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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힐의 장현, 코타, 주비, 미성, 승아. (왼쪽부터) |
신인이기도 하고 신인이 아니기도 하다. MBC <최고의 사랑>에서 구애정(공효진)이 속했던 국보소녀의 노래 ‘두근두근’을 부른 가수로 알려졌지만 ‘미드나잇 서커스(Midnight Circus)’로 무대에 등장했다. 4인조 걸 그룹 같아 보이는데 알고 보면 5인조 혼성 그룹이다. 시작은 셋이었고 지금은 다섯이다. 수수께끼 혹은 넌센스 퀴즈 같은 그룹, 써니힐이 노래한다. “내가 울 때 네가 웃는다 아이러닉하게도 / 사랑받고 싶은 거짓말 난 행복하다 / 날 보고 네가 웃는다 난 다시 홀린다 / 화려한 불빛 춤추는 곳 웰컴 투 미드나잇 서커스” (써니힐 ‘미드나잇 서커스’)
두 번째 데뷔가 있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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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사랑> 삽입곡 ‘두근두근’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해 ‘미드나잇 서커스’가 나오기까지 써니힐에게는 긴 암전의 시간이 있었다. |
아이러닉하게도 그들의 가사 그대로, 가요계는 화려하지만 비정한 세계다. 무수히 모여든 별들 가운데 새롭게 주목받아 떠오르는 것도, 무사히 살아남는 것도 마음먹은 대로만은 되지 않는다. 게다가 일찌감치 승부를 내지 못하면 흐르는 시간은 그 자체로 망각과 도태됨을 의미한다. 2007년 장현, 주비, 승아 3인조로 데뷔했던 써니힐 역시 ‘통화연결음’, ‘사랑밖엔 난 몰라’ 등 밝고 따뜻한 분위기의 곡들을 내놓았지만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결코 짧지 않은 공백기와 2년가량의 앨범 준비 기간을 거치면서 새 멤버 미성, 코타가 합류했고, 독특한 분위기의 애시드 재즈 댄스곡 ‘미드나잇 서커스’가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이들은 ‘두 번째 데뷔’에 성공했다.
물론 화려한 2막이 오르기까지 암전은 필수 관문이다. 고등학교 시절 오디션에서 처음 만나 8년을 동고동락하고 어느새 20대 중반에 접어들며 친자매 같은 사이가 된 주비와 승아는 “명절 특집 프로그램이나 연말 시상식 때 가족, 친척들과 함께 TV 보는 게 제일 스트레스였어요. ‘너희는 언제 나오니?’라는 질문을 받는 게 속상해 집에 가지 않은 적도 있어요”라고 회상한다. 데뷔는 했지만 미래는 불확실했고, 함께 시작한 신인들이 빠르게 앞서 나가는 걸 보며 불안해졌다. 하지만 두려움과 지루한 기다림을 이긴 것은 열정이었다.
“직접 작사 작곡을 할 수 있는 가내수공업 시스템”
“힘들 때마다 연습생 때 썼던 일기를 다시 봤어요. 맨날 죽는 소리만 써 있지만, (웃음) 그걸 보면 내가 지금 복에 겨운 소리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초심으로 돌아가게 되거든요.” 차분한 맏언니 타입의 주비에 이어 대책 없이 긍정적이고 씩씩한 승아가 덧붙인다. “제 연습일지에는 삼행시 같은 것도 써 있었는데, 가끔 다시 보면 ‘오, 내가 이렇게까지 깊은 생각을 할 수 있구나!’ 싶다니까요. 하하!” 초등학교 때부터 가수가 꿈이었던 미성 역시 부모님의 반대로 항공관광학과에 진학했지만 결국 꿈을 포기하지 못하고 이 길로 돌아온 지 6년 만에 가수로서의 첫 발을 내딛었다. “쩍벌춤 OK! 하의실종 OK! 노래할 수 있다면 출격준비 OK! / 다 됐다, 데뷔하자! 망했다, 나 몰라라!” 등의 표현으로 솔직함을 넘어 도발적이기까지 한 앨범 수록곡 ‘Let`s talk about’의 가사는 시원시원한 성격의 미성과, 카리스마 있는 무대 매너와 달리 데뷔 무대를 마친 뒤 펑펑 울었을 만큼 마음이 여린 데다 입을 열면 아기 목소리에 실생활에서는 실수투성이인 막내 코타가 함께 썼다. 처음 작사 공부를 시작했을 때 “일기를 써 온 거냐”며 타박 받던 걸 떠올리면 장족의 발전이다. ‘미드나잇 서커스’ 퍼포먼스의 특성상 이번 무대에는 함께 오르지 않지만 앨범의 공동 프로듀서로 참여한 장현은 팀의 큰오빠이자 비밀병기다. 2005년 Mnet 오디션 프로그램 <배틀 신화>에 합격한 것을 계기로 자신이 진짜 하고 싶은 음악에 구체적으로 한 발씩 다가가기 시작한 그는 이번 앨범에서 “기계음보다 리얼 연주 사운드를, 보컬에서도 오토튠 보다 멤버들의 목소리를 살리는 작업을 해보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래서 경력도 성격도 역할도 전혀 다른, 서로 닮지 않은 다섯 남매 같은 써니힐은 모자이크 같은 매력을 지닌 팀이다. “아이돌이라기엔 이미 너무 성숙해버렸으니 실력으로 승부하는 수밖에 없다”며 웃는 이들은 가장 든든한 무기로 “직접 작사 작곡을 할 수 있는 가내수공업 시스템”을 꼽는다. 어쩌면 남들보다 좀 더 힘들었던 시작, 한 발 늦은 출발이지만 이들이 스타팅 라인에 서기를 기다리며 쌓아 온 기초체력은 분명 다음 코스에 펼쳐질 무언가를 기대하게 만든다. 그리고 두 번째 총성이 울린 지금부터 Show must go on, never st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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