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net 의 ‘슈퍼위크’는 넓은 실내에서 진행된다. 그만큼 목소리가 울리고, 두꺼운 소리들이 뭉친다. 는 출연자들의 음악도 이런 특성을 거의 그대로 반영한다. 모노로 느껴질 만큼 흐릿한 톤에 보컬의 볼륨만 상대적으로 높인다. 이 쇼에서 시즌 1의 여인천하 팀, 지난해 장재인과 김지수의 ‘신데렐라’처럼 보컬, 또는 얇은 만큼 명확하게 소리가 나는 어쿠스틱 기타 중심의 팀이 화제가 된 이유다. 이런 사운드로는 연주 파트가 많을수록 소리가 뭉치고, 원래보다 작게 믹싱된 일렉트릭 기타나 드럼은 존재감을 갖기 어렵다. 예리밴드와 헤이즈 같은 밴드들은 ‘슈퍼위크’에서 시청자에게 좋은 인상을 남길 기회 자체가 줄어드는 셈이다.
문제는 음악에 대한 입장 예리밴드의 리더 한승오가 TOP10에 올랐음에도 숙소를 무단이탈한 이유가 이 때문은 아니다. 그는 제작진이 편집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악의적으로 왜곡시켰다고 주장했다. 한승오는 헤이즈와의 협연에서 1, 2절을 따로 나눠서 연주하자는 입장을 고수했다. ‘원본’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컷을 자르고 붙이긴 했지만, Mnet이 공개한 영상에서 헤이즈의 멤버는 그의 고집 때문에 울기도 한다. 그러나, 한승오는 “드럼 두 대가 섞이거나 드럼이 다른 팀의 파트를 연주하는” 상황을 피하고 싶어 했다. 다른 색깔을 가진 밴드가 단 하루도 안 되는 시간동안 다른 팀의 연주에 맞춰 드럼을 맞춰주는 건 프로 밴드라도 쉽지 않은 일이다. 의 제작진은 없는 것을 만들어내지는 않았다. ‘원본’이라 공개된 영상에서도 한승오는 헤이즈의 의견을 좀처럼 듣지 않았다. 하지만 그냥 고집을 부리는 것과 음악적인 이유가 있는 고집은 다르다. 제작진이 음악적인 부분까지 다 다뤄야할 의무는 없다. 재미를 위해서라면 투개월과 버스커버스커의 협연 과정보다는 그들의 러브라인을 보여주는 게 낫다. 다만 출연자를 조금이라도 배려한다면 고집의 이유가 음악에서 시작됐음을 몇 컷이라도 더 보여주거나, 자막과 나레이션으로 설명할 방법은 있었을 것이다. 는 밴드가 응시할 기회를 준다. 하지만 밴드, 특히 록 밴드는 시청자에게 그들의 사운드를 어필하기도 어렵고, 화음위주의 편곡을 하는 보컬 그룹보다 복잡한 밴드 편곡의 특성을 설명하기도 어렵다. 결국, 문제는 가 음악에 관해 취하는 입장이다.
