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단 토크쇼 홍수에서 등장한 ‘무릎 팍 도사’

‘무릎 팍 도사’는 이 지점을 파고 들었다. 강호동이 ‘도사’ 콘셉트로 나서 누구에게, 무엇이든 물어볼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했고, 초반에 최민수, 신해철, 싸이 등 말 많고 탈 많은 게스트를 초대해 민감한 부분들을 건드리며 논란과 화제의 토크쇼로 자리잡았다. 게스트 입장에서 ‘무릎 팍 도사’에 출연하는 것이 부담이 되기도 하지만, 잘 이용할 경우 이미지를 확실히 개선할 수 있는 무대가 된 것이다. 제대 후 ‘무릎 팍 도사’를 통해 자신과 관련된 루머와 안티들에 대해 심정을 털어놓으며 대중에게 위로를 받은 문희준이 대표적인 예다. 또한 어느 시점부터 발레리나 강수진, 산악인 엄홍길, 소설가 이외수 등 연예인이 아닌 사회 저명 인사들을 초대해 교양과 예능을 절묘하게 결합하면서 게스트에게는 인지도를, 시청자에게는 그들의 인생과 생각을 쉽게 전달하며 전분야의 유명인들이 계속 나올 수 있는 길을 찾았다. 시골의사 박경철이 ‘무릎 팍 도사’ 마지막 방송에서 출연 이후 자신에게 생긴 변화를 이야기한 것은 이런 ‘무릎 팍 도사’만의 힘 때문이었다.
‘무릎 팍 도사’ 그 다음은 무엇일까

또한 의 최영인 PD는 “게스트가 주도적으로 하고 싶은 말을 다 하고 가게끔 노력한다. 게스트에 따라 장소를 바꾸는 것도 그런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다. 게스트의 깊이 있는 이야기를 꺼내 시청자와 공감할 수 있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1인 토크쇼에서는 게스트의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것부터가 만만치않은 일인 것이다. 게스트와 기싸움을 펼치며 말을 끄집어내는 강호동의 능수능란한 진행과 적절하게 치고 빠지는 ‘무릎 팍 도사’가 앞서 나갔던 이유이기도 하다. 최영인 PD는 “같은 게스트라도 새로운 이야기를 얻어내는 것이 가장 어렵다”는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이미 인터넷 등을 통해 게스트에 대한 다양한 정보가 퍼져 있는 상황에서 ‘무릎 팍 도사’와는 또다른 방식으로 더 깊은 이야기를 끌어내기는 쉽지 않다. 한 명의 스타를 집중적으로 파헤치면서 시청자의 시선을 붙잡아두는 건 1인 토크쇼의 장점이지만, 자칫하면 이미 아는 이야기를 길게 반복하는 토크쇼로 머물 수도 있다.
에 출연한 김동건 아나운서는 “1967년 시작한 경우, 최무룡, 김지미, 신영균 등 당대 최고 스타가 출연한 인기 프로그램이었지만 더 이상 스타가 없어서 30회 만에 종영했다”고 말했다. 방송사의 위치가 절대적이었던 그 시절에도 유명인을 초대해야 하는 1인 토크쇼는 쉽지 않은 포맷이었던 셈이다. 어쩌면 ‘무릎 팍 도사’는 강호동이라는 강력한 MC와 연출자의 기획력, 유세윤과 올라이즈밴드등 다른 출연진의 궁합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 예외적인 경우일 수도 있다. ‘무릎 팍 도사’가 사라진 지금, 1인 토크쇼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은 유명인들은 이제 어떤 토크쇼를 선택할까. 인생상담이든 이미지 개선이든 ‘무릎 팍 도사’처럼 그들이 원하는 것을 ‘팍팍’ 해결해줄 1인 토크쇼가 다시 나올지 궁금하다.
글. 한여울 기자 six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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