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지난 해 7월 17일 MBC 노조가 파업 중단을 선언할 때만 해도, 모든 갈등이 해결된 것은 아니지만 일단은 모두가 현장으로 돌아갈 줄 알았다. 그러나 다음 날 사측이 발표한 인사발령은 흡사 격리수용과도 같았다.구성원들의 직무와전혀 상관없는 부서로보내거나,현장에 남아있게 하되 아예 방송 출연 기회를 앗아가거나. 과연 MBC <놀러와>를 연출했던 신정수 PD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파업 전까지 <불만제로>를 진행하던 오상진, 문지애, 허일후 아나운서는 왜 안 보이는 것일까. <텐아시아>가 우리 눈앞에서 사라진 구성원들의 6개월을 추적해 가상의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름 하여 <추적! PD수첩이 알고 싶다>.

MBC 파업 중단 그 후│오상진과 신정수, 그들은 어디로 갔나?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추적! PD수첩이 알고 싶다>입니다. 지난해 MBC 노조가 파업 중단을 선언한 다음 날인 7월 18일, 사측은 특보를 통해 조직개편과 함께 대규모 인사발령을 단행했습니다. 그러나 “업무에 복귀한 직원들이 콘텐츠 개발과 제작에 전념해 MBC의 경쟁력 회복에 기여해줄 것을 기대”한다는 발표와는 달리, 파업에 참여했던 MBC 구성원들은 현장이 아닌 신천에 위치한 MBC 아카데미로, 용인 드라미아 개발단으로, 사회공헌부서로 발령받았습니다. 외부 발령에서 제외된 구성원들도좀처럼 방송에 출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왜 여의도로 돌아오지 못한 걸까요? 혹은 왜 여의도에 남아있음에도 일을 할 수 없는 걸까요? 파업 중단 6개월 째, 유배나 다름없는 발령을 받고 휴직이나 다름없는 업무복귀 명령을 받은 MBC 구성원들의 고통을 취재했습니다.

MBC 파업 중단 그 후│오상진과 신정수, 그들은 어디로 갔나?
먼저 여의도 MBC에서 근무하고 있는 구성원들의 근황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12월 20일에 열린MBC <메이퀸> 종방연 현장,반가운 얼굴이 등장했습니다. 바로 오상진 아나운서입니다. 그동안 소비자의 날 기념식 등 외부행사에서만 얼굴을 볼 수 있었던 오상진 아나운서는 약 1년 만에 카메라 앞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지난해 4월까지 오상진 아나운서와 함께 <불만제로> MC를 맡고 주말 < MBC 뉴스데스크 > 진행을 하다가 파업에 동참했던 문지애 아나운서도 12월 초 라디오 <두시의 데이트 주영훈입니다> 게스트 출연 외에는 방송 출연이 전무한 상태입니다. 한편, 지난해 11월 <놀러와>의 시청률이 저조하다는 이유로 프로그램에서 하차한 신정수 PD는 현재 예능본부 개발팀에서 기획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신 PD가 하차한 지 약 두 달 만에 <놀러와>는 결국 폐지됐고 <토크클럽 배우들>이 후속으로 방송됐습니다.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 될 사실이 하나있습니다. <놀러와> 마지막 회 시청률 4.9%, <배우들> 2회 시청률 4.7%. 무엇이 더 저조한 시청률인지는 시청자 여러분의 판단에 맡기겠습니다.