제작진은 밴드를 ‘슈퍼위크’나 TOP10에 올린다. 하지만 게임의 룰은 그들의 특성을 배려하지 않는다. 대신 그들에게 Mnet < M Countdown > 같은 무대에 적합한 스타가 될 것을 요구한다. ‘슈퍼위크’에서 한나절 만에 모르는 노래의 가사를 외우고, 모르는 사람과 멋진 무대를 만들어내는 건 바쁜 스케줄에서 온갖 무대를 소화해야 하는 요즘 아이돌 스타에게 필요하다. 자신의 개성이 중요한 뮤지션은 그럴 의지도, 기회도 거의 없다. 프로그램의 방향을 설정하는 것 역시 제작진의 권한이다. 그러나, 의 시청률은 상당부분 아이돌, 또는 대형 기획사 소속이 되지 못한 숨은 인재를 발굴하는 것을 통해 이뤄진다. 멤버의 위암 사연이 알려진 울랄라세션처럼 실력과 안타까운 사연이 있는 출연자가 등장할 때 쇼에 대한 관심이 올라간다. 밴드가 ‘슈퍼위크’에서도 그대로 팀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며 참여를 독려한 것은 이런 장점을 유지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음악은 사라진 쇼의 뒷면 그러나 는 바뀐 출연자의 상황을 반영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의 세계관을 더 강력하게 고수한다. 제작진은 마음만 먹는다면 패자부활전을 통해 원하는 출연자를 TOP10 직전까지 올릴 수 있다. 박필규는 ‘슈퍼위크’에서 두 번 연속 패자부활전으로 미션을 통과했다. 그가 부른 ‘왼손잡이’는 편집을 통해 상당부분 잘려나가 시청자는 그의 실력이 어땠는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박필규, 손예림, 최영태 등 패자 부활전을 통해 기회를 얻은 출연자들은 실력도 좋았지만 화제성이 뛰어났었다. 반대로 버스커버스커는 화제의 무대를 선보였지만 패자부활전의 기회조차 못 잡았다.
제작진은 표면적으로 ‘음악’과 ‘감동’을 내세우지만, 실질적으로는 화제성과 논란을 중심으로 할 수 있는 최대한 출연자들을 뽑아낸다. 오히려 예선에서는 원맨밴드 형식으로 연주하는 출연자에게는 긴 시간동안 음악을 준비하는 과정을 보여준 뒤, 좋은 음악적 결과물을 보여주며 강한 인상을 남기는 등 음악과 캐릭터를 결합시킨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가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진정성’을 가질 수 있던 이유다. 그러나, ‘슈퍼위크’에서 제작진은 그들의 세계관을 수정 없이 밀어 붙였다. 탈락자들은 어떤 설명도 듣지 못한 채 일부만 패자부활전의 기회를 얻고, 단체로 ‘거위의 꿈’을 부르며 합격을 기다린다. 합격할 사람은 이미 정해져 있었고, 제작진은 어떤 설명 없이 마스카라가 다 번지도록 ‘거위의 꿈’을 부르며 우는 출연자들을 보여준다. 시즌 2를 겪은 시청자들이 이제는 예선과 ‘슈퍼위크’의 방영 분량만으로도 출연자의 TOP10 여부를 예상하는 상황에서 제작진은 음악 대신 쇼의 설정과 편집을 더 강조하는 방식으로 드라마와 반전을 만들려 하고 있다. 김소영 같은 건반 연주자는 제작진에게 악보를 봐도 좋다는 말을 듣고 악보를 보며 연주했다. 하지만 이후 제작진은 실수였다며 악보를 보지 못하게 한다. 한 사람의 당락을 결정지을 수도 있었던 제작진의 실수는 방송에서 생략됐다. 한승오가 정말 고집스럽고 독단적인 사람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한승오보다 더 고집스럽고 독단적인 건, 제작진이다.
, 지금 멈춰 돌아볼 때 시청률만 좋다면 상관없을지도 모른다. 예리밴드의 사건은 노이즈 마케팅으로 가장 좋은 소재다. 시청자들은 새로운 TOP10 출연자에 관심을 집중할 것이다. 그러나, 명분과 출연자들을 움직이는 실제 시스템의 괴리가 커질수록 는 스스로의 폭을 좁힌다. 이 쇼에서 현재 가장 유리한 출연자는 나름의 사연을 가졌거나, 튀는 캐릭터가 있는 어쿠스틱 연주나 보컬리스트다. 시청자의 호감도 이전에 제작진이 그들에게 유리한 틀을 짜고 있기 때문이다. 시즌 2는 유일한 오디션 프로그램의 힘과 이른바 ‘악마의 편집’이 주는 재미로 이런 문제를 극복했다. 하지만 지금 SBS는 대형 기획사와 손잡고 아이돌 스타를 꿈꾸는 이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KBS 는 철저하게 밴드의 특성에 맞춘 채 실력 위주의 오디션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과연 는 지금의 방식만으로 과거와 같은 대표성과 화제성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이 쇼의 우승자가 허각처럼 ‘실력파’를 대표하는 이미지를 얻을 수 있을까. 지금 유연성이 필요한 건 한승오가 아니라 제작진일지도 모른다. 리얼리티 쇼가 반드시 편집과 패자부활전만으로 흥행하는 건 아니다.
