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말의 순정>, 추억팔이도 디테일하게
1회 KBS2 월-금 오후 7시 45분



다섯 줄 요약

스물의 어느 날, 친구 정우(이훈)의 고백을 우습게 넘겨버렸던 선미(전미선)는 20년 뒤 정반대의 상황에 놓이게 된다. 저도 모르게 짝사랑하게 된 그가 결혼을 발표한 것. 뒤늦게 마음을 고백할까 고민하는 그녀 앞에, 설상가상으로 대학시절 남몰래 마음에 품었던 첫사랑 우성(김태훈)까지 나타난다. 한편, 우성의 대학 선배 민수(이재룡)는 스무 살의 어여뻤던 아내 수지(도지원)를 무심한 아줌마로 변하게 한 세월의 벽을 아쉬워하며 홀로 추억에 잠긴다.



리뷰

<일말의 순정>은 시트콤이지만 캐릭터나 상황의 재미에 초점을 맞춘 작품은 아니다. 등장인물들은 뚜렷한 개성의 얼굴이 아니라 거리에서 흔히 마주칠 법한 평범한 표정으로 일상을 살아간다. 극적 갈등이라는 것도 특정한 사건이라기보다 삶을 살아가는 순간마다 언제든 마주치고 흘려보낼 일상적 고민에 더 가까우며, 그마저도 대부분은 인물들의 내면에서 끓다가 식다가 한다. 이 작품에 주인공이 있다면 ‘순정’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특정한 대상을 향한 사랑이라는 감정보다는 인물들이 간직한 감수성에 더 가깝다. 연출이 이 작품을 어른들의 ‘순정만화’라 표현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그래서 <일말의 순정>은 안타까운 첫사랑, 차마 하지 못한 고백, 엇갈린 고백의 타이밍, ‘다르게 적히는’ 추억 등 감성적 소재들을 극의 중심으로 끌어온다. 시트콤의 미덕이 웃음 외에도 일상적 공감에 있다면, 이 작품은 그 후자를 감성적으로 공략하는 것이다. 다만, 그를 위한 전략이 추억의 노래나 도서관에서의 마주침 같은 진부한 풍경들에 머문다는 점은 아쉽다. 갈등의 드라마보다 인물들의 감성에 집중하는 만큼, 그 결을 풍부하게 채워줄 디테일한 묘사가 보완되어야 할 듯하다.



수다 포인트

-올드미스 연애잔혹사 불멸의 클리셰, 어릴 때 나 좋다던 “비리비리하던 녀석” 커서 용 되다: 미래 재목을 알아볼 심미안이 없다면, ‘긁지 않은 복권’을 관리하는 열린 자세라도 갖추도록 합니다.

-<건축학개론>이 15년 후 엄태웅이 된 이제훈을 통해 건축업과 노화의 상관관계를 보여줬다면, <일말의 순정>은 20년 후 김태훈이 된 임시완을 통해 싱글대디의 삶이 얼마나 고단한가를 증명합니다.

-“대상고등학교감이 구려”: 국내 학원물 시트콤 계보의 문제적 캐릭터 교감을 이번에도 주목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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