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남은 사랑을 드릴게요" />
무 자르듯 깔끔하게 두 조각이 나면 얼마나 좋으련만 대부분의 이별은 일방적일 때가 많다. 일련의 준비와 합의과정을 거친 헤어짐에도 감정에 있어서만큼은 5:5 정확한 평등이라는 게 없다. 아이를 잃고 이혼한 하루(주인영)와 리이치로(김영필)도 마찬가지다. 둘은 만나기만 하면 서로가 도망치는 남자와 싸우는 여자였노라 빈정댄다. 하지만 이 빈정거림이 사실은 가장 내밀한 관계에서 오는 투정이라는 것을 사람들은 안다. 단지 그들은 인정하고 싶지 않는 것뿐이다. 그래서 서로에게 이성을 소개시켜주고, 무심한듯 그들의 연애를 계속 지켜보고, 결정적인 순간에 흔들린다. 그들은 그렇게 이별하는 중이고 다시 사랑하는 중이다. │내게 남은 사랑을 드릴게요" />
단 하나의 추억을 가졌다 해도 괜찮습니다 │내게 남은 사랑을 드릴게요" />
아침을 여는 도넛가게와 저녁을 닫는 작은 술집, 화음을 맞춰가며 (둘만의) 완벽한 듀엣무대를 만드는 노래. 두 사람만이 공유하는 아이템의 가짓수만큼 이별과 새로운 시작은 힘들기만 하다. 시간차를 두고 두 사람 모두 하루에게 필요한 남자가 “새하얀 캔버스 같은 사람”이라고 얘기하는 장면은 연애야말로 서로를 가장 잘 아는 친구를 만드는 또 하나의 과정임을 보여준다. 결혼과 이혼이라는 제도에 사산이라는 묵직한 주제까지 안고 있는 소설 가 일본을 떠나 드라마로, 연극으로 만들어진 것에는 이런 보편성이 절대적으로 작용한다. 극적인 사건이라고는 소통부재가 낳은 이별의 진실이 전부인 는 그래서 호불호가 명확하다. 연극은 커다란 액션과 과도한 표정 대신 몰입하면 할수록 더욱 눈에 띄는 작은 눈짓과 무대 위를 떠도는 어떤 미묘한 분위기로 가득하다. 첫눈에 반한 상대에게서 데이트 신청을 받고 몸을 배배 꼬는 하루나 창틀 뒤에 몸을 숨기고 전 부인의 데이트 현장을 염탐하는 리이치로, 질투하지 않노라 애써 무심한 척 하는 그 둘의 모습에 관객은 자신을 투영한다. 140분이라는 짧지 않은 러닝타임 속에서도 디테일한 리얼리티가 꽉꽉 들어차있는 셈이다.
그리고 그 사실성의 많은 부분은 극단 골목길에서 오랜 시간 함께 작업해온 주인영과 김영필의 호흡에서 나온다. 까치집 지은 머리와 구겨진 셔츠를 아무렇게나 찔러 넣고 어슬렁 어슬렁 걸어오는 김영필의 리이치로에는 현실의 무게가 내려앉아있다. 이미 자기 안에서 체화되어 새롭게 쏟아지는 주인영 하루의 대사 역시 마찬가지다. 하루를 향해 “치고 빠지는 말의 호흡이 좋았습니다”라는 리이치로의 대사는 그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될 정도로 두 배우의 신뢰와 앙상블은 눈부시다.
이성의 잣대로 봤을 때 이 작품은 여전히 하루와 리이치로가 네 남녀의 희생 끝에서야 비로소 마주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가혹하다. 하지만 극의 마지막, 모서리 공포증이 있는 리이치로가 두 눈을 감고서라도 솔직해지는 순간, 는 말한다. 여전히 사랑은 이기적이고, 남의 행복을 위해서는 자신부터 행복해져야 한다고. 그리고 관객에게 묻는다. 당신은 그럴 준비가 되었느냐고. 5년 만에 다시 찾아온 이 질문이 올 가을 깊게 가슴을 찌르게 될 것이다. 어쩐지 공연 후 술 한잔이 생각나는 에는 김영필, 주인영 외에 김다현과 박시연이 리이치로와 하루로 출연하고, 11월 20일까지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공연된다.
