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동은 거기 없었다. 남은 멤버들은 누구도 그가 서 있던 자리, 한 가운데의 새 주인이 되려 하지 않았다. 대신 “밤새고 왔어요. 잠이 와야죠.”, “웃으면서 헤어질 수 있게 열심히 해보죠” 같은 말들이 오갔다. 사실 걱정만큼 나쁜 상황은 아니다. KBS 의 ‘1박 2일’은 6개월 후 종영을 알렸고, 연출자 나영석 PD는 그 정도 시간을 충분히 끌고 갈 수 있는 사람이다. 잠정 은퇴를 선언한 강호동이 없는 첫 방송에서 5명의 멤버를 5개의 5일장으로 나눠 보낸 건 좋은 선택이었다. 남은 멤버들은 혼자서도 그럭저럭 분량을 채웠다. 강호동이라면 장터에서 음식들만 추천하는 대신 뭐든 더 했을 수도 있겠지만, 남은 멤버들이 첫 방송부터 잘하는 것도 이상한 일이다. 강호동이 곧 쇼 그 자체였던 MBC 의 ‘무릎 팍 도사’를 제외하면 ‘1박 2일’이든 SBS 이나 이든 프로그램을 끌고 갈 나름의 답을 찾을 것이다.
강호동의 부재가 남기는 질문 다만, 강호동은 답이 아닌 질문을 던지는 MC였다. 천하장사가 예능을 하겠다고 할 때, 리얼리티 쇼라는 말이 생소하던 시절 다이어트 도전에 나설 때, 커플 프로그램 MC로 나서거나 1:1 토크쇼를 한다고 할 때, 심지어 잠정 은퇴를 선언할 때, 그 모든 순간의 선택은 “이 강호동이가 이걸 하면 여러분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라는 질문으로 귀결된다. ‘1박 2일’은 강호동의 예능사를 압축 시킨 것과 같다. 그는 제작진이 내건 작은 미션을 “우리가 입수를 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와 같은 질문으로 되받아 치면서 분위기를 띄웠고, 자신이 키운 판으로 술렁술렁해진 분위기를 통해 쇼에 대한 관심을 극대화 시켰다. 그리고, 강호동은 그 ‘1박 2일’마저 먼저 하차를 선택했었다. 선택은 대담하고, 선택을 밀고 가는 힘은 강력하다. 호불호가 갈리고, 하는 방송마다 불안과 기대가 교차한다. 그러나, 결국 대중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1박 2일’ 하차를 결정한 것은 결과적으로 실패일지도 모른다. 그의 잠정 은퇴는 과소 납부나 땅 투기 논란에 따른 법적인 책임 보다 악화된 여론에서 비롯됐다. ‘1박 2일’이라는 지지대가 굳건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1박 2일’은 방송 5년째였다. 최근 버라이어티 쇼는 한 번 성공하면 갈수록 방영기간이 늘어난다. 그만큼 방송은 안정되지만, 새로운 시도를 할 틈은 줄어든다. 유재석은 에피소드마다 형식이 바뀌는 MBC 을 통해 새로운 시도가 가능하다. 강호동은 진행 중인 프로그램의 틀을 깨면서 새로운 길을 찾는다. 이유가 무엇이든, 강호동은 긴 안정 보다는 새로운 시도가 주는 활력을 통해 자신의 영역을 만들어나갔다. 버라이어티 쇼에 새로운 동력을 부여할 수 있는 구심점. 지금 강호동의 부재는 정서적인 문제다. 매주 4회씩 TV를 통해 만나던 사람을 적어도 당분간은 볼 수 없다. 그러나, 강호동의 부재를 정말로 느낄 수 있게 되는 건 좀 더 시간이 지난 이후일 것이다. 한 명의 MC가 판을 뒤엎고, 사람들을 북적거리게 만들고, 호불호가 명확한 논란의 중심에 서는 일은 더욱 힘들어질 것이다. 버라이어티 쇼를 주기적으로 일신할 수 있고, 그 결과로 MC의 힘을 깨닫게 할 수 있는 엔진 중 하나가 일시적으로나마 사라졌다.
