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편과 함께 지상파 라디오의 DJ가 대폭 바뀌고 있다. KBS 2FM의 인기 심야 프로그램 (이하 )의 폐지가 결정됐고, 그동안 홍진경과 옥주현이 맡아 정오에 방송되던 은 옥주현이 빠지고 아나운서 전현무가 맡는다. 홍진경은 오후 4시 방송을 맡을 예정이고, 옥주현은 하차한다. 또한 오후 8시 방송된 (이하 )를 진행하던 최강희는 시간대를 진행할 예정이고, 의 시간대에는 유인나가 DJ로 데뷔한다. MBC FM4U 역시 에 현영 대신 스윗소로우가, 에 윤도현 대신 주영훈, 에는 간미연, 는 허수경, 는 가수 심현보 등이 들어서는 등 주요 프로그램의 DJ가 대폭 교체된다. 다만 SBS 파워FM은 붐이 를 맡은 것 외에 개편 논의가 크게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돌은 해외로 가고
어디 괜찮은 DJ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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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바뀐 DJ의 면면에서 보듯 이번 개편은 대부분 라디오 진행에 많은 경험이 있는 인물들로 이뤄졌다. 최근 2~3년간 소녀시대 태연, 슈퍼주니어의 김희철, 카라의 박규리 등 인기 아이돌이 DJ로 데뷔한 것과는 다른 경향이다. 또한 KBS 2FM 의 이특과 은혁, SBS 파워FM 의 SS501 출신 김형준 정도를 제외하면 아이돌은 상당수 DJ에서 물러난 상태이기도 하다. 한 라디오 관계자는 “청소년이 많이 듣는 시간대에는 아이돌을 많이 섭외하고 싶지만 아이돌 그룹은 멤버 중 한 명이 빠지면 전체 활동 계획에 문제가 생겨 섭외 가 어렵다. 요즘에는 해외 활동이 많아져 아이돌이 매일 생방송인 라디오 DJ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규리는 최근 카라의 일본 활동으로 1년 5개월 만에 를 하차했고 제국의 아이들의 광희 또한 예정된 일본 활동 전까지만 DJ를 맡았다. 또다른 라디오 PD는 “아이돌은 비주얼이 중요하고, 팬들도 보이는 라디오 정도로 만족하지 못해 소속사에서도 매일 생방송을 해야 하는 라디오를 꺼리기도 한다”며 어려움을 말했다.

배우가 DJ를 하는 것 역시 쉽지 않다. 한 라디오 PD는 “요즘 예능에서도 배우를 진행자로 섭외해 신선함을 주려고 하듯, 라디오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라디오를 드라마나 영화 활동과 병행하기 힘들어한다”고 말했다. 최강희는 SBS 촬영 스케줄 때문에 한동안 라디오 주말 진행을 맡지 못했다. 특히 오후 8시처럼 청취자의 트렌드를 적극 반영하려는 시간대의 방송은 활동을 많이 하는 배우를 포함한 연예인에게 쉽지 않은 선택이다. 라디오 관계자는 “오후 8시부터 10시 사이가 연예인에게는 다른 방송 녹화와 행사가 가장 많을 시간이다. 일주일에 한 번 생방송을 하기 어려울 때도 있을 정도로 스케줄 조정이 어렵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여기에 올 해 말 개국하는 종합편성채널의 등장도 라디오 제작진에게는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한 라디오 PD는 “요즘처럼 프로그램도 많아지고 녹화 시간도 길어지면 라디오에만 전념할 수 있는 DJ를 찾기 어렵다. 인지도 면에서도 라디오보다 예능 프로그램에 노출되면 도움이 되기 때문에 섭외가 어렵다”고 덧붙였다.

라디오의 매력을 살릴 수 있는 방법
어디 괜찮은 DJ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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섭외가 어려워지는 반면, 청취율에 더욱 민감해진 방송사의 입장은 DJ 섭외를 더 어렵게 한다. 최근 MBC는 윤도현 하차 과정에서 새 DJ가 를 맡고 싶어 한다는 이유로 하차를 종용한 것으로 알려져 물의를 빚었다. MBC는 “경쟁력 제고 차원의 교체”라고 주장했지만 노조는 청취율 조사 결과 전부터 교체 논의가 시작됐다고 반발했다. MBC 라디오 관계자는 “라디오의 특성상 청취율로 성과를 보여주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 요즘 방송사에서 성과에 대한 압박이 심하고 조급해졌다”며 “이번 개편이 특이한 경우지만 제작진과 원활한 소통 없이 진행하다보니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후임으로 알려졌던 주병진은 여론에 부담을 느껴 DJ를 포기했고, 결국 주영훈이 진행을 맡고 있다. 또한 MBC 프로그램 중 팟캐스트 다운로드에서 높은 순위를 기록하는 폐지는 방송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렸다. MBC 한 라디오 PD는 “라디오는 진행자가 바뀌면 청취자가 상처를 받는 매체다. 이번처럼 한꺼번에 많이 교체하는 게 과연 옳을까”라며 걱정했다. 가뜩이나 섭외가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방송사의 조급함이나 납득할 수 없는 프로그램 폐지가 좋은 DJ의 발굴과 성장을 더더욱 막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라디오 제작진들은 여전히 라디오 DJ에 매력을 느끼는 연예인이 많다고 생각한다. 한 라디오 PD는 “아이돌 멤버 중 한 명도 라디오를 통해 음악인들을 자주 접하고 친해질 수 있다는 점에 매력을 느껴 진행을 계속 원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실적인 상황은 새 인물을 찾게 만드는 것을 점점 어렵게 하고 있다. 한 라디오 PD는 “일본은 메인 DJ가 일주일에 한 번 방송하고 나머지는 전문 방송인이 맡기도 한다. 한국도 그렇게 될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좋은 DJ는 점점 자리를 비운다. 새로운 얼굴은 좀처럼 등장하지 않는다. 우리는 앞으로도 처럼 DJ의 가치를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들을 수 있을까.

사진제공. 스타제국

글. 한여울 기자 sixteen@
사진. 이진혁 el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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