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까지 저는 앞만 보고 달려 왔어요. 어느 날 뒤돌아보면 후회할 부분도 있겠죠. 사실 제게 좋은 기사가 나건 나쁜 기사가 나건 그것을 신경 쓸 여유가 없어요. 내 앞에 좋은 기회가 있고 달려 갈 길이 멀잖아요. 제게는 말보다 결과가 중요해요.”
– 비, 뉴스엔과의 인터뷰에서

비
정기춘: 비의 아버지. 비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후 혼자 그를 키웠다. MBC <황금어장> ‘무릎 팍 도사’에서 이야기한대로, 어머니의 죽음은 비의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줬다. 어머니의 죽음 이후 “가족을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다”며 가난을 극복하려 했고, 스타가 된 뒤 “어머니는 십 수 년을 매일 새벽에 나가셔서 저녁 늦게까지 일하시는 생활을 하셨는데 내가 이 정도도 못 견디면 배부른 거란 생각을 많이 했다”며 엄청난 스케줄을 견뎠다. 또한 “배고픈 고통”을 겪어 “내가 시킨 음식을 남과 나누어 먹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박진영은 그런 비를 처음 봤을 때 “굶주린 호랑이”라 말했다.



박진영: 굶주린 호랑이를 더 독하게 키운 제작자. 10대 시절 이미 가수로 데뷔, 한차례 실패한 비에게 다시 댄서부터 하도록 시키고, 대학에 갈 생각이 없던 그에게 공부해서 대학에 들어갈 것을 요구했다. 이후 박진영은 그에게 ‘나쁜 남자’, ‘태양을 피하는 방법’, ‘It’s raining’, ‘I’m coming’ 등 강하고 긴장감 넘치는 분위기를 가진 남자의 콘셉트를 부여했다. 가수로서 비의 이미지는 박진영과 함께 하던 시절 그 원형이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을 듯.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비의 노래가 본격적으로 히트를 하기 시작한 것은 큰 장갑을 끼고 귀엽게 애교를 부리며 춤을 춘 ‘안녕이란 말 대신’부터였다.



이경희: 비가 출연한 KBS <상두야 학교가자>, <이 죽일 놈의 사랑>을 집필한 작가. 비와 함께 작업하면서 ‘내 자식’이라는 표현을 쓸 만큼 애정을 보였다. 시트콤인 SBS <오렌지> 외에는 연기 경험이 없었던 비가 <상두야 학교가자>에서 능청스러울 만큼 좋은 연기를 보였으니 애정이 생길 법도 하다. 내면에는 상처가 있지만 겉으로는 실실 거리는 비의 모습은 시종일관 힘이 들어간 캐릭터보다 오히려 더 비극적으로 보였고, 여성들에게는 모성애를 느끼게 만들었다. 어린 시절 ‘불청객’이라는 제목이 들어간 만화를 다 보고, <상두야 학교가자>의 대본에서 그런 만화 속 캐릭터를 발견한 선택이 맞아떨어진 셈. 드라마를 통해 어떤 상황에서든 희망을 갖고 살아가려는 눈물겨운 캐릭터가 만들어지자 힘이 들어간 무대 위의 모습도 새롭게 눈에 들어왔다. <상두야 학교가자>에서 시청자의 눈물을 뽑아내던 배우가 곧바로 ‘태양을 피하는 방법’에서 무표정한 모습으로 퍼포먼스를 했다. 연기와 무대, 귀여움과 카리스마의 조합. 드디어, 비의 완성.



송혜교: KBS <풀하우스>에 함께 출연한 배우. <풀하우스>는 국내뿐만 아니라 아시아 전역에서 히트했고, 비는 해외에서 인기를 얻었다. <상두야 학교가자>와 ‘태양을 피하는 방법’처럼, 해외에서는 <풀하우스>를 본 후 ‘It’s raining’의 비에 열광했다. <풀하우스>에서 비는 <상두야 학교가자> 때보다 더 코믹한 느낌을 많이 불어넣었는데, 코믹한 대사 중에는 촬영 현장에서 애드리브로 만들어낸 것들도 있었다고. 빡빡한 스케줄이었지만 스태프와의 호흡은 매우 좋았고, 작품 속에서 보여주는 밝은 모습은 비의 또 다른 매력으로 완전히 자리 잡았다. 승부욕 강한 나쁜남자와 모성애를 일으키는 유머 있는 남자를 모두 가졌다. 비의 전성시대 개막.



장재혁: ‘It’s raining’의 뮤직비디오를 만든 감독. ‘It’s raining’은 솔로 댄스 가수의 뮤직비디오 중 기념비적인 작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연하면서도 힘이 넘치는 비의 무대는 압도적이었고, 비의 춤만으로 화면을 채우는 후반부는 한 명의 춤으로 스펙터클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장재혁 감독은 비의 춤에 집중하며그가 춤을 통해 사람들을 뜨겁게 만드는 과정을 보여준다. 냉담하던 사람들의 시선이 비의 춤을 통해 바뀌는 과정은 뮤직비디오를 보는 사람들의 변화와도 같았다. 자신의 무대처럼, 비는 모두가 그를 주목할 때 사람들의 기대 이상을 보여주면서 그 긴장과 폭발의 힘으로 점점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갔다. 또한 춤과 춤 사이에서 호흡을 고르는 부분이 노래를 쉽게 기억할 수 있는 포인트가 되면서 이곳저곳에서 패러디됐다. 댄서로서, 또는 퍼포머로서 비가 최고였던 순간. 또한 노래보다는 무대가, 음원보다는 인터넷 동영상을 통한 전파가 더 강력했던 곡. 인터넷을 통해 비의 퍼포먼스는 수없이 퍼져나갔고, 무대가 만들어낸 이미지를 통해 스타성은 점점 더 커졌다.



박찬욱: 영화 <사이보그지만 괜찮아>에 비를 출연시킨 감독. MBC 영화대상 시상식에서 비의 무대를 보며 “흔해 빠진 댄스가수 이상의 무엇”을 발견했고, 이후 청춘영화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비를 떠올렸다. 비 역시 박찬욱 감독과 함께 일하고 싶어해 의외라면 의외일 정도로 캐스팅이 쉽게 됐다고. <사이보그지만 괜찮아>는 그리 큰 흥행을 기록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애초에 박찬욱이 많지 않은 제작비로 좀 더 난해한 느낌으로 만들었고, 비의 연기는 그의 출연작 중 최고라 할 수 있을 만큼 흥미롭다. 비 스스로도 “순수하게 연기라는 것에 최고로 몰입할 수 있었던 작품”이라고 했을 정도. 다만 당시 비는 국내에서 해외로, 한 번의 성공에서 더 큰 성공으로 끊임없이 자신의 스타성을 확장하고 있었고, 당시 시작된 한류 붐과 함께 그에게 부여된 ‘월드스타’라는 타이틀은 “언론이 만들어낸 말”이라는 그의 입장과 별개로 흥행 성적에 따라 그에 대한 평가를 엇갈리게 만들 