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의 원년 멤버 김범수, 박정현, YB가 ‘나가수’를 떠난다. 원년 멤버와 함께 MC까지 바뀔 예정인 ‘나가수’는 이제 실질적인 시즌2가 시작된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하지만 ‘나가수’는 시즌 2에 대한 관심 이전에 시즌 2까지 왔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일지도 모른다. 지난 3월 6일 첫 방송을 시작한이래, ‘나가수’는 수많은 논란과 화제를 겪으며 방송됐고, 그 사이 가수들은 악전고투하듯 무대를 치러냈다. ‘나가수’가 실질적인 시즌 2를 방영하기 전, ‘나가수’의 기억할만한 순간들을 돌이켜봤다.“이소라는 진짜 방송할 때도 안 나와. 모델 이소라도 안 나오겠다” – 박명수
기획부터 믿기지 않았다. 아마추어 가수 지망생이 아니라 각자의 영역에서 경지에 오른 가수를 탈락시키는 서바이벌이라니. 출연 가수들의 면면은 더 충격이었다. 김건모, 김범수, 박정현, 백지영, YB, 정엽. 그리고 이소라. 국민 가수라고 불렸던 가수, 속세를 멀리하고 음악과 게임에만 열중해 두 세계에서 모두 사람들을 치유하던 가수. 그밖에도 수많은 팬들을 거느리고 각자 독보적인 음악 영역을 개척했던 가수들이 서바이벌 룰을 받아들였다. 사람들의 관심은 첫 회부터 폭발했고, ‘나가수’는 제작진도, 출연 가수도, 시청자도 예측하지 못한 곳을 향해 내달리기 시작한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김건모가 7등해서 지금 너무 슬프단 말야” – 이소라
김유곤 PD는 “김건모의 탈락이 발표되는 순간 촬영장 분위기가 찬물을 끼얹은 것 같았다”고 전한 바 있다. 그에 이어 이소라가 녹화장을 벗어나는 장면이 방송됐고, 김제동은 재도전을 제안했다. 이후 김영희 PD는 인터뷰에서 “이소라가 녹화 도중에 나간 것은 화장을 고치러 나간 것이고, 김제동의 재도전 발언은 다른 출연자들의 의논을 대표로 전달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제작진의 편집은 이소라가 녹화를 파행으로 몰고 가고, 김제동과 제작진이 없던 룰을 급조한 것처럼 보여졌다. 논란은 끝도 없이 커졌고, 결국 김영희 PD는 하차했다. 가수에게 모든 것을 기댄 프로그램이 남들과 다를 수밖에 없는 “노래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한 결과였다. 방송이 시작 된지 단 3주 만의 일이었다.
“고생 많았다 너. 이제 시작했으니 마지막 기회라고 시작하자” – 임재범
한 달 동안의 휴방기를 거쳐 신정수 PD 체제로 돌아온 ‘나가수’는 임재범과 함께 부활에 성공한다. 많은 사람들에게 최고의 보컬리스트로 꼽히지만 기행과 루머로 미지의 가수에 가까웠던 임재범은 소탈하고 인간적인 모습으로 ‘나가수’에 다가왔다. 이후 임재범은 이후 건강 문제로 ‘나가수’를 하차했지만, ‘빈잔’과 ‘여러분’등으로 최고의 순간들을 만들어냈다. 임재범은 자신의 외로움과 성장을 ‘여러분’에 투영시키면서 ‘나가수’가 음악과 리얼리티 쇼가 결합된 오락 프로그램임을 보여줬다. ‘나가수’라는 쇼의 최고의 주인공이 탄생했고, 출연 가수들이 모두 화제의 주인공이 되기 시작했다.
“저는 좀 과하지 않았나 우리 팀들하고 좀 걱정을 했거든요” – 이소라
이소라가 본래 록을 꾸준히 해왔던 뮤지션이라는 사실에 익숙치 않은 사람들은 이소라의 ‘No.1’에 전율과 충격을 느꼈다. 밝고 발랄한 팝 댄스 곡이었던 보아의 ‘No.1’이 음울하고 어두운 곡으로 변했고, 이소라는 어둡고 공격적인 록 보컬로 변신했다. 이소라는 ‘나가수’에서 음악 자체만으로도 충격을 줄 수 있음을 증명했다. 하지만 쇼는 그 의미보다 효과를 먼저 받아들인다. 이후 ‘나가수’가 변신과 파격에 초점을 맞추게 되는 것은 음악이 아닌 쇼의 한계일 것이다.
“저의 인생은 되게 평탄했어요” – 김연우
김연우는 “노래를 너무 쉽게 불러서 감정이 와 닿지 않는다”는 말을 듣기도 했고, 실제로 ‘나가수’에서 통할만한 폭발적인 창법을 고민하기도 한다. 김연우는 결국 ‘나와 같다면’에서 감정의 절제 대신 폭발적인 목소리를 선택했다. ‘나가수’는 그렇게 오랜 경력의 가수마저 음악적 변화에 대해 고민하게 만들었다. 김연우가 ‘나가수’에 출연했던 짧았던 3주간은 임재범 신드롬과 함께 ‘나가수’가 가장 화려했던 순간이었고, 가장 시청자들의 관심이 집중됐던 그 시기에 김연우는 자신의 진가를 알릴 수 있었다. 김연우는 자신의 콘서트에서 “역시 평탄한 인생이라 ‘나가수’에서 잘 치고 빠졌다”라면서 팬들을 웃기기도 했다. 그리고, 김연우의 탈락 이후 ‘나가수’는 격렬한 소용돌이의 한복판으로 들어갔다.