사진제공. 쇼플레이
글. 장경진 three@
무 자르듯 깔끔하게 두 조각이 나면 얼마나 좋으련만 대부분의 이별은 일방적일 때가 많다. 일련의 준비와 합의과정을 거친 헤어짐에도 감정에 있어서만큼은 5:5 정확한 평등이라는 게 없다. 아이를 잃고 이혼한 하루(주인영)와 리이치로(김영필)도 마찬가지다. 둘은 만나기만 하면 서로가 도망치는 남자와 싸우는 여자였노라 빈정댄다. 하지만 이 빈정거림이 사실은 가장 내밀한 관계에서 오는 투정이라는 것을 사람들은 안다. 단지 그들은 인정하고 싶지 않는 것뿐이다. 그래서 서로에게 이성을 소개시켜주고, 무심한듯 그들의 연애를 계속 지켜보고, 결정적인 순간에 흔들린다. 그들은 그렇게 이별하는 중이고 다시 사랑하는 중이다. │내게 남은 사랑을 드릴게요" />
단 하나의 추억을 가졌다 해도 괜찮습니다 │내게 남은 사랑을 드릴게요" />
아침을 여는 도넛가게와 저녁을 닫는 작은 술집, 화음을 맞춰가며 (둘만의) 완벽한 듀엣무대를 만드는 노래. 두 사람만이 공유하는 아이템의 가짓수만큼 이별과 새로운 시작은 힘들기만 하다. 시간차를 두고 두 사람 모두 하루에게 필요한 남자가 “새하얀 캔버스 같은 사람”이라고 얘기하는 장면은 연애야말로 서로를 가장 잘 아는 친구를 만드는 또 하나의 과정임을 보여준다. 결혼과 이혼이라는 제도에 사산이라는 묵직한 주제까지 안고 있는 소설 가 일본을 떠나 드라마로, 연극으로 만들어진 것에는 이런 보편성이 절대적으로 작용한다. 극적인 사건이라고는 소통부재가 낳은 이별의 진실이 전부인 는 그래서 호불호가 명확하다. 연극은 커다란 액션과 과도한 표정 대신 몰입하면 할수록 더욱 눈에 띄는 작은 눈짓과 무대 위를 떠도는 어떤 미묘한 분위기로 가득하다. 첫눈에 반한 상대에게서 데이트 신청을 받고 몸을 배배 꼬는 하루나 창틀 뒤에 몸을 숨기고 전 부인의 데이트 현장을 염탐하는 리이치로, 질투하지 않노라 애써 무심한 척 하는 그 둘의 모습에 관객은 자신을 투영한다. 140분이라는 짧지 않은 러닝타임 속에서도 디테일한 리얼리티가 꽉꽉 들어차있는 셈이다.
그리고 그 사실성의 많은 부분은 극단 골목길에서 오랜 시간 함께 작업해온 주인영과 김영필의 호흡에서 나온다. 까치집 지은 머리와 구겨진 셔츠를 아무렇게나 찔러 넣고 어슬렁 어슬렁 걸어오는 김영필의 리이치로에는 현실의 무게가 내려앉아있다. 이미 자기 안에서 체화되어 새롭게 쏟아지는 주인영 하루의 대사 역시 마찬가지다. 하루를 향해 “치고 빠지는 말의 호흡이 좋았습니다”라는 리이치로의 대사는 그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될 정도로 두 배우의 신뢰와 앙상블은 눈부시다.
이성의 잣대로 봤을 때 이 작품은 여전히 하루와 리이치로가 네 남녀의 희생 끝에서야 비로소 마주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가혹하다. 하지만 극의 마지막, 모서리 공포증이 있는 리이치로가 두 눈을 감고서라도 솔직해지는 순간, 는 말한다. 여전히 사랑은 이기적이고, 남의 행복을 위해서는 자신부터 행복해져야 한다고. 그리고 관객에게 묻는다. 당신은 그럴 준비가 되었느냐고. 5년 만에 다시 찾아온 이 질문이 올 가을 깊게 가슴을 찌르게 될 것이다. 어쩐지 공연 후 술 한잔이 생각나는 에는 김영필, 주인영 외에 김다현과 박시연이 리이치로와 하루로 출연하고, 11월 20일까지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공연된다.
사진제공. 쇼플레이
글.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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