MC의 시대를 뒤로하고 찾아온 새로운 시대 그래서, 강호동의 잠정은퇴는 세대, 또는 균형의 문제일 수도 있다. 유재석-강호동의 2강 체제가 유지되는 사이, 그 나머지 프로그램들을 채우는 건 Mnet 로부터 시작된 리얼리티 쇼들이었다. 리얼리티 쇼는 MC가 아닌 PD, 또는 제작사의 기획력이 중심이다. MC에서 제작진으로, 한 개인에서 제작사로 쇼의 주도권이 넘어오는 사이, 유재석과 강호동은 기존의 버라이어티 쇼 안에서 대중의 입맛을 만족시키며 변화를 추구해나갔다. 그리고, 강호동이 먼저 시대의 변화 앞에서 위기를 맞이했다. 그건 방송사, 제작사, 또는 시스템이 아닌 한 개인의 힘이 판을 짤 수 있던 시대가 지나가는 순간을 바라보는 것일지도 모른다. 강호동이 ‘1박 2일’ 하차를 결정한 시기가 종편 채널과 인기 예능 PD의 이적, 리얼리티 쇼의 등장 등 예능 산업이 근래들어 가장 혼란스러운 지금인 것은 우연처럼 보이지 않는다. 어쩌면 그는 지금 가진 MC로서의 힘을 통해 다음 세대의 시스템이 될 수 있을 만큼 더 큰 영향력을 확보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그가 예능 프로그램 제작에 직접 나선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승부사도 예측할 수 없는 요소들이 겹쳐져 만들어진 악재들마저 통제할 수는 없었다.
강호동은 당분간 TV에서 볼 수 없다. 그가 돌아온다 해도 완전히 새로운 프로그램들을 통해 본궤도에 오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는 늘 익숙했던 가운데의 그 자리에 서 있던 큰 MC를 당분간 보기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그 빈자리는 다른 누군가가 채울 수 있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흐름을 깨고 판을 바꿀 수 있는 강호동이 떠난 뒤의 ‘1박 2일’에서 누구보다 두드러진 사람은 여행지 설정을 통해 출연자들의 동선을 만들고, 여러 미션을 통해 남은 출연자들이 어떻게든 움직이도록 만든 나영석 PD였다. 강호동은 거기 없었다. 그리고, 그 자리는 그대로 비워질지도 모른다.
글. 강명석 기자 two@
강호동의 부재가 남기는 질문 다만, 강호동은 답이 아닌 질문을 던지는 MC였다. 천하장사가 예능을 하겠다고 할 때, 리얼리티 쇼라는 말이 생소하던 시절 다이어트 도전에 나설 때, 커플 프로그램 MC로 나서거나 1:1 토크쇼를 한다고 할 때, 심지어 잠정 은퇴를 선언할 때, 그 모든 순간의 선택은 “이 강호동이가 이걸 하면 여러분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라는 질문으로 귀결된다. ‘1박 2일’은 강호동의 예능사를 압축 시킨 것과 같다. 그는 제작진이 내건 작은 미션을 “우리가 입수를 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와 같은 질문으로 되받아 치면서 분위기를 띄웠고, 자신이 키운 판으로 술렁술렁해진 분위기를 통해 쇼에 대한 관심을 극대화 시켰다. 그리고, 강호동은 그 ‘1박 2일’마저 먼저 하차를 선택했었다. 선택은 대담하고, 선택을 밀고 가는 힘은 강력하다. 호불호가 갈리고, 하는 방송마다 불안과 기대가 교차한다. 그러나, 결국 대중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1박 2일’ 하차를 결정한 것은 결과적으로 실패일지도 모른다. 