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뿌리 깊은 나무> 김영현-박상연 “모두가 문자를 쓰고 읽는 것이 당연하고 옳기만 한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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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왕만큼 우리에게 익숙한 인물이 있을까. 그가 한글을 만들었다는 것만큼 우리 모두가 아는 역사가 있을까. 그 점에서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를 소재로 한 SBS 는 제작 자체가 만만치 않은 작품이다. 이미 KBS 을 비롯, 세종대왕을 주인공으로한 여러 사극이 나온 상황에서 더 할 이야기가 있을까. 하지만 그럼에도 에 대해 기대할 수 밖에 없는 것은 MBC 의 김영현, 박상연 작가가 집필하는 작품이라는 사실 때문일 것이다. 여성이 왕이 되는 과정을 통해 정치와 인간의 관계를 절묘하게 풀어낸 두 작가는 한글이라는 ‘문자의 힘’에 집중하는 드라마를 어떻게 써내려갈까. 또한 한석규, 장혁, 신세경, 송중기의 연기는 어떤 조합을 만들어낼까. 방송을 두 달 앞둔 김영현, 박상연 작가에게 에 대해 궁금한 것들을 물었다. 현재 두 작가가 작품 집필에 집중해야하는 상황이어서 인터뷰는 이메일을 통해 진행됐다.

동명의 원작 소설이 있다. 원작과 드라마 의 다른 점이 무엇인가.
김영현-박상연: 크게 세 가지다. 드라마에서도 원작에서 대적자로 나오는 심종수가 등장하지만 드라마에서는 배후에 다른 이를 두었다. 의 적은 건국된 지 얼마 안 된 조선에 대해 세종, 이도와는 다른 신념을 가진 자로, 조선 개국공신인 정도전의 사상을 그대로 이어받은 인물이다. 두 번째는 원작에서 수사관 역할만 했던 강채윤에게 태종, 세종과 얽힌 사연을 줬다. 왕이 은밀히 하는 ‘글자창제’라는 일을 처음으로 알게 되는 첫 백성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왕이 백성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글자를 만들었는데, 조선의 백성은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무조건 반기기만 했을까? 그런 생각에서 강채윤이란 캐릭터를 만들었다. 세 번째는 원작에 없는 등장인물의 어린 시절이 나온다. 이도, 채윤, 소이, 또 의문의 적이 모두 어린 시절에 얽히고설켜 드라마의 기본 설정이 된다. 그래서 인물 간의 관계가 훨씬 밀접해졌다. 그 외에도 세종의 캐릭터를 묘사하는 에피소드나 글자를 창제하는 과정, 추리 방식 등이 상당히 바뀌었다.
[인터뷰] <뿌리 깊은 나무> 김영현-박상연 “모두가 문자를 쓰고 읽는 것이 당연하고 옳기만 한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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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료와 원작이 있는 상황에서 세종대왕과 강채윤을 어떻게 그릴지 궁금하다. 특히 세종은 우리가 알고 있는 부드러운 성군의 이미지와 다른가.
김영현-박상연: 그 부분이 많이 다를 것 같다. 세종에 대한 많은 자료를 읽어 본 결과, 우리가 가진 세종의 이미지는 세종이 이룬 업적 때문에 이후에 얻어진 것이지, 실제의 세종은 무서울 정도로 치열하게 사셨던 분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엄청나게 연구했고, 신하들과 엄청난 토론과 싸움을 거쳐 결과를 도출했을 뿐만 아니라 모든 사안을 자신이 직접 챙겼다. 그런 왕이 편안한 삶을 살았을 수도, 마냥 부드러울 수도 없지 않았을까. 실제로도 하루에 4시간 이상 잠을 자지 않고 신하들보다 더 알기위해 노력했고, 또한 신하들과는 엄청난 신경전을 했다고 한다. 그런 분이 사람을 죽이지 않고, 건국한 지 26년밖에 되지 않은 조선의 기초를 만들었으니, 가슴속엔 태종보다 더 큰 불덩어리를 안고 살았을 거 같다.

