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GEX│한류 2.0, YG-POP으로 승부한다
YGEX│한류 2.0, YG-POP으로 승부한다
지난 21일은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의 양현석 대표에게 기억에 남을 만한 날이었을 것이다. 그는 일본 도쿄에서 요미우리 신문 등 일본의 종합 일간지를 포함한 400여개 매체가 온 가운데, 일본의 거대 음반사인 에이벡스와 YG 뮤지션들의 전문 레이블 YGEX의 런칭을 위해 에이벡스 그룹 홀딩스의 마츠우라 마사토 대표 이사와 함께 서 있었다. 서태지와 아이들이 1, 2집을 내던 시절 잠시 일본에 방문해 TV 프로그램에 출연한 이래, 양현석은 근 20여년 만에 일본 진출을 위한 중요한 기점을 마련했다.

YGEX의 등장은 에이벡스와 YG의 필요가 맞아 떨어진 결과물이다. 에이벡스는 동방신기가 멤버와 소속사와의 갈등 끝에 멤버 중 세 명이 그룹을 나간 후 협력 관계가 지지부진해진 상황이었다. 빅뱅, 2NE1 등 한국 정상급 아이돌을 보유한 YG와의 협력은 최근 일본에서 불고 있는 한국 아이돌 붐을 놓치지 않을 수 있는 좋은 카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YG는 과거 세븐과 최근 빅뱅 등이 일본 활동을 했지만, 여타 회사처럼 일본에서 장기간 체류하며 프로모션을 펼치는 일은 없었다. 그만큼 일본 활동에 소극적이었던 상황에서 에이벡스와의 협력은 보다 안정적으로 일본 활동을 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했다고 할 수 있다. YGEX의 관건은 YG 뮤지션만의 레이블을 일본에서 만들었다는 사실 자체보다 두 회사의 시너지가 일본에서 실질적인 움직임을 일으킬 것인가에 있다.

한국 가수가 아닌 한국 음악 자체로 승부한다
YGEX│한류 2.0, YG-POP으로 승부한다
YGEX│한류 2.0, YG-POP으로 승부한다
YG와 에이벡스가 일본 활동의 방식으로 전문 레이블을 선택한 것은 여전히 흥미롭다. 단지 일본에서 K-POP의 시장성을 그만큼 높게 본다는 점을 증명해서만은 아니다. 에이벡스 소속 뮤지션의 매니지먼트와 A&R을 총괄하는 와타나메 요시미는 YG의 음악을 ‘YG-POP’이라 말하며 “음악이 참신하고, 에이벡스도 댄스뮤직을 유행시킨 회사인데 YG도 그렇다. YG의 음악들을 에이벡스와 함께 할 때 어떤 그림이 나올지 재밌을 것 같다”고 말했다. YG의 음악을 일본 시장에서 통하도록 고치기보다 YG의 음악이 가진 특성을 그대로 강조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YGEX의 첫 싱글은 얼마 전 국내에서 발표된 2NE1의 ‘내가 제일 잘 나가’로, 가사만 일본어로 바꿨을 뿐 곡은 그대로다. 양현석은 “일본 시장의 특성에 맞춘 곡을 만드는 대신 원래 우리의 곡에 중점을 두고 활동하겠다”고 말했다. 과거 보아가 일본 작곡가의 곡으로 오리콘 차트 1위를 하고, 세븐 역시 주로 한국 곡이 아닌 일본에서 만든 곡들로 활동했음을 생각하면 정반대에 가까운 활동 방식이다. 10여년 사이 한국 ‘가수’가 아닌 한국 음악 자체가 일본에서 나름의 시장을 갖게 됐다는 증거다.

그래서 YGEX의 런칭은 이른바 ‘한류 2.0’으로 불리는 새로운 세대의 한류에 대한 일종의 실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양현석은 YG에서 만든 음악으로 일본에서 활동할 뿐만 아니라, 여전히 그들이 “한국을 중심으로 활동”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한국에서 콘텐츠를 만들고, 그것을 유튜브 등을 통해 알리고, 해외에서 장기체류하며 활동하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만든 대중음악이 전 세계에 퍼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한 때는 한국 최고의 인기 가수도 일본 활동이 불가능한 일로 여겨지던 때가 있었다. 10년 전에는 뛰어난 한국 가수가 일본의 시스템 안에서 성장했다. 그리고 이제는 한국의 아이돌이 그 모습 그대로 일본에서 ‘K-POP’이라는 정체성으로 승부하려 한다. 과연 한국의 대중음악은 정말 일본의 기획사와 같은 눈높이에서 협업을 해 나갈 수 있을까.

사진제공. YG 엔터테인먼트

글. 도쿄=강명석 기자 two@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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