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쌍의 ‘TV를 껐네’가 16일 음원 공개 후 이틀이 지난 18일 오후까지 주요 음원 사이트 실시간 차트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 발표한 ‘헤어지지 못하는 여자, 떠나가지 못하는 남자’도 1위를 기록하는 등 리쌍의 음원 성적은 대체로 좋았던 편이지만, 실시간으로 순위가 변하는 음원 차트에서 이틀 동안 1~2위를 지킨다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특히 최근 음원 차트는 2NE1, Miss A, 씨스타 등 걸그룹의 강세 속에 MBC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나 등 예능 프로그램과 관련된 음원들이 상위권을 휩쓰는 경향이 계속 돼온 터라 힙합 듀오의 차트 1위 고수는 확실히 눈에 띈다.

화제의 인물과 영리한 프로모션의 결합

리쌍의 강세는 때를 잘 맞춘 프로모션과 화제의 인물과의 공동 작업, 음악적인 신선함이라는 3박자가 맞아 떨어진 결과물이다. MBC 에 출연 중인 길과 SBS ‘런닝맨’에 출연 중인 개리 등의 다양한 예능 활동은 리쌍의 인지도를 한층 높여 놓았다. 비슷한 시기에 인디계의 아이돌이라 해도 좋을 10CM의 ‘안아줘요’가 발표됐지만 10CM는 ‘TV를 껐네’에도 참여해 10CM의 수요층마저도 일부 흡수할 수 있었다. 10CM와 함께 참여한 윤미래 역시 워낙 실력있는 뮤지션으로 이름난데다 최근 Mnet 의 심사위원을 맡아 관심이 집중되던 인물이다. 신동엽, 정재형, 김제동, 유세윤, 하하, 정형돈, 윤종신, 장기하 등이 참여한 프로모션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려 시선을 끈 것 또한 주효했다. 때를 잘 맞췄고, 프로모션 또한 관심을 끌었다. 참여한 뮤지션도 화제의 인물이었다. 남은 것은 호기심을 가진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는 결과물일 것이다.

프로모션의 차별화에 이은 음악의 차별화

그 점에서 리쌍은 대중성과 신선함이 결합된 결과물로 대중들에게 어필한다. 리쌍의 ‘TV를 껐네’는 어쿠스틱 악기가 주는 아니지만, 다소 헐렁한 사운드가 여유롭게 다가온다. 10CM 권정열의 나긋한 보컬과 개리와 윤미래의 엇박자 랩 또한 나른하게 이루어지고, 길의 거칠지만 감성적인 보컬이 어우러져 곡에 슬쓸한 느낌을 불어넣는다. 보통 여름에 어울리는 곡은 리쌍이 유재석과 함께 불렀던 ‘Grand Final’ 같이 힘차고 촘촘한 사운드를 가진 곡일 것이다. 그러나 여름에는 빽빽한 전자음으로 이뤄진 곡들이 많고, 차별화가 어려운 면도 있다. 그 점에서 리쌍의 ‘TV를 껐네’는 최근 어쿠스틱 사운드가 많이 등장하는 가요계의 경향을 이어가면서도, 조금 앞서 가는 계절감으로 신선함을 느끼게 한다. 화제의 인물의 참여나 유명 연예인들의 유쾌한 프로모션이 큰 도움이 되었겠지만, 리쌍의 음원 차트 1위에는 곡 자체의 신선함 또한 중요하게 작용했다.

물론 리쌍은 국내 힙합계의 거물이고, 예능 프로그램의 고정 출연으로 대중적인 인지도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리쌍이 음원 차트에서 거두고 있는 성적은 영리한 프로모션뿐만 아니라 음악적인 신선함의 중요성을 말해준다. 완성도 뛰어난 음악이 반드시 차트에서 살아남는 것은 아니겠지만, 눈에 띄게 살아남는 음악은 적어도 남들과는 다른 음악이다.

사진 제공. 정글 엔터테인먼트

글. 김명현 기자 eighteen@
사진. 이진혁 el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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