글. 강명석 기자 two@
편집. 장경진 three@
문제는 음악에 대한 입장 예리밴드의 리더 한승오가 TOP10에 올랐음에도 숙소를 무단이탈한 이유가 이 때문은 아니다. 그는 제작진이 편집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악의적으로 왜곡시켰다고 주장했다. 한승오는 헤이즈와의 협연에서 1, 2절을 따로 나눠서 연주하자는 입장을 고수했다. ‘원본’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컷을 자르고 붙이긴 했지만, Mnet이 공개한 영상에서 헤이즈의 멤버는 그의 고집 때문에 울기도 한다. 그러나, 한승오는 “드럼 두 대가 섞이거나 드럼이 다른 팀의 파트를 연주하는” 상황을 피하고 싶어 했다. 다른 색깔을 가진 밴드가 단 하루도 안 되는 시간동안 다른 팀의 연주에 맞춰 드럼을 맞춰주는 건 프로 밴드라도 쉽지 않은 일이다. 의 제작진은 없는 것을 만들어내지는 않았다. ‘원본’이라 공개된 영상에서도 한승오는 헤이즈의 의견을 좀처럼 듣지 않았다. 하지만 그냥 고집을 부리는 것과 음악적인 이유가 있는 고집은 다르다. 제작진이 음악적인 부분까지 다 다뤄야할 의무는 없다. 재미를 위해서라면 투개월과 버스커버스커의 협연 과정보다는 그들의 러브라인을 보여주는 게 낫다. 다만 출연자를 조금이라도 배려한다면 고집의 이유가 음악에서 시작됐음을 몇 컷이라도 더 보여주거나, 자막과 나레이션으로 설명할 방법은 있었을 것이다. 는 밴드가 응시할 기회를 준다. 하지만 밴드, 특히 록 밴드는 시청자에게 그들의 사운드를 어필하기도 어렵고, 화음위주의 편곡을 하는 보컬 그룹보다 복잡한 밴드 편곡의 특성을 설명하기도 어렵다. 결국, 문제는 가 음악에 관해 취하는 입장이다.
제작진은 밴드를 ‘슈퍼위크’나 TOP10에 올린다. 하지만 게임의 룰은 그들의 특성을 배려하지 않는다. 대신 그들에게 Mnet < M Countdown > 같은 무대에 적합한 스타가 될 것을 요구한다. ‘슈퍼위크’에서 한나절 만에 모르는 노래의 가사를 외우고, 모르는 사람과 멋진 무대를 만들어내는 건 바쁜 스케줄에서 온갖 무대를 소화해야 하는 요즘 아이돌 스타에게 필요하다. 자신의 개성이 중요한 뮤지션은 그럴 의지도, 기회도 거의 없다. 프로그램의 방향을 설정하는 것 역시 제작진의 권한이다. 그러나, 의 시청률은 상당부분 아이돌, 또는 대형 기획사 소속이 되지 못한 숨은 인재를 발굴하는 것을 통해 이뤄진다. 멤버의 위암 사연이 알려진 울랄라세션처럼 실력과 안타까운 사연이 있는 출연자가 등장할 때 쇼에 대한 관심이 올라간다. 밴드가 ‘슈퍼위크’에서도 그대로 팀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며 참여를 독려한 것은 이런 장점을 유지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음악은 사라진 쇼의 뒷면 그러나 는 바뀐 출연자의 상황을 반영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의 세계관을 더 강력하게 고수한다. 제작진은 마음만 먹는다면 패자부활전을 통해 원하는 출연자를 TOP10 직전까지 올릴 수 있다. 박필규는 ‘슈퍼위크’에서 두 번 연속 패자부활전으로 미션을 통과했다. 그가 부른 ‘왼손잡이’는 편집을 통해 상당부분 잘려나가 시청자는 그의 실력이 어땠는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박필규, 손예림, 최영태 등 패자 부활전을 통해 기회를 얻은 출연자들은 실력도 좋았지만 화제성이 뛰어났었다. 반대로 버스커버스커는 화제의 무대를 선보였지만 패자부활전의 기회조차 못 잡았다.
