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주의 10 Voice] ‘외롭고 웃긴 가게’, 라디오와 트위터에 놀러오세요](https://img.hankyung.com/photo/202001/2011072107480196309_1.jpg)
깊은 밤 잠 못 이루는 청춘들을 위하여
![[김희주의 10 Voice] ‘외롭고 웃긴 가게’, 라디오와 트위터에 놀러오세요](https://img.hankyung.com/photo/202001/2011072107480196309_3.jpg)
TV가 등장하고, 인터넷이 등장하면 라디오는 사라질 줄 알았다. CD를 사고 음악을 챙겨 듣는 사람들이 줄어들면서 라디오는 목소리를 잃을 줄 알았다. 하지만 여전히 어떤 사람들은 심야 라디오를 듣는다. 비록 지지직거리는 소리에 주파수 다이얼을 돌리지는 않지만, 컴퓨터에 창을 띄워 듣거나 다음날 팟캐스트나 다시 듣기로 음악은 잘린 채 DJ의 멘트와 사연, 즉 이야기만 남은 라디오를 듣기도 한다. 음악이 아니라도 라디오를 듣는 이유는 그 시간을 함께 한다는 소속감과 위로 때문이다. 감상에 빠져 올린 심야 트윗에 나도 그래요 라고 누군가가 보내주는 멘션이 고마운 것처럼 이 시간에 나 혼자 깨어 있는 게 아니구나, 나만 이런 고민을 하는 게 아니구나, 좋아하는 희열님이, 성DJ가, 윤이모가 “혜정 씨” 하고 내 이름을 불러주는구나, 오늘도 “잘 자요~” 라고 말해주는구나, 이런 사소하지만 친근한 위로가 있어 ‘음도 시민’과 ‘별밤 가족’이, ‘라천민’과 ‘아우라 식구’가 지금도 여전히 있는 게 아닐까.
우리 시대의 대표적인 라디오 스타, 유희열이 지금과 같은 공고한 팬덤을 구축할 수 있었던 데에는 그가 MBC FM 의 DJ로 본격적인 커리어를 쌓았던 것과 무관하지 않다. 그는 처음부터 심야 라디오를 듣는 사람들의 성향과 위로의 메커니즘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유희열은 외로운 사람들에게 때로는 진지하고 때로는 경박하게, 내가 당신의 이야기를 들어줄게요, 내가 웃기는 이야기로 당신의 지친 오늘을 달래줄게요 라고 말을 건넸다. 유희열의 라디오는 우리가 가장 듣고 싶은 위로의 말을 가장 웃기고 편안하게 들려주는 친구이자 닮은 감성을 공유하고 같은 추억을 쌓게 해주는 안테나다. 그래서 지금의 트위터가 또 다른 유희열의 라디오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물론 트위터의 의미는 이것을 이용하는 모두에게 동일하지 않을 것이다. 어떤 이들에게 트위터는 언론에서 침묵하는 김진숙과 희망버스와 명동 3구역 철거민들의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분노하고 반성하는 소셜 미디어다. 한편, 어떤 이들에게 트위터는 명사의 깊고 날카로운 생각을 배우거나 연예인이 솔직하게 털어 놓는 이야기를 몰래 지켜 볼 수 있는 마이크로 블로그다. 또 많은 이들에게 트위터는 지금 이 순간의 감정을 가볍게 털어 놓고, 지인 혹은 얼굴은 본 적 없지만 어딘가 취향이나 세상을 보는 눈이 닮은 팔로워들과 공감과 위로를 주고받는, 공개된 메신저이자 커뮤니티다. 그래서 트위터는 라디오, 특히 심야 라디오와 어딘가 닮았다. 외로운 사람들이 대화하며 리얼 타임의 시간을 같이 보낸다는 점에서 말이다.
외롭고 웃긴 가게야, 언제나 늘 그 자리에 있어줘
![[김희주의 10 Voice] ‘외롭고 웃긴 가게’, 라디오와 트위터에 놀러오세요](https://img.hankyung.com/photo/202001/2011072107480196309_2.jpg)
의 PD로 유희열의 파트너이자 KBS 2FM 의 DJ인 윤성현 PD가 저서 저자소개에 쓴 ‘어릴 적부터 산다는 건 참 외로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외로움을 견디기 위해 습관적으로 라디오를 틀어 놓고 음악과 이야기를 듣곤 했다’ 라는 문장에 고개를 끄덕이는 이들에게 라디오, 그리고 트위터는 말한다. ‘외로운 사람들아 붙어 여기 / 괴로운 사람들도 여기 여기’ 라고. 물론 오늘 밤 들르지 못해도 괜찮다. 한참을 잊고 있다 문득 생각나 찾아가도 늘 언제나 그 자리에 변함없이 있을 것이다. ‘외롭고 웃긴 가게’ 같은 그곳은.
글. 김희주 기자 fifteen@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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