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좋은 어지러움. 올해 지산밸리 록페스티벌(이하 지산)을 찾은 이들이 음악에, 맥주에 취하기도 전에 취기를 느낀다면 그건 아마 짙은 풀 냄새 때문일 것이다. 지난 며칠째 수도권을 난타했던 폭우는 다행히 잠잠해졌지만 질척한 땅과 풀 냄새로 그 흔적을 남겼다. 지산 하면 떠오르는 평화로운 피크닉과는 조금은 먼 분위기. 하지만 여름 록페스티벌이란 한번쯤 미칠 각오 혹은 기대를 하고 오는 법이다. 토목 자본의 아버지께서 녹색 성장의 아버지를 칭하고 서울 곳곳이 물에 잠기는 짜증나는 일상에 지쳤다면 더더욱. 한쪽에는 허클베리 핀이, 한쪽에는 9mm Parabellum Bullet이 공연을 펼친다면 더더욱.
이미 노란색 ‘허클팬’ 티셔츠를 입은 무리들이 그린 스테이지 곳곳을 채웠지만, 무대 위 허클베리 핀의 진짜 힘은 안일하게 고개나 까딱이던 무리를 결국 펄쩍 뛰게 만든다는 것이다. “안녕하세요, 허클베리 핀입니다!”라는 외침부터 남다른, 보컬 이소영의 시원한 보컬이 음악의 기본 옵션이라면 격렬하게 건반을 두드리고 때때로 관객의 호응을 이끌어내는 객원 키보디스트 루네의 퍼포먼스는 CD로는 채울 수 없는 록페스티벌만의 즐거움이다. 그린 스테이지를 채운 모든 관객들이 ‘허클팬’이 되기까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허클팬’들이 진즉에 기다리고 있었을 두 번째 곡 ‘낯선 두 형제’를 들으며 몸을 흔들기 위해 꼭 예습이 필요한 건 아니니까. 빅탑 스테이지를 광란의 분위기로 몰고 간 9mm Parabellum Bullet의 공연 역시 마찬가지였다. 굉장한 속도와 파워의 드러밍이 만들어내는 질주감과, 긁는다는 표현이 가장 어울릴 헤비한 기타 스트로크가 만나 빅뱅을 일으키자 관객들은 헤드뱅잉으로도 성에 차지 않는 듯 서로에게 강렬한 슬램을 날리기 시작했다. 일종의 전염처럼, 서로 몸을 부딪치는 숫자가 늘어났다.
여름, 지산, 그리고 지금 이 순간 그래서 여름의 록페스티벌은 일종의 커뮤니티다. 서로 아는 사이가 아니더라도, 굳이 말을 걸지 않더라도, 꼭 같은 밴드를 응원하지 않더라도, 지금 이곳에서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즐기겠노라는 다짐을 가진 이들이 이토록 많다는 것만으로 위안 받고 또 미칠 용기를 낼 수 있는 거대한 커뮤니티. 제대로 공연을 보기 전, 저 멀리서 가슴을 치는 베이스 드럼의 울림만으로도, 진한 풀 냄새만으로도, 새로운 세상에 발을 딛는 기분이 드는 건 그 때문일 것이다. 물론 일탈은 짧고, 일상은 불현 듯 다가온다. 그러니, 주위를 살필 사이 없이 즐길 일만 남았다. 아직 케미컬 브라더스와 악틱 몽키즈와, 장기하와 얼굴들, 그리고 인큐버스의 공연이 남아있다는 것에, 마음껏 취할 수 있는 밤이 두 밤이나 남았다는 것에 감사하며. 축제는 이제 막 시작했다.
글. 위근우 기자 eight@
사진. 이진혁 eleven@
편집. 장경진 three@
이미 노란색 ‘허클팬’ 티셔츠를 입은 무리들이 그린 스테이지 곳곳을 채웠지만, 무대 위 허클베리 핀의 진짜 힘은 안일하게 고개나 까딱이던 무리를 결국 펄쩍 뛰게 만든다는 것이다. “안녕하세요, 허클베리 핀입니다!”라는 외침부터 남다른, 보컬 이소영의 시원한 보컬이 음악의 기본 옵션이라면 격렬하게 건반을 두드리고 때때로 관객의 호응을 이끌어내는 객원 키보디스트 루네의 퍼포먼스는 CD로는 채울 수 없는 록페스티벌만의 즐거움이다. 그린 스테이지를 채운 모든 관객들이 ‘허클팬’이 되기까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허클팬’들이 진즉에 기다리고 있었을 두 번째 곡 ‘낯선 두 형제’를 들으며 몸을 흔들기 위해 꼭 예습이 필요한 건 아니니까. 빅탑 스테이지를 광란의 분위기로 몰고 간 9mm Parabellum Bullet의 공연 역시 마찬가지였다. 굉장한 속도와 파워의 드러밍이 만들어내는 질주감과, 긁는다는 표현이 가장 어울릴 헤비한 기타 스트로크가 만나 빅뱅을 일으키자 관객들은 헤드뱅잉으로도 성에 차지 않는 듯 서로에게 강렬한 슬램을 날리기 시작했다. 일종의 전염처럼, 서로 몸을 부딪치는 숫자가 늘어났다.
여름, 지산, 그리고 지금 이 순간 그래서 여름의 록페스티벌은 일종의 커뮤니티다. 서로 아는 사이가 아니더라도, 굳이 말을 걸지 않더라도, 꼭 같은 밴드를 응원하지 않더라도, 지금 이곳에서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즐기겠노라는 다짐을 가진 이들이 이토록 많다는 것만으로 위안 받고 또 미칠 용기를 낼 수 있는 거대한 커뮤니티. 제대로 공연을 보기 전, 저 멀리서 가슴을 치는 베이스 드럼의 울림만으로도, 진한 풀 냄새만으로도, 새로운 세상에 발을 딛는 기분이 드는 건 그 때문일 것이다. 물론 일탈은 짧고, 일상은 불현 듯 다가온다. 그러니, 주위를 살필 사이 없이 즐길 일만 남았다. 아직 케미컬 브라더스와 악틱 몽키즈와, 장기하와 얼굴들, 그리고 인큐버스의 공연이 남아있다는 것에, 마음껏 취할 수 있는 밤이 두 밤이나 남았다는 것에 감사하며. 축제는 이제 막 시작했다.
글. 위근우 기자 eight@
사진. 이진혁 el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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