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종호│아프냐, 나도 아프다
송종호│아프냐, 나도 아프다
KBS 의 신면을 지켜보는 건 아프다. 스스로 손에 피를 묻힌 그가 밉지만 누구에게도 이해받거나 위로받지 못 하는 그가 싫지 않다. 둘도 없는 친구의 등을 치고 사랑하는 여인의 등을 보며 버티고 버티다 끝내 무너지는 얼굴에서, 욕망이라는 경계선 안과 밖의 확연히 다른 온도 차를 한 몸에 안고 있는 안타까운 남자가 보였다. 신면과 어딘가 닮았던, SBS 의 태준도 그랬다. 뜨거운 욕망을 품은 그 선명한 입술이 열등감이나 좌절로 일그러지며 싸늘하게 식는 순간, 이들을 연기한 송종호에게 눈길이 머물었다. 이처럼 송종호는 보이는 온도와 실제 품고 있는 온도가 다른 사람이다. 180cm를 훌쩍 넘는 큰 키, 멀리서도 뚜렷하게 보이는 큰 눈과 선명한 입매를 가진 남자가 모델을 거쳐 연기자가 된 것도 분명한, 그래서 특별할 것도 없는 인과관계 같지만 그 사이엔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지”라며 허허 웃을 수밖에 없는 변수가 있다.
송종호│아프냐, 나도 아프다
송종호│아프냐, 나도 아프다
송종호는 남들이 쳐다보는 것도 싫고 걸어 다닐 때도 구석으로 다니던 낯가림이 심한 소년이었다. 그리고 평범하게 결혼해서 아내와 아이들의 손을 잡고 지내는 아주 평범한 회사원을 꿈꾸는 대학생이 되었다. 하지만 그의 바람과 달리 편안하고 적당한 온도는 거기까지였다. 우연히 발을 들인 세계에서 톱모델의 온 몸에 쏟아진 스포트라이트는 뜨거웠지만 미처 준비도 의지도 없이 시작한 연기는 매정하게 등만 보이는 여인처럼 차가웠다. 1997년에 모델로 데뷔한 뒤 스스로 제대로 연기를 시작했다고 여기는 2007년까지의 10년은 그 온도 차를 견디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지금, “잘 버텼던 것 같아요”라고 말할 수 있는 건 스스로 밝히듯 좀처럼 화를 내는 일도 없고 감정의 굴곡이 크지 않은 성격 덕일 수 있다. 하지만 더 큰 이유는 섣불리 욕심내지도 무리하지도 않으며 차곡차곡 작품을 쌓아 오면서 그가 자신도 모르는 새 점점 뜨거워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지금 송종호는 연기라는 여인이 돌아봐 줄, 배우의 온도에 가까워지고 있다.
송종호│아프냐, 나도 아프다
송종호│아프냐, 나도 아프다
My name is 송종호. KBS 에서 신면을 연기하고 있다.
신면…신면… 면이가 자꾸 독해지는데, 그 이유는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세령(문채원)에 대한 집착만은 아니고 점점 지쳐가는 것 같다. 승유(박시후)에 대한 열등감도 더 커지고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이 자꾸만 죽어나가고.
신면은 가장 현실적인 인물인 것 같다.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 상황에서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 같다. 그리고 내가 하고 있어서도 그렇겠지만 가장 불쌍한 캐릭터다. 작가님께서도 다른 두 커플은 사랑을 하면서 성인이 되는데 면이는 사랑하는 사람의 따뜻한 눈길 한 번 받지 못 한 채 어린 시절에 정체된 인물이라고 하시더라. 길 잃은 고아처럼 떠돌다 이용만 당하는. 초반에는 나도 이 인물이 자꾸 독해지는 게 이해가 안 되었는데 그 얘기를 듣고 의문이 좀 풀렸다.
이 드라마를 다시 하게 된다고 해도 신면을 연기하고 싶다. 욕을 많이 먹어도 많이 배웠다. 나에게는 승유보다 면이가 더 매력적이다.
솔직히 속 터진다. 승유랑 세령 둘이 저렇게 좋아하는데 면이는 왜 자꾸 그러는 걸까. 싫다는데 자꾸 데려오고 그럼 승유는 또 와서 금방 데려가고. 으허허허. 그냥 내버려두지. 나라면 그렇게 미친 사랑을 하거나 집착하지 않을 것 같다. 서로 너무 힘들지 않나.
현장에서도 두 커플은 되게 행복하고 나는 외톨이로 있으니까 되게 쓸쓸하다. 나한테는 자번이 밖에 없다. 정종이 죽고 괴로워하며 술을 마실 때도 곁에 있어 준 자번이. (웃음)
정종이 죽었을 때는 느낌이 정말 이상하더라. 날 믿어주지 않지만 그래도 이해해주겠지 라고 생각한 친구가 죽으니까 너무 슬프더라. 울지 말아야 할 장면에서도 울어서 NG가 나고. 우정 때문에 가슴이 메어지는 드라마는 처음이라 새로운 경험이다.
(이)민우가 연기에 많은 도움을 준다. 동갑내기지만 31년 경력의 선배님이라 내가 선생님이라고 부른다. (웃음) 워낙 연기를 잘 해서 비교가 안 될 정도다. 모니터도 해주고 개인적으로도 연락도 자주 한다.
는 첫 사극이다. 사극에 대한 감이 전혀 없었지만, 고전적인 운율이니 그걸 쫓아가면 되겠지 싶었다. 막상 해보니까 말 한 마디 하기도 너무 힘들어서 되게 고민스러웠다. 생각의 정리도 많이 못 한 채 현장 가서 부딪히며 배웠다.
목소리가 낮고 굵고 느린 편인데, 사극에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다. 반면, 키가 커서 한복이 어색할 수 있다. 관복이라 어깨 부분도 베지터 같고. (웃음) 하지만 모니터할 때 외형적인 부분, 상투가 어떻게 틀어졌고 옷이 어떻네 같은 것보다 내가 저 상황에 잘 어울렸나, 자연스러웠나를 본다. 작품에 민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서 한복이 어울리고 아니고를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키가 커서 불편했던 건 초반에 로우 앵글로 많이 찍혔는데 얼굴이 좀 빵처럼 나오는 거다. (웃음) 현대극은 발판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다리를 자꾸 벌리니까 나중에는 앵글을 좀 올려주셨다.

글. 김희주 기자 fifteen@
사진. 채기원 ten@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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