제작진은 표면적으로 ‘음악’과 ‘감동’을 내세우지만, 실질적으로는 화제성과 논란을 중심으로 할 수 있는 최대한 출연자들을 뽑아낸다. 오히려 예선에서는 원맨밴드 형식으로 연주하는 출연자에게는 긴 시간동안 음악을 준비하는 과정을 보여준 뒤, 좋은 음악적 결과물을 보여주며 강한 인상을 남기는 등 음악과 캐릭터를 결합시킨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가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진정성’을 가질 수 있던 이유다. 그러나, ‘슈퍼위크’에서 제작진은 그들의 세계관을 수정 없이 밀어 붙였다. 탈락자들은 어떤 설명도 듣지 못한 채 일부만 패자부활전의 기회를 얻고, 단체로 ‘거위의 꿈’을 부르며 합격을 기다린다. 합격할 사람은 이미 정해져 있었고, 제작진은 어떤 설명 없이 마스카라가 다 번지도록 ‘거위의 꿈’을 부르며 우는 출연자들을 보여준다. 시즌 2를 겪은 시청자들이 이제는 예선과 ‘슈퍼위크’의 방영 분량만으로도 출연자의 TOP10 여부를 예상하는 상황에서 제작진은 음악 대신 쇼의 설정과 편집을 더 강조하는 방식으로 드라마와 반전을 만들려 하고 있다. 김소영 같은 건반 연주자는 제작진에게 악보를 봐도 좋다는 말을 듣고 악보를 보며 연주했다. 하지만 이후 제작진은 실수였다며 악보를 보지 못하게 한다. 한 사람의 당락을 결정지을 수도 있었던 제작진의 실수는 방송에서 생략됐다. 한승오가 정말 고집스럽고 독단적인 사람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한승오보다 더 고집스럽고 독단적인 건, 제작진이다.
, 지금 멈춰 돌아볼 때 시청률만 좋다면 상관없을지도 모른다. 예리밴드의 사건은 노이즈 마케팅으로 가장 좋은 소재다. 시청자들은 새로운 TOP10 출연자에 관심을 집중할 것이다. 그러나, 명분과 출연자들을 움직이는 실제 시스템의 괴리가 커질수록 는 스스로의 폭을 좁힌다. 이 쇼에서 현재 가장 유리한 출연자는 나름의 사연을 가졌거나, 튀는 캐릭터가 있는 어쿠스틱 연주나 보컬리스트다. 시청자의 호감도 이전에 제작진이 그들에게 유리한 틀을 짜고 있기 때문이다. 시즌 2는 유일한 오디션 프로그램의 힘과 이른바 ‘악마의 편집’이 주는 재미로 이런 문제를 극복했다. 하지만 지금 SBS는 대형 기획사와 손잡고 아이돌 스타를 꿈꾸는 이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KBS 는 철저하게 밴드의 특성에 맞춘 채 실력 위주의 오디션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과연 는 지금의 방식만으로 과거와 같은 대표성과 화제성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이 쇼의 우승자가 허각처럼 ‘실력파’를 대표하는 이미지를 얻을 수 있을까. 지금 유연성이 필요한 건 한승오가 아니라 제작진일지도 모른다. 리얼리티 쇼가 반드시 편집과 패자부활전만으로 흥행하는 건 아니다.
글. 강명석 기자 two@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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