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매한 걸 정해주는 남자라는 뜻의 ‘애정남’ 코너를 시작한 지 불과 한 달. 하지만 첫 녹화부터 편집 없이 바로 방송됐고 심지어 빵 터지기까지 했다. 도대체 축의금은 얼마를 내야 하는지, 영화관에서 어느 쪽 팔걸이를 사용해야 하는지, 애인 있는 사람이 절대 만나서는 안 되는 이성 친구의 기준이 어디까지인지. ‘애정남’은 그야말로 ‘애매한’ 질문들에 대한 답을 제시해주는 해결사다. “원래는 법에 위배되진 않지만 도덕적으로 잘못하는 사람들, 가령 장사 좀 잘 된다고 손님들한테 불친절한 식당 주인을 처벌하는 재판 콘셉트였어요. 근데 대학로 공연장에 코너를 올려보니까 관객들이 어떤 대상을 심판하고 때리는 것보다 그런 말을 대신 해준다는 것 자체에서 희열을 느끼시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의 ‘애정남’이 탄생했죠.”
축의금 3만원과 5만원의 기준은 결혼식 성수기와 비성수기로 나누고 5만원과 10만원 사이의 선택은 친구 부모님이 내 이름을 아는지 여부로 결정하는 디테일함도 인상적이지만, 무엇보다 사람들이 ‘애정남’이 정해주는 기준에 설득당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최효종의 희번덕거리는 눈빛과 저돌적인 자세에서 찾을 수 있다. “원래 쑥스러워서 그런 걸 잘 못하는 성격인데, 첫 녹화 들어가기 전에 팀원들한테 장난삼아 눈을 부릅뜨면서 전라도 사투리로 ‘열심히 할게-잉’ 이렇게 말했더니 그 말투가 재밌다는 거예요.” 그래서 최효종이 추천한 노래들을 보면 음악계의 애정남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먼발치에서 바라보는 남자의 모습을 담은 노래들’이라는 테마도 굉장히 구체적이지만, 그가 추천한 곡들은 모두 이미 다른 남자가 곁에 있는 여자를 향한, 전혀 애매하지 않고 확실히 슬픈 노래들이다.
“멜로디는 참 밝은데 가사는 슬프잖아요. 언발란스한 매력이 있어요. ‘좋은 사람’은 워낙 예전부터 명곡이었기 때문에 한 번 듣고 ‘와 좋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유희열 씨는 정말 천재성이 있으신 분 같아요.” 한 때 짝사랑하는 남자들을 좌절하게 만들었던 명대사가 유행처럼 나돌았다. ‘오빤 참 좋은 사람이야.’ 당신은 참 좋은 사람이지만 나에게 있어 좋은 남자는 아니라는 말은 바로 토이의 ‘좋은 사람’에 나오는 가사다. 하지만 최효종은 다른 가사에 공감을 표한다. “제일 좋아하는 구절이 ‘내 친구 학교 앞에 놀러 왔던 날 / 우리들 연인 같다 장난쳤을 때 / 넌 웃었고 난 밤 지새웠지’ 예요. 와, 너는 웃었고 나는 밤을 지새웠대요. 차마 앞에서는 좋아하는 티를 못 내고 혼자 끙끙 앓는 남자의 모습이죠.”
“‘사랑하지 않을 거라면’은 국내 가요를 통틀어서 가장 좋아하는 노래예요. 휘성 씨 노래 중에서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곡이지만, 개인적인 애창곡이죠. 가사가 그런 내용이잖아요. 날 좋아하지 않으면서 내 옆에 있으려 하지 말고 차라리 그냥 떠나라고. 하지만 결국 마지막에 가서는 떠나지 말라고, 마치 god의 ‘거짓말’ 가사처럼 속마음을 드러내요. 실제 그런 경험이 있었던 건 아닌데, 그런 내용이 참 좋더라고요. 사실 멜로디 자체는 노멀해요. 클라이맥스에서 확 지르는 것도 없고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노래인데, 아무래도 휘성 씨가 워낙 노래를 잘하시니까 느낌을 잘 살리신 것 같아요.” 어떤 노래도 휘성의 목소리를 거치면 애절한 느낌이 묻어나온다. 곧 발매될 입대 전 마지막 앨범에 어떤 곡이 수록될지 궁금한 건 그래서다.
MBC <우리들의 일밤> ‘나는 가수다’에 출연하게 된 김경호는 첫 녹화를 마치고 공식 홈페이지에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는 소감을 남겼다. 특히 ‘나를 슬프게 하는 사람들’은 슬픈 가사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고음으로 수많은 사람들의 심장을 쿵쾅거리게 만들었던 김경호의 대표곡이다. “제가 중, 고등학교 다닐 땐 이 노래가 노래 잘하는 사람들의 기준이었어요. 이 노래를 완창할 수 있느냐, 이 고음을 소화할 수 있느냐, 둘 다 할 수 있으면 완전 노래 잘하는 사람. (웃음) 가사 자체도 정말 좋아요. 특히 비오는 밤에 들으면 어우, 최고죠. 그냥 듣고만 있어도 뮤직비디오, 그림이 그려지는 노래예요.”
지현우가 기타를 맡고 있는 3인조 밴드 ‘더 넛츠’의 ‘내 사람입니다’는 그들의 두 번째 앨범에 수록된 곡이다. 이별 노래보다 먼발치에서 여자를 짝사랑하는 남자의 노래를 더 좋아한다는 최효종은 헤어진 연인을 그리워하는 타이틀 곡 ‘잔소리’보다, 한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의 간절한 마음을 담은 ‘내 사람입니다’를 추천한다. “가사가 직접적이라서 좋아요”라는 최효종의 말처럼, ‘그녀가 없어도 당신은 살잖아요 / 나는 안돼요’ 라든지 ‘심장을 원하면 그대가 가져요 / 내 숨을 원하면 얼마든 가져요 / 그녀만은 하나만은 나에게서 제발 데려가지 말아요’와 같은 단호하면서도 애절한 부탁이 인상적인 곡이다. “가사를 에둘러 표현하지 않아서인지 노래도 완전 깔끔하고 담백하게 들리는 것 같아요.”
“원래 K2를 좋아했어요. 김성면 씨가 부른 노래 중에 워낙 좋은 곡들이 많잖아요. ‘그녀의 연인에게’도 역시 명곡인데, 중간에 이런 가사가 나와요. ‘날 대신해 그녈 영원히 지켜줘야해 / 내가 못 이룬 사랑 이제는 다 모두 이룰 그대’ 결국 자신을 대신해서 이 여자를 행복하게 해주라는 뜻인데, 사실 그런 말하기 쉽지 않잖아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스타일의 가사가 이 노래처럼 직접적인 고백은 못하면서 그녀의 행복을 바라는 내용이거든요. 그녀가 다른 남자 때문에 아파하면 내가 더 아파하고, 지금의 친구관계마저 무너질까봐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거죠.” ‘피노키오’에서 활동하다가 기타리스트 이태섭과 ‘K2’를 결성했던 김성면은 1집 이후 이태섭이 탈퇴하면서 홀로 활동하게 된다. 3집에 수록된 ‘그녀의 연인에게’는 김성면의 샤우팅보다 부드러운 보이스가 돋보이는 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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