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고는 못살아>, 기대를 심어놓은 첫 회
, 기대를 심어놓은 첫 회" /> 1회 MBC 수-목 밤 9시 55분
통성명을 하기도 전에 키스를 하고, 만난 지 한 달 만에 결혼을 했다. 드라마 초반 1~2회 정도를 거뜬히 채울 수 있는 이 황당무계한 연애 에피소드는 겨우 5분짜리 회상 신으로 처리됐다. 변호사 부부가 이혼하는 이야기를 담은 가 보여줘야 할 건 “매력을 단점으로 만드는 묘한 재주가 있는” 결혼생활이기 때문이다. 한 달 만에 결혼할 만큼 죽도록 사랑했던 두 사람이 어쩌다 이혼을 결심하게 됐을까. 첫 회는 결혼 전후, 집과 직장을 넘나들며 은재(최지우)와 형우(윤상현)의 캐릭터를 구축하는 동시에 갈등의 요소들을 곳곳에 심어놓는다.

도도한 커리어우먼 은재가 알고 보면 ‘허당’이며 경제관념 없는 형우가 집에서는 은재를 잘 챙겨주는 자상한 남편이라는 사실은 집과 직장에서의 상반된 모습을 교대로 비추면서 효과적으로 드러났다. 전작에서 코믹한 캐릭터를 소화한 경험이 많은 윤상현과, 그동안 주로 청순가련한 역할을 맡았음에도 술에 취한 척 일부러 형우의 뺨을 때리는 연기를 능청스럽게 해낸 최지우의 궁합은 꽤 훌륭하다. 시어머니에게도 악착같이 수임료를 받으려는 은재와 달랑 감자 세 개 받고 가난한 노인의 무료 변론을 맡은 형우의 가치관 차이는 두 사람의 장기적인 갈등 사유로 충분한 설득력을 얻는다. 그들의 사무실이 단순히 로맨스를 위해 소비되는 공간이 아니라 이혼에 이르게 하는 ‘갈등의 공간’이 된다는 점에서 는 기존 전문직 드라마의 ‘직장에서 연애하는 이야기’ 공식을 깰 가능성이 엿보인다.

글. 이가온 thir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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