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합니다, 김대희 씨.” KBS (이하 ) 600회 특집 게스트로 나온 시크릿은 자신들을 씨스타라 부른 김준호에게 이렇게 앙갚음 했다. 그렇다. 김대희가 아니면 다른 누구로 김준호를 착각할 수 있을까. 1999년 출발한 에서 소위 ‘니쥬’를 까는 신인 파트너로 출발해, 심현섭 등이 SBS 로, 박준형과 정종철이 MBC 로 떠나고 갤러리 정이 형도니가 되는 시간 동안 을 함께 이끈 양대 고참. ‘바보 삼대’를 비롯해 최근의 ‘감수성’까지 함께 수많은 콩트를 꾸려온 파트너. 하지만 두 사람의 파트너십은 과거 남철, 남성남이나 백남봉, 남보원 같은 콤비 플레이 개그의 그것과는 궤를 달리 한다.

김대희와 김준호, 개그맨 커뮤니티의 가장들
김대희, 김준호│짝패는 살아남았다
김대희, 김준호│짝패는 살아남았다
지난 6월 방송한 KBS 에서도 함께 출연한 두 사람은 스스로를 받치고(김대희) 웃기는(김준호) 관계로 설명했지만 그런 관계가 코너 안에서 두드러졌던 건 ‘바보 삼대’ 정도일 뿐이다. 김준호의 연기력이 빛을 발했던 ‘집으로’에서 김대희는 받쳐주는 역할이라기보다는 오히려 허점을 파고들어 웃음을 주는 캐릭터였고, 김대희의 대표 코너는 김준호가 출연하지 않았던 ‘대화가 필요해’다. 이 둘은 일본 개그의 보케와 츠코미처럼 어떤 일정 개그 포맷으로 관계를 규정하지 않는다. 또한 ‘컬투’ 정찬우, 김태균처럼 스스로를 의도적으로 브랜드화 한 것도 아니다. 시청자들이 두 사람을 짝패로 인식하게 된 건, 특정한 코너 때문이 아니라 이 진행된 지난 10년 가까운 세월의 층위 때문이다. 이것은 단순히 끈기라는 가치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앞서 그들이 을 이끌었다고 했지만 정확히 말해 그들이 살아남았다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이 유일무이한 공개 코미디의 명가가 될 수 있는 것은 오랜 전통 때문이 아니라 끊임없는 혁신 때문이었다. ‘우비 삼남매’도 ‘수다맨’도 ‘바보 삼대’도 영원할 수는 없다. 대표 코너의 물이 빠진다고 느낄 때 즈음 그것을 대체할 코너들이 등장할 수 있는 건, 개그맨들끼리의 치열한 경쟁 체제를 전제한다. 그리고 김준호와 김대희는 여전히 에서 가장 핫한 코너 중 하나인 ‘감수성’을 맡고 있다. 라스트맨 스탠딩, 혹은 살아남은 자에 대한 경외.

하지만 두 사람의 관계가 정말 특별한 건, 최후의 2인이라서가 아니라 그런 체제 안에서 우정이라 말해도 좋을 파트너십으로 지금까지 왔기 때문이다. “둘이 찢어져서 다른 코너를 짜다가 둘 중 하나에게 코너가 없으면 지원 사격해주는”(김준호) 방식이 아니었다면 김대희는 ‘동물원’의 핵심인 나무늘보로 재기의 기회를 얻지 못했을 수도, 김준호는 ‘그 일’ 이후 자신이 돌아올 ‘씁쓸한 인생’이란 집을 잃었을지도 모른다. 아무리 경쟁이 신선한 웃음을 위한 필수 요소라 하더라도 가차 없는 무한 경쟁을 상상하며 시청자가 마음 편히 웃기란 쉽지 않다. 때문에 김준호-김대희라는 짝패는 아이디어를 국가 기밀처럼 다루어야 하는 개그맨 특유의 경쟁 체제 안에서도 협동과 인간적 교감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상징이자 일종의 알리바이다. 또한 그들이 최고참이 되면서 에 모인 개그맨 커뮤니티 역시 식구로서의 의미를 획득한다. “코미디를 버라이어티로 가기 위한 발판으로 삼지 말아 달라”는 김대희의 당부는 자신의 직업에 대한 건강한 자부심인 동시에 이 거대한 커뮤니티를 대표하는 가장의 근심이기도 하다.

개그맨끼리 뭉치면 겁날 게 없다
김대희, 김준호│짝패는 살아남았다
김대희, 김준호│짝패는 살아남았다
7월부터 방영을 시작한 코미디 TV 를 비롯해 시리즈가 이 짝패에게 중요한 건 그 때문이다. 개그맨 여섯 명이 모여 ‘개식스’인 멤버들은 때로는 ‘프락치 송’을 부르며 서열에 관계없이 멤버 하나를 밟고, 혹 가학적 벌칙 때문에 누군가 진짜로 화를 내면 ‘진짜가 나타났다!’고 외치며 이것 역시 친구들끼리의 상황극으로 만들어버린다. 그것은 독하거나 웃기기 이전에 이 커뮤니티의 끈끈함을 보여준다. 그 둘은 후배들과 티격태격하거나 발에 밟히며 “후배라고 들어와서 3개월 동안 각 잡고 있다가 6개월에서 1년 지나면 선배 싸대기 때리면서 노는”(김준호) 분위기를 직접 화면으로 보여준다. 비록 공중파와 케이블의 차이, 그리고 수위의 차이가 명확하지만 가 의 반대편을 비출 수 있는 건 그래서다. 개그맨끼리 뭉치면 겁날 게 없다는 자신감과 가족 의식이 이 프로그램에는 있다.

최근 김준호의 주도로 김대희를 비롯한 개그맨들이 KBSi와 손잡고 직접 코미디 토너먼트 쇼 를 기획하고 콘텐츠를 제작하는 건 이 확장된 동료 의식이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중요한 예다. 코너 대 코너의 경쟁 체제와 가족 코미디의 한계를 벗어날 수 없는 바깥에서 좀 더 자신들이 잘할 수 있는 방식으로 웃음을 전달하고, 그것을 이윤으로 만들어내겠다는 계획은 결국 이 거대한 식구의 자구책이다. 이 기획의 중심에 김준호-김대희 짝패가 있는 건 그래서 우연이 아니다. 경쟁보다는 동료애와 협업으로 가장 부침 심한 코미디계를 버텨온 두 남자는, 이제 다른 동료들 역시 남을 웃기는 동시에 스스로 웃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준비를 하고 있다. 그들이 짝패가 된 지난 10여년보다 앞으로 만들어갈 10년이 더 기대되는 건 그 때문이다.

글. 위근우 기자 eight@
편집. 이지혜 seven@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