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킥> 월드의 시작과 끝, 변기와 땅굴
월드의 시작과 끝, 변기와 땅굴" /> 5회 MBC 저녁 7시 45분
내상(안내상)네 가족과 진희(백진희)는 비슷하면서도 가장 대척점에 있는 인물들이다. 중산층 시절 물질의 풍요를 넘치도록 맛봤던 내상네는 계상(윤계상)과 지석(서지석)에게 얹혀살면서도 사업자금과 수정(크리스탈)의 교육비, 더 편안한 잠자리를 요구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 반면 아무것도 가져보지 못한 진희가 원하는 건 단지 잠을 잘 수 있는 공간일 뿐이다. MBC 에서 취직을 쉽게 하지 못하던 정음(황정음)과 살기 위해 식모살이를 했던 세경(신세경)의 복사판 같은 진희는, 그래서 가장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인물이다. 하지만 밥을 먹다가도 빚쟁이들이 찾아오면 땅굴로 피신하는 내상네나, 지원(김지원)과 하선(박하선)의 눈치를 보며 숨는 진희 모두 돈 때문에 “투명인간처럼” 살아야하는 건 마찬가지다.

(이하 )은 이들을 자연스러우면서도 빤하지 않게 땅굴로 연결한다. 내상이 판 땅굴이 진희가 앉아있는 변기로 연결되는 장면은, 그동안 작품 속에서 따로 존재하며 대비됐던 이들이 본격적으로 엮이게 됨을 알리는 장치다. 또한 지석(서지석)과 하선, 계상(윤계상)과 지원의 만남을 미리 깔아놓음으로써 혈연으로 이뤄진 가족과 그렇지 않은 가족 차원의 이야기로 확장될 수도 있다. 계상이 할머니를 무료로 치료해주고 고마움의 표시로 받은 더덕을 엄마 잃은 아이에게 건넨 것처럼, 은 이들을 통해 ‘연대의 선순환’에 대해 이야기할 가능성을 안고 있다. 두 집을 연결하는 땅굴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일단, 질식할 듯 꽉 막혀 있던 땅굴에서 “통풍도 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도망갈 수도 있는” 구멍은 지원의 집을 향해 뚫렸다. 이들은 땅굴에서 지상과 얼마나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나갈 수 있을까. 지난 주 결방이 없었다면 월요일의 은 원래 일주일의 마지막 방영분인 금요일에 나올 것이었다. 은 그렇게 일주일만에 설계도를 완성했다. 남은 건 설계된 집의 사람들이 살아 움직이는 일이다.

글. 황효진 기자 seven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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