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팍 도사’의 전략과 한계의 총집합
‘무릎 팍 도사’의 전략과 한계의 총집합
‘무릎 팍 도사’ MBC 밤 11시 5분
요즘 ‘무릎 팍 도사’는 예전 같지 않다. 프로그램이 대중적 인기를 얻고 안정기에 접어듦에 따라 불가피한 지점일 수도 있지만 다소 무뎌진 질문들과 매너리즘에 빠진 듯한 진행은 종종 안타깝다. 그러나 그동안 발레리나 강수진, 산악인 엄홍길 등 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인물이 출연했을 때 ‘무릎 팍 도사’가 예상을 뛰어넘는 저력을 발휘했다는 점을 미루어보면 어제의 주인공인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은 분위기를 전환시킬 수 있는 적임자였다.

사실 민청학련 사건이나 민중미술 등 의미 있는 사안이나 개념이 등장할 때 한 발 더 들어가는 대신 건너뛰기를 택하는 것은 대중을 상대로 한 예능 프로그램으로서 ‘무릎 팍 도사’의 전략이자 한계다. 그래서 유 전 청장이 을 언급하자 올밴이 “ 말씀이냐”며 되묻고, 강호동이 ‘지식인’ 앞에서 늘 그래왔듯 자세를 한껏 낮춰 “무식한 질문 할 수도 있는 거죠?”라고 몇 번이나 다짐받은 것은 ‘무릎 팍 도사’ 다운 패턴이다. 때로는 ‘몰라도 너무 모르는’ MC들의 리액션이 토크의 맥을 끊었음에도 비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과 답사에 익숙한 유 전 청장은 어려운 원리를 쉬운 말로 설명하며 흐름을 이어갔다. 그는 ‘학삐리’인 자신의 인생 경험이 황석영을 비롯한 ‘조선의 3대 구라’인 이들에 비해 모자라다고 했지만, 전시장에서 첫눈에 반한 여자를 위해 군에서 10개월 동안 방탄유리 펜던트를 만들고 시국 사건으로 교도소에 갔을 때 외운 불경이 문화재청장 시절 스님들과의 친분을 쌓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에피소드 등은 시대와 개인사의 흥미로운 화학작용에 시청자를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석굴암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문화재 스토리가 펼쳐지고 올밴의 지성미가 폭발할 다음 주가 기다려진다.

글. 최지은 five@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