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는 멈췄다. 그리고 ‘ㄹㅘㄱ킹’한 3일이 시작됐다. 지난 29일부터 시작된 지산밸리 록페스티벌은 더 이상 비가 오지 않는다는 사실 만으로도 많은 이들에게 기억에 남을 법한 페스티벌이 될 것 같다. 여전히 땅바닥은 질척거리고, 태양은 이글거리다 못해 사람들을 태울 지경이지 그게 무슨 상관인가. 비는 더 이상 오지 않고, 우리 앞에는 밴드가 있는데. 날씨보다 더 뜨거웠던 지산밸리 록페스티벌의 첫 날, 주요 공연들을 정리했다.

그러나 이날 더 뮤직의 무대 중 최고였던 것은 마지막 곡 ‘Bleed From Within’의 무대였다. 드럼 외에도 큰 북 두 개가 놓여지고, 엄청난 비트가 사람들의 가슴을 두들겼다. 로버트 하비가 춤을 출 때 아담 너터(Adam Nutter)의 기타가 터져 나와 마음을 더 들뜨게 했다. 서정성과 댄스의 기묘한 결합이었던 ‘Bleed From Within’은 지산 밸리 록페스티벌에서 사람들의 가슴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들의 해체 전의 마지막 무대를 보지 못한 사람들의 가슴에 새겨졌을 커다란 아쉬움만큼이나 깊은 인상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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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디제이 디오씨와 세렝게티의 조합이 힘을 발휘한 것은 네 번째 곡이었던 ‘비애’였다. 블루스로 새로 편곡한 ‘비애’는 끈적끈적하면서도 묘한 흥겨움을 만들었다. 디제이 디오씨와 록 페스티벌은 어울리지 않는 조합 같지만, 디제이 디오씨가 이 날 들려준 음악은 록 페스티벌과 절묘한 조합을 이루었다. 게다가 사람들은 누구나 ‘비애’나 ‘여름 이야기’, ‘DOC와 춤을’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그래서 디제이 디오씨의 무대는 모두가 함께 놀 수 있었다.

케미컬 브라더스는 ‘Another World’를 시작으로 90분 동안 자그마치 스물 두곡의 음악을 논스톱으로 쏟아냈다. 특유의 빅비트가 정신없이 귀와 가슴을 때려댔다. 현란한 스크린에 비해 무대는 어두웠고 탐 로울랜즈(Tom Rowlands)와 에드 사이먼즈에드 사이먼즈 (Ed Simons) 두 사람이 다 있는지, 혹은 한 사람만 있는지, 아무도 없는지조차 알기 힘들었다. 하지만 그 것은 중요치 않았다. 중요했던 것은 ‘Do It Again’을 거쳐 ‘Block Rocking Beats’까지 쉴 새 없이 사람들을 춤추게 하는 비트가 흘러나왔다는 것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몽롱해지는 영상이 끊임없이 스크린에서 반짝였다는 것. 그리고 저 멀리 보이는 산까지 쏘아져 나오던 현란한 레이저쇼였다. 그리고 사람들의 즐거운 춤들이 있었다. 90분간 지치지 않고 춤을 출 수 있는 음악이 있었다. 그리고 그 음악을 기꺼이 즐기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 밤에 더 필요한 것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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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명현 기자 eigh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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