“가수로 내가 돌아갈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였어요” – 옥주현
옥주현의 ‘나가수’ 출연은 ‘나가수’를 다시 한번 논란의 장으로 만들었다. 많은 네티즌들은 가수로서 눈에 띄는 경력을 갖지 못한 옥주현의 ‘나가수’ 투입을 반대했고, 이 과정에서 옥주현과 ‘나가수’의 출연자, 그리고 연출자 신정수 PD에 대한 악성 루머까지 돌아다녔다. 이후 옥주현은 ‘천일동안’과 ‘사랑이 떠나가네’ 등으로 ‘나가수’ 안에서의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하지만 옥주현의 투입으로 불거진 ‘나가수’ 논란은 아직 방송이 시작된지 몇 달도 되지 않은 ‘나가수’에 대한 반감과 피로감을 불러 일으켰다.
“이 소중한 무대에서 가슴 속에 진심을 담은 노래를 여러분께 전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 JK김동욱
JK김동욱은 처음에는 옥주현을 둘러싼 논란에 묻혀 큰 반향을 얻지 못했지만 ‘조율’ 무대에서의 실수로 노래를 다시 불렀다는 사실 녹화장에 참석했던 청중평가단에 의해 알려지면서 논란의 대상이 된다. 결국 JK김동욱은 실수를 한 자신이 아니라 이소라가 탈락하자 자진하차를 선택한다. 이에 JK김동욱을 다시 보고 싶다는 시청자들의 응원이 이어졌고, 뒤늦게 방송에서 공개된 ‘조율’에 대한 반응은 JK김동욱의 재발견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호의적인 것이었다. JK김동욱의 자진 하차는 ‘나가수’가 가수에게 얼마나 압박감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인지를 일깨워주는 증거로 남았고, ‘나가수’는 정상적인 규칙에 의해 탈락한 가수만큼이나 가수의 사정이나 논란에 의해 중도에 하차하게 된 가수가 많은 프로그램이 되었다.
“노래도 일도 내려놓는 편이 더 나은 결과를 가지고 올 수도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 이소라
‘나가수’는 이소라의 말처럼 “음악하는 사람들에게도 시청자들에게도 비난 받을 소지가 큰 프로그램”이었다. 그런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이소라는 ‘나가수’의 긍정적인 음악적 이슈를 이끌어 냈고, 시청자 또한 프로그램의 이름까지 명명한 것으로 알려진 이소라를 프로그램과 동일시했다. 이소라가 ‘나가수’를 둘러싼 주요 논란에 모두 얽히게 된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이소라의 탈락 이후 ‘나가수’는 더 이상의 큰 논란 없이 안정기에 접어들지만, 만큼 쇼에 대한 뜨거운 관심은 이전보다 줄어들었다. .
“아무리 큰 태풍이 몰아쳐도 그 가지는 살아 있는 느낌” – 조관우
중간점검에서 박정현이 부른 ‘겨울비’를 두고 ‘나가수’의 음유시인 조관우는 “아무리 큰 태풍이 몰아쳐도 그 가지는 살아 있는 느낌”이라고 표현한다. YB, 박정현, 김범수 이 세 사람은 ‘나가수’에서 어떠한 논란에도 휘말리지 않고 ‘나가수’를 든든히 지켰다. 김범수는 ‘나가수’를 통해 단지 노래 잘하는 발라드 가수 이상의 많은 끼와 음악적 재능을 선보이며 대세로 떠올랐고, 박정현은 ‘나가수’의 요정이 되었다. YB는 록 밴드로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줬다. 이들은 ‘나가수’에서 일어난 수많은 태풍 안에서도 살아남으며 프로그램을 탄탄하게 지탱해준 뿌리이자 가지였다.
“‘나가수’로 다시 일어섰어요” – 윤도현
윤도현의 말처럼 ‘나가수’는 말도 안 되는 프로그램일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가수들에게 이토록 큰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를 안긴 프로그램은 없었다. 하지만 출연 가수들이 이토록 화제가 된 적도 없었다. 긍정적인 이슈든, 논란의 대상으로든 노래에 대한 자신의 취향과 가수에 대한 호오를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말하기 시작한 것 또한 가요계로서는 오랜만에 경험하는 일일 것이다. ‘나가수’에 출연한 가수들은 어떤 식으로든 돌파구가 필요한 가수들이 많았다. 그 중 YB는 ‘나가수’에서 ‘사랑 two’나 ‘너를 보내고’ 등 발라드에 가려졌던 록 밴드로서의 면모를 과시할 수 있었다. 특히 록의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편곡으로 YB가 얼마나 많은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는 밴드인지를 증명했다. 최소한 지금의 ‘나가수’는 ‘말도 안 되는 프로그램’에서 적어도 ‘가수가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글. 김명현 기자 eigh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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