기존의 세종과 어떤 점에서 달라 보이게 할 계획인가.
김영현-박상연: 드라마에서 나오는 세종은 신하들이 보지 않을 때는 ‘욕’도 한다. 글자를 창제하기 위한 백성의 소리를 늘 쓴다는 뜻을 가졌기 때문이다. 또한 성격도 급하고, 신하들을 제압하기 위해 쇼도 능란하게 한다. 드라마에서는 세종이 그렇게 자신을 채찍질 하는 인물이 된 배경과 과정이 초반에 묘사될 예정이다.

원작에서는 최만리가 한글 반포를 반대하는 인물로 나온다. 드라마에서 악역이라고 말할 수 있는 캐릭터는 어떻게 그려지나. 특히 전작인 의 미실과 비교하면 어떤가.
김영현-박상연: 미실과 비교하는 것은 무의미한 것 같다. 신념과 확신에 차 있는 것은 미실과 같겠지만, 미실은 권력을 쥐고 있던 인물이고 이 작품의 ‘악역’은 권력을 갖지 못한 만큼 연쇄살인이라는 형태로 행동한다. 미실이 실세, 권력자라면 이 작품의 악역은 비밀결사조직을 이끄는 반군 지도자 같은 이미지고, 자신을 악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세종이나 악역들이나 이 세상을 올바르고 행복하게 만들려고 한다. 다만 방법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고 악역들은 그 세상을 반드시 “내가”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할 뿐이다. 조선의 근간을 만든 정도전의 사상을 따르는 자로, 조선의 왕이 생각했던 조선과 정도전이 생각한 조선이 어떻게 달랐는지 보여주게 될 것 같다.
[인터뷰] <뿌리 깊은 나무> 김영현-박상연 “모두가 문자를 쓰고 읽는 것이 당연하고 옳기만 한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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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석규, 장혁, 신세경, 송중기 등이 캐스팅됐다. 이들의 어떤 점이 캐릭터와 가장 어울리나.
김영현-박상연: 대본 리딩을 마치고, 이 네 분들보다 더 좋은 캐스팅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혁은 KBS 에서 몰락한 양반의 초탈하고 여유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면 이 작품에서는 순박함과 진정성으로 무장한 위장노비로서의 카리스마와 유머를 보시게 될 것 같다. 무술액션이 많은 이번 드라마에서 장혁 이상의 캐스팅을 생각할 수 없었다. 연약한 듯하면서도 열정이 넘치고, 모범생 같으면서도 자기 신념에 반했을 때 확실한 반기를 드는 젊은 세종의 모습은 송중기 그대로다. 한석규는 그런 세종이 나이들어 약간 시니컬해진 대신 카리스마와 연륜은 더욱 깊어진 모습 그대로다. 코믹과 카리스마를 순간순간 바꿔버리는 한석규의 모습을 보시게 될 거다. 신세경이 맡은 소이 역은 남자주인공들과의 사랑도 비밀스럽지만, 한글창제와 관련해서도 가장 비밀스런 일을 맡고 있는 여인이다. 청초하면서도 은밀한 신세경의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거다. 무엇보다 이들이 함께 연기할 때의 긴장감과 이끌림이 너무나 커서 기대가 된다.

이번 작품에서 특별히 신경 쓰는 부분이나 전작들과 다른 점이 있는지 궁금하다.
김영현-박상연: 이전의 드라마보다 많은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이 캐릭터들을 모두 살려 캐릭터간의 팽팽함을 극대화시켜 재미를 만들어보자는 작가들 나름의 내부 목표를 가지고 있다. 또 하나는 시각화하기 쉽지 않은 ‘한글창제’를 단 한 포인트에서라도 제대로 시각화해보자는 바람도 있다.

를 통해 주고 싶은 메시지는 어떤 건가.
김영현-박상연:: 우리나라는 문자를 쓰고 읽는 것이 당연하고 전 세계적으로 문맹률이 0%에 가까운 나라다. 그러나 과연 모두가 문자를 쓰고 읽는 것이 당연하고 옳기만 한 일일까. 또 아무런 문제도 없는 것일까. 그에 대해서 얘기해 보려고 한다.

사진제공. KM컬쳐

글. 한여울 기자 sixteen@
사진. 채기원 ten@
사진. 이진혁 el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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