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가수들과 공연하는 것이 단순한 영광만은 아니었고, 순위에도 연연하고 있었으며, 결과 역시 겸허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MBC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에서 들을 수 있는 단골 멘트들을 뒤집은 내용이, 결국 진짜 속마음이다. ‘나가수’에서 탈락을 경험한 가수들이 출연한 ‘꼴지의 역습’ 특집에서는 진지하고 비장한 작별인사 대신 그들에게 듣고 싶었던 이야기를 예능적인 방식으로 들을 수 있었다. 김연우는 탈락의 상처를 “난데, 김연운데, 실용음악계의 레전든데?”라며 인정하기 쉽지 않았다고 고백했고, 김조한은 탈락 후 집으로 돌아오던 자유로를 ‘눈물의 도로’로 기억했다. 거짓말 탐지기 굿보이 대신 등장한 ‘진실의 안경’은 “솔직히 탈락자 중에 내가 제일 아깝다고 생각한다”와 같이 대답하기 쉽지 않은 질문에 가볍고 재미있게 답할 수 있게 도와주었고, ‘마이너스의 손’ 매니저로 출연한 고영욱은 가수들에게서 더 다양한 이야기를 끌어내며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의 이번 특집은 토크쇼 로서가 아니라 ‘나가수’의 대척점으로서 흥미롭다. 출연자들이 전쟁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혹독한 경쟁의 장인 ‘나가수’에서 무대 뒤의 모습이란 언제나 피가 마르고 진이 빠지는 고통의 연속이다. 매니저들의 역할이 가수들을 “편안하게” 하는 데 집중되어 있는 것은, 그만큼 가수들이 경쟁의 불편함을 견디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래서 마음껏 웃고, 진짜 속마음을 말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건 그 무대를 떠난 다음이다. ‘나가수’의 비하인드 스토리는 특별한 것이 아니라 경쟁이 끝나고 난 뒤, 변화했지만 계속되는 일상이었다. 말 그대로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펼쳐놓았던 골방에서 그들이 만든 작은 공연은 있는 그대로 즐거웠다. 게다가 ‘나가수’ 출연진 중에 유일한 대상가수인 룰라의 고영욱도 노래 할 수 있었다. 경쟁을 목적으로 하는 무대에서는 누군가 노래를 할 수 없게 되지만, 함께 놀기 위한 무대에서는 누구나 춤추고 노래한다. 연출자 교체와 함께 변화를 앞둔 가 잊지 않아야 할 것이 있다면 바로, 언제나 함께 노는 이 골방의 정신일 것이다.
글. 윤이나(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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