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행복한 삶을 꿈꿨던 정하(엄정화), 일상을 벗어나 새로운 자극을 원했던 재인(황정민) 그리고 사랑을 갈구하는 여자 나루(김효진), 이들의 지독한 사랑과 뒤얽힌 삼각관계가 펼쳐진다. 플래쉬 포워드(이야기 도중에 미래의 한 장면을 삽입하는 표현 방식) 기법을 이용해 재인과 정하의 이야기, 재인과 나루의 이야기, 정화와 나루의 이야기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펼쳐지며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민규동 감독의 <끝과 시작>은 2009년 개봉됐던 옴니버스 영화 <오감도>의 네번째 에피소드였다. 이 단편이 장편으로 4년 만에 다시 관객들과 만나게 되는 셈이다.
관람지수 10.
황정민 엄정화 김효진의 감정을 따라가는 재미 – 6점
5년 전 동창회에서 만난 재인과 정하는 따분한 술자리를 피해 정하의 집으로 향하고, 재인은 정하에게 자신이 현재 작업 중인 대본을 이야기해준다. 이는 재인의 머릿속에 있는 대본인 동시에 곧 5년 후 재인과 정하가 겪게 될 현실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남편 재인을 잃은 정하, 그 슬픔이 가시기도 전에 재인과 은밀한 사랑을 나눴던 나루가 찾아온다. 이렇게 정하와 나루는 기묘한 동거를 시작한다. 제목 그대로 하나의 끝은 또 다른 시작을 알리기도 한다. 그리고 교통사고로 죽은 재인은 두 사람의 기억 속에 남아 이들의 동거를 지켜본다. 영화 내내 미래와 현재 그리고과거의 모호한 경계 속에서 서로 다른 사랑을 갈구하는 세 사람의 관계와 심리가 뒤섞이면서 인간의 복잡한 내면이 뒤따른다. 영화사가 내세운 ‘파격 멜로’라는 홍보문구처럼 엄정화 김효진 황정민 등 세 배우는 동성애, 사디즘과 마조히즘등 각각의 관계에서파격적인 베드신을 선보이기도 한다.그렇다고 과한 노출이 수반되진 않는다.그 상황에 놓인 캐릭터들의 감정이 더 크게 전해진다.
그간 섬세한 묘사와 감각적인 연출을 선보여왔던 민규동 감독은 감정의 밀도를 꼭꼭 눌러 담아내며 특유의 영상미를 자랑한다. 민규동 감독은 “끝과 시작은 시에 가까운 영화다. 음미할수록 많이 강해지는 영화”라며 “시작할 때 이미 끝이 예고된 관계 그리고 그 끝에 시작이 있다는 것을 세 인물을 통해 이끌어냈다”고 영화에 대해 설명했다.
영화를 보고 있으면 간혹 현실인지 재인의 대본 속 이야기인지 헷갈린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넘나드는 상황도 혼란스럽긴마찬가지다. 또 인물간의 감정도 복잡하게 얽혀 있고, 각 인물간 관계 역시 모호하게 표현되면서 뭔가 명쾌함을 남기진 않는다. 대중들에겐분명 난해한 요소들이다. 4월 4일 개봉.
사진제공. 데이지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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