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만제로>, 무지의 구석에 이성의 빛을 비춰라
, 무지의 구석에 이성의 빛을 비춰라" /> 수 MBC 저녁 6시 50분
무지는 죄인가. 돼지 족발의 육수 위생을 점검한 어제의 를 보면서 이 오래된 질문이 떠올랐다. 사실 유명한 족발집일수록 육수를 버리지 않고 몇 십여 년 동안 사용한다는 건 공공연하게 알려진 일이다. 만화 만 봐도 나오는 내용이다. 하여 이들 육수에 대한 각 가게의 자부심은 굉장했다. 한 양동이에 몇 백만 원의 가격을 부르고, 그나마도 비법이라며 절대 나눠주지 않는 그들은 분명, 에 종종 나오는 음식 가지고 장난치는 양심 불량 업주들과는 달라 보였다. 하지만 직접 검사해본 상당수의 육수는 부패가 진행되어 있었다. 눈으로만 봐도 확인할 수 있는 기름 덩어리와 찌꺼기들도 있었다. 그런데 왜, 몇 십 년 동안 끓인 육수가 부패할 수 있을 거라는 어찌 보면 당연한 질문을 던진 이가 여태 없던 걸까.

시간이 흐를수록 걸쭉해지고 색이 짙어지는 족발 육수처럼, 요리 팁 수준의 지혜는 시간이 흐를수록 믿음이 되고, 비법이 되고, 맹신이 된다. 검증적 태도를 근본적으로 거부하는 믿음이란 미신에 다름 아니다. 다시 묻는다. 무지는 죄인가. 쉽게 말할 수 없다. 다만 이것이 개선되어야 하는 종류의 것임은 분명하다. 계몽이라는 오래된 기획이 방송에서 여전히 필요한 건 그래서다. 무지의 어두운 구석에는 합리적 이성의 빛을 비춰야 한다. 그것이 미디어의 공적 역할이다. 무지는 죄가 아닐지 몰라도 그것을 방치하는 미디어는 죄를 짓는 것이다. 때문에 어제의 는 단순히 족발 위생 문제를 밝힌 것 이상의 함의를 갖는다. 과연 지금 미디어는 몽매한 이들을 깨우기 위해 열심히 어깨를 흔들고 찬물을 붓고 있는가.

글. 위근우 기자 e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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