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면…신면… 면이가 자꾸 독해지는데, 그 이유는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세령(문채원)에 대한 집착만은 아니고 점점 지쳐가는 것 같다. 승유(박시후)에 대한 열등감도 더 커지고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이 자꾸만 죽어나가고.
신면은 가장 현실적인 인물인 것 같다.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 상황에서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 같다. 그리고 내가 하고 있어서도 그렇겠지만 가장 불쌍한 캐릭터다. 작가님께서도 다른 두 커플은 사랑을 하면서 성인이 되는데 면이는 사랑하는 사람의 따뜻한 눈길 한 번 받지 못 한 채 어린 시절에 정체된 인물이라고 하시더라. 길 잃은 고아처럼 떠돌다 이용만 당하는. 초반에는 나도 이 인물이 자꾸 독해지는 게 이해가 안 되었는데 그 얘기를 듣고 의문이 좀 풀렸다.
이 드라마를 다시 하게 된다고 해도 신면을 연기하고 싶다. 욕을 많이 먹어도 많이 배웠다. 나에게는 승유보다 면이가 더 매력적이다.
솔직히 속 터진다. 승유랑 세령 둘이 저렇게 좋아하는데 면이는 왜 자꾸 그러는 걸까. 싫다는데 자꾸 데려오고 그럼 승유는 또 와서 금방 데려가고. 으허허허. 그냥 내버려두지. 나라면 그렇게 미친 사랑을 하거나 집착하지 않을 것 같다. 서로 너무 힘들지 않나.
현장에서도 두 커플은 되게 행복하고 나는 외톨이로 있으니까 되게 쓸쓸하다. 나한테는 자번이 밖에 없다. 정종이 죽고 괴로워하며 술을 마실 때도 곁에 있어 준 자번이. (웃음)
정종이 죽었을 때는 느낌이 정말 이상하더라. 날 믿어주지 않지만 그래도 이해해주겠지 라고 생각한 친구가 죽으니까 너무 슬프더라. 울지 말아야 할 장면에서도 울어서 NG가 나고. 우정 때문에 가슴이 메어지는 드라마는 처음이라 새로운 경험이다.
(이)민우가 연기에 많은 도움을 준다. 동갑내기지만 31년 경력의 선배님이라 내가 선생님이라고 부른다. (웃음) 워낙 연기를 잘 해서 비교가 안 될 정도다. 모니터도 해주고 개인적으로도 연락도 자주 한다.
는 첫 사극이다. 사극에 대한 감이 전혀 없었지만, 고전적인 운율이니 그걸 쫓아가면 되겠지 싶었다. 막상 해보니까 말 한 마디 하기도 너무 힘들어서 되게 고민스러웠다. 생각의 정리도 많이 못 한 채 현장 가서 부딪히며 배웠다.
목소리가 낮고 굵고 느린 편인데, 사극에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다. 반면, 키가 커서 한복이 어색할 수 있다. 관복이라 어깨 부분도 베지터 같고. (웃음) 하지만 모니터할 때 외형적인 부분, 상투가 어떻게 틀어졌고 옷이 어떻네 같은 것보다 내가 저 상황에 잘 어울렸나, 자연스러웠나를 본다. 작품에 민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서 한복이 어울리고 아니고를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키가 커서 불편했던 건 초반에 로우 앵글로 많이 찍혔는데 얼굴이 좀 빵처럼 나오는 거다. (웃음) 현대극은 발판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다리를 자꾸 벌리니까 나중에는 앵글을 좀 올려주셨다.
글. 김희주 기자 fifteen@
사진. 채기원 ten@
편집. 이지혜 seven@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