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그쳤다. 30일 지산밸리 록페스티벌의 둘째 날, 주말이 되자 햇살도, 습도도, 사람들도 어제보다 2배로 늘어 있었다. 열기는 더욱 달아올랐고,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은 말 그대로 축제였다. 잔디밭 위에 돗자리를 깔고 누워 있는 사람들, 춤을 추는 사람들,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공연을 찾아 발걸음을 바삐 옮기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햇살이 내리쬐는 지산밸리 록페스티벌의 둘째날 오후에 펼쳐진 두 공연을 정리한다.
어쿠스틱한 사운드로 시작한 음악들은 영롱한 기타 사운드가 더해지다가 밴드 이름대로 짙은 록 사운드가 더해진다. 그리고 보컬 성용욱은 두 번째 곡인 ‘Sunshine’에서 율동과 점프로 관객의 호응을 유도하기도 하는 등 능숙하게 분위기를 이끌어 나갔다. 더 뮤직이나 케미컬 브라더스의 무대처럼 사람들이 뜨겁게 흥분하진 않았지만 짙은의 노래를 합창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따뜻했다.
다섯 번째 곡인 데미안 라이스를 커버한 ‘Blower`s Daughter’을 연주할 때 첼로가 더해지면서 짙은의 무대는 본격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서정적인 첼로 사운드가 더해지면서 짙은의 음악은 더욱 풍부해지고, 신비로운 분위기마저 연출했다. 특히 마지막 곡 ‘곁에’의 끝 부분에 신디사이저와 첼로가 기타 사운드와 얽혀 폭발할 때 그 사운드의 여운은 가슴을 두들기는 비트도, 공기를 찢는 디스토션 기타도 없이 사람들의 마음에 깊게 새겨졌다.
피더가 노래를 부를 때 눈길을 끈 것 중 하나는 무대를 즐기는 외국인들의 흥겨운 모습이었다. 지산밸리 록페스티벌의 곳곳에서 자유로운 모습으로 무대를 즐겼던 이들은 피더의 무대 때 유달리 더 열기 띈 모습을 보여주었다. 음악은 세계 어디에서나 통하는 언어다. 국적을 불문하고 다양한 사람들이 음악으로 하나 될 수 있는 것 또한 록 페스티벌의 즐거움일 것이다. 한국에서 인지도는 아직 크게 높지는 않지만, 영미권에서 적지 않은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피더의 인기를 다른 곳이 아닌 한국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도 각국의 밴드가 모인 록페스티벌의 흥미로운 점이다.
여러 대의 기타를 바꿔가며 노래를 부른 리드 기타이자 보컬 그랜트 니콜라스의 무대 매너 뿐 아니라 열정적인 드럼을 보여준 마크 리처드슨의 연주도 좋은 록 밴드 공연의 전형이었다. 사람들은 서로의 목마를 타고 춤을 추었고, 그에 고무된 피더는 더욱 열정적인 연주와 노래를 들려주었다. 그리고 고개 숙여 하는 인사에 익숙하지 않은 그들은 마지막 곡인 ‘Just A Day’ 가 끝나고 허리를 깊숙히 숙였고, 드러머 마크 리처드슨은 스틱을 사람들을 향해 던졌다. 피더의 무대는 열정과 매너, 호응이 한데 어우러진 공연이었다.
사진 제공. CJ 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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