그의 잠정 은퇴는 과소 납부나 땅 투기 논란에 따른 법적인 책임 보다 악화된 여론에서 비롯됐다. ‘1박 2일’이라는 지지대가 굳건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1박 2일’은 방송 5년째였다. 최근 버라이어티 쇼는 한 번 성공하면 갈수록 방영기간이 늘어난다. 그만큼 방송은 안정되지만, 새로운 시도를 할 틈은 줄어든다. 유재석은 에피소드마다 형식이 바뀌는 MBC 을 통해 새로운 시도가 가능하다. 강호동은 진행 중인 프로그램의 틀을 깨면서 새로운 길을 찾는다. 이유가 무엇이든, 강호동은 긴 안정 보다는 새로운 시도가 주는 활력을 통해 자신의 영역을 만들어나갔다. 버라이어티 쇼에 새로운 동력을 부여할 수 있는 구심점. 지금 강호동의 부재는 정서적인 문제다. 매주 4회씩 TV를 통해 만나던 사람을 적어도 당분간은 볼 수 없다. 그러나, 강호동의 부재를 정말로 느낄 수 있게 되는 건 좀 더 시간이 지난 이후일 것이다. 한 명의 MC가 판을 뒤엎고, 사람들을 북적거리게 만들고, 호불호가 명확한 논란의 중심에 서는 일은 더욱 힘들어질 것이다. 버라이어티 쇼를 주기적으로 일신할 수 있고, 그 결과로 MC의 힘을 깨닫게 할 수 있는 엔진 중 하나가 일시적으로나마 사라졌다.
MC의 시대를 뒤로하고 찾아온 새로운 시대 그래서, 강호동의 잠정은퇴는 세대, 또는 균형의 문제일 수도 있다. 유재석-강호동의 2강 체제가 유지되는 사이, 그 나머지 프로그램들을 채우는 건 Mnet 로부터 시작된 리얼리티 쇼들이었다. 리얼리티 쇼는 MC가 아닌 PD, 또는 제작사의 기획력이 중심이다. MC에서 제작진으로, 한 개인에서 제작사로 쇼의 주도권이 넘어오는 사이, 유재석과 강호동은 기존의 버라이어티 쇼 안에서 대중의 입맛을 만족시키며 변화를 추구해나갔다. 그리고, 강호동이 먼저 시대의 변화 앞에서 위기를 맞이했다. 그건 방송사, 제작사, 또는 시스템이 아닌 한 개인의 힘이 판을 짤 수 있던 시대가 지나가는 순간을 바라보는 것일지도 모른다. 강호동이 ‘1박 2일’ 하차를 결정한 시기가 종편 채널과 인기 예능 PD의 이적, 리얼리티 쇼의 등장 등 예능 산업이 근래들어 가장 혼란스러운 지금인 것은 우연처럼 보이지 않는다. 어쩌면 그는 지금 가진 MC로서의 힘을 통해 다음 세대의 시스템이 될 수 있을 만큼 더 큰 영향력을 확보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그가 예능 프로그램 제작에 직접 나선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승부사도 예측할 수 없는 요소들이 겹쳐져 만들어진 악재들마저 통제할 수는 없었다.
강호동은 당분간 TV에서 볼 수 없다. 그가 돌아온다 해도 완전히 새로운 프로그램들을 통해 본궤도에 오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는 늘 익숙했던 가운데의 그 자리에 서 있던 큰 MC를 당분간 보기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그 빈자리는 다른 누군가가 채울 수 있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흐름을 깨고 판을 바꿀 수 있는 강호동이 떠난 뒤의 ‘1박 2일’에서 누구보다 두드러진 사람은 여행지 설정을 통해 출연자들의 동선을 만들고, 여러 미션을 통해 남은 출연자들이 어떻게든 움직이도록 만든 나영석 PD였다. 강호동은 거기 없었다. 그리고, 그 자리는 그대로 비워질지도 모른다.
글. 강명석 기자 tw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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