MBC 파업 중단 그 후│오상진과 신정수, 그들은 어디로 갔나?
다음으로 <추적! PD수첩이 알고 싶다> 취재진은 ‘신천 교육대’라 불리는 MBC 아카데미를 찾아갔습니다. 현직 언론인들을 MBC 아카데미로 교육 발령 보내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과거 이곳에서 6개월 간 강의를 했던 구성원은 “내가 학생이 될 줄은 몰랐다”며 황당한 표정을 짓습니다. 현재 교육생은 최일구 앵커, 김정근 아나운서, 이춘근 < PD수첩 > 전 PD, <내조의 여왕>의 김민식 감독을 포함해 약 45명, 교육 수료 후 현업에 복귀하지 못한 수료생까지 포함하면 약 100명에 이릅니다. 그들은 MBC 아카데미 측이 일주일 만에 급하게 만든 커리큘럼을 바탕으로 ‘방송인들이 알아야 할 건강수칙’, ‘한국 가요사’, ‘앎이 삶을 구원하는가’, ‘라틴아메리카 문화의 이해’와 같은 수업을 받고 있습니다. 언뜻 대학생 교양수업 목록처럼 보이지만, 자료 상단에는 분명 `MBC직원연수`라는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카메라와 마이크 대신 볼펜을 쥐고 수업을 듣고 있는 MBC 구성원들. 그러나 그들을 더욱 슬프게 하는건, 교육 수료가 현장 복귀로 연결되지 않는 현실입니다. 지난 11월 19일 1차 교육수료생 20명 중 현업에 복귀한 사람은 단 2명 뿐. 나머지 구성원들은 미래전략실과 같은 비 제작부서에서 일합니다.



MBC 파업 중단 그 후│오상진과 신정수, 그들은 어디로 갔나?
우리는 파업 직후 신설된 이 미래전략실이라는 곳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측에 따르면, 미래전략실에는 “다채널 다매체 시장에서 변화하는 시청자들의 시청 트렌드를 분석하고 새로운 매체로의 진입 가능성을 타진하는 등 회사의 미래전략을 중점적으로 연구”할 직원들이 배치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파업 전까지 MBC 라디오 <세상을 여는 아침 허일후입니다>와 <불만제로>를 진행했던 허일후 아나운서, 대기발령에 이어 지난 11월 교육발령까지 모두 끝낸 김완태 아나운서가 미래전략실에 들어갔습니다. 뉴스를 진행하던 아나운서들이 무슨 전략을 연구하고 있는지 궁금해진 취재진은 미래전략실과 접촉을 시도했습니다. 그러나 미래전략실 관계자는 두 아나운서의 담당 업무를 묻는 질문에 “미래전략개발업무”라고 딱 잘라 대답하고는 더 이상의 구체적인 설명을 거부했습니다. 사회봉사대상, 사랑의 열매캠프 등 외부 협약 사업을 추진하는 사회공헌부서에 배치된 신동진 아나운서와 최현정 아나운서는 홈페이지 관리, 사회공헌 관련 뉴스 업데이트, 사회공헌사업 <고맙습니다 작은 도서관> 프로그램 연출 등을 담당하고 있으며, 파업 후 대기발령과 3개월간의 교육발령을 받은 최율미 아나운서는 드라마 세트장을 관리하고 있는 용인 드라미아 개발단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보도국으로 복귀한 전종환 기자 역시 얼마 전까지 용인 드라미아 개발단 소속이었습니다. 최일구, 신동진 아나운서를 비롯해 연차높은 남자 아나운서들이 뿔뿔이 흩어져있는 상황. 오상진 아나운서는 의도치 않게 아나운서국 내 최고참 남자 아나운서가 되었습니다.



MBC 파업 중단 그 후│오상진과 신정수, 그들은 어디로 갔나?
요즘사측은 연일 특보를 통해 ‘<마의>, <보고싶다>, <메이퀸> 시청률 고공행진, 드라마 왕국의 저력’ 같은 소식을 전하며 MBC의 정상화와 경쟁력 강화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신천 교육대’에 발령받은 한 구성원은 이렇게 말합니다. “여기 와 있는 사람들이 경쟁력이 뛰어난 사람들입니다. 이런 사람들을 배제하고 사장이 경쟁력 강화를 외친다? 아이러니죠.” 외부로 발령받은 구성원들은 하루 아침에 끝날 싸움이 아니라며 그저 지금 이 시간을 잘 견디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하는데요, 과연 그들은 언제쯤 예전처럼 현장에서 일을 할 수 있을까요? <추적! PD수첩이 알고 싶다> ‘오상진, 문지애, 신정수, 그들은 어디로 갔나’ 편, 여기서 마치겠습니다.편안한 밤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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