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명석의 100퍼센트] <시티헌터>, 한국형 슈퍼 히어로물에 대한 기준](https://img.tenasia.co.kr/photo/202001/2011071914274138090_1.jpg)
SBS 의 이윤성(이민호)은 원작인 동명의 만화보다 영화 의 브루스 웨인(크리스찬 베일)과 닮았다. 브루스 웨인이 합법적인 신분으로 자신을 위장한 채 배트맨으로 활동하듯 이윤성은 청와대 직원으로 자신을 위장하고 시티헌터로 활동한다. 브루스 웨인이 배트맨 활동을 할 수 있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자신의 막대한 돈 때문이듯, 이윤성도 양부 이진표(김상중)가 지원하는 돈을 받는다. 그리고 에서 브루스 웨인이 범죄자를 연방검사 하비 덴트(아론 에크하트)에게 넘겨주듯, 이윤성도 김영주(이준혁) 검사에게 복수대상인 ‘5인회’를 넘긴다. 제작진이 정말 를 염두에 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2011년이 보다 가 어울리는 시대인 것은 분명하다. 원작의 주인공 사에바 료는 도시의 자유인이었다. 신분조차 명확하지 않은 그는 법망을 피해가며 경찰 대신 개인의 문제를 해결했다. 거대한 도시에서 개인이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할 때, 도시의 빌딩 속에서 숨으며 법 바깥에 있는 시티헌터가 문제를 해결한다. 하지만 이윤성은 청와대의 네트워크를 이용해 온갖 정보를 입수할 수 있는 시대에 산다. 신분을 없애는 것 보다 위조하는 것이 덜 위험하다. 김영주가 이윤성의 신분 세탁을 추적하는 과정은 숱한 신분 위조가 판치는 지금이기에 더 설득력 있다.
배트맨보다 더 바쁜 한국형 히어로, 이윤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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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브루스 웨인은 상상을 초월하는 재벌이다. 자본주의 세계의 최강자이자, 부모로부터 부를 물려받은 그는 브루스 웨인/배트맨 양쪽의 신분으로 그가 사는 고담시의 시스템을 바꾸려 한다. 배트맨은 법으로 해결할 수 없는 거대한 악인들을 직접 응징하고, 브루스 웨인은 하비 덴트를 정치적, 경제적으로 지원하며 부패가 자리 잡지 못하도록 한다. 그의 부모 역시 시 전체를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이윤성은 브루스 웨인 같은 재벌은 아니다. 이진표의 경제적 지원을 받지만, 그는 어린 시절 온갖 고난을 겪으며 살았다. 그가 한국에서 가난한 이들과 쉽게 친해질 수 있는 것도 10대 시절 배식중(김상호) 등과 함께 고생한 점이 작용한다. 브루스 웨인/배트맨이 자본주의가 극도로 발달한 세계의 영웅이라면 이윤성/시티헌터는 평범한 사람들 안에서 자수성가형 영웅이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가 조금이나마 남은 세계의 영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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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와 1980년대, 그리고 21세기의 영웅상이 한 몸에 뒤섞인 이윤성의 등장은 지금 한국 사회의 특성이기도 하다. 에 등장하는 대학재단 비리와 반값 등록금 논쟁, 군수 업체 선정 비리, 산재로 백혈병을 앓는 노동자의 이야기는 신문 사회면에서 그대로 펼쳐지는 것이기도 하다. 이 이슈들은 정치가, 대기업, 대학 재단 등 거대 자본가나 권력가들이 서민 개개인을 대상으로 저지르는 비리라는 공통점을 가진다. 도시는 거대해지고, 네트워크는 개개인의 ‘신상’을 털 수 있을 만큼 도시 끝까지 퍼졌다. 그러나 여전히 권력가나 자본가는 마음만 먹으면 과거의 탐관오리처럼 시민들의 돈을 직접적으로 빼앗을 수 있다. 고도의 자본주의, 민주주의 사회에서 사는 브루스 웨인은 시스템을 부패시키는 자들과 싸우면 된다. 하지만 정치, 경제, 사회 모두 급속하게 현대화, 도시화된 한국의 이윤성은 거대한 힘과 싸우는 동시에 그들에게 고통 받는 시민들도 직접 구해야 한다.
, 원작에 대한 훌륭한 재해석
![[강명석의 100퍼센트] <시티헌터>, 한국형 슈퍼 히어로물에 대한 기준](https://img.tenasia.co.kr/photo/202001/2011071914274138090_3.jpg)
이윤성의 ‘처단’이 5인회의 비리를 폭로해 여론의 심판을 받게 하는 것이라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그는 몰래카메라로 5인회의 비리를 찍어서 인터넷을 통해 뿌린다. 여론이 모여 5인회와 같은 부패한 권력자들의 비리를 고발하고 감시할 수 있을 때 그들에 대한 단죄가 이뤄진다. 네트워크는 한 개인의 신상을 낱낱이 통제하지만, 동시에 시민의 연대와 정보의 공유를 가능케 한다. 을 원작으로 한 동명의 1980년대 드라마에서 장총찬이 싸웠던 건 사회 곳곳에서 활개를 치는 작은 악인들이었다. 그 때 시민들은 그들 뒤에 있는 거대한 악인들에 대해 알기도 어려웠고, 말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2011년의 는 인터넷을 통해 거대한 적에 대해 알 수 있고, 그들과 싸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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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강명석 기자 two@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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