아 본 작품.
c. ‘Oh the river Jordan is nighty cold / It chills the body but it warms the soul / Oh all my trials lord soon be over’(요단강은 차갑지. 그건 몸을 떨게 만들지만 영혼은 따뜻이 해준다네. 오, 내 모든 시련은 끝났네)로 기억되는 주제가, Mickey Newbury의 ‘All My Trials’도 작품의 주제와 정서를 환기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함.

연관어: 김수현
a. 1943년생, 올해 나이 69세의 드라마 작가. 1968년 MBC 라디오 드라마 로 데뷔. , , , , , 등 다수의 화제작과 문제작 집필.
b. ‘김수현 드라마’가 방송될 때는 ‘수돗물 사용량이 줄어들고, 영업용 택시가 텅텅 비고, 드라마 방영 시간에 남의 집에 전화하는 것은 실례’라는 말이 나올 정도의 인기작을 집필한 현역 최고의 작가.
c. 현재 서른 살의 젊은 나이에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은 여자와 기억을 잃어가는 여자에게 순애보를 보여주는 남자의 이야기를 그리는 SBS 집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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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 시대 갔는가’ 1994년 8월 25일 경향신문에 실린 기사 헤드라인이다. 기사의 내용은 ‘인기작가 김수현의 월화드라마 이 방영 두 달이 지나도록 시청률 10% 대에서 머물러 방송가의 이변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것. 실제로 은 평균 시청률 18% 정도로 20%를 넘지 못하고 종영했다. 당시 경쟁 드라마가 MBC 였다는 걸 감안하면 낮은 시청률도 아니지만, ‘김수현’이라는 이름이 주는 기대감에 미치지 못 했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은 김수현 작가가 성공 일로에서 다소 삐끗한, 범작으로 치부되기에는 너무 아까운 작품이다. 은 50대 신경외과 과장 강신욱(한진희)이 파리 출장 중에서 벌인 외도와 장녀 예림(고현정)의 마음에 들지 않는 결혼, 갑자기 찾아 온 암 등을 거치며 삶을 돌아보는 이야기다. 남부러울 것 없고, 남부끄러울 것 없던 가장의 일탈이 평온해 보였던 중산층 가정의 일상을 깨트리고, 그 속에 위태롭게 공생하던 인물들이 서로의 욕망을 드러내며 충돌한 작품이다. 은 가족극의 외피를 쓰고 있지만 신욱의 외도 상대였던 춘희(임예진)의 광적인 집착과 조강지처처럼 헌신한 오랜 연인을 버리고 예림과 결혼한 인서(손창민)의 신분 상승 욕망 등이 덧입혀진, 김수현 작가 특유의 통속 애증극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이 작품 역시, 명백한 ‘김수현 드라마’다. 김수현 드라마, 이 여섯 글자는 노작가가 43년간 스스로의 이름을 장르로 만들며 쌓아 온 역사와 내공 그 자체다. 김수현 작가는 인간을 도마 위에 올려놓고 마치 예리한 칼로 회를 뜨듯 그 내면을 세심하고 처절하게 그리고 때로는 기발하고 가혹하게 까발린다. 그 냉정한 손길 때문에 그의 작품은 시청률과는 별개로 극명하게 호오가 갈린다. 물론 김수현 작가의 이야기에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이것 하나는 분명하다. 지금까지 그 누구도, 그리고 앞으로 그 누구도 김수현 작가를 대체할 수 없다는 것. “드라마란 심심할 때 보는 것, 인기의 비결은 따로 없고 시청자들을 부담 없이 유쾌하게 만들어 줄 뿐이다”라고 말하지만, 이 대가는 단 한 편의 안방 드라마도 쉽게, 가벼이 쓰지 않았다. 사랑이든 애증이든, 욕망이든 일탈이든, 청춘이든 대가족이든, 통속 멜로든 코믹 가족극이든, 어떤 이야기를 하더라도 종국에는 극 중 인물 모두를 이해하지는 못 해도 연민하게 만드는 힘이 ‘김수현 드라마’에 있다. 김수현 작가는 한 없이 표독스러운 말들로 우리의 치부를 후벼 파지만 사실 그 누구보다 인간과 생을 가여이 여기는 이다. 하룻밤 불장난 같은 외도로 상상조차 해 본 적 없는 치욕을 겪고, 갑작스런 발병으로 발밑이 무너지는 순간을 맞은 한진희의 서늘하고 처연한 표정이 오래도록 남았던 에서 알 수 있듯 말이다.

글. 김희주 기자 fifteen@
사진. 채기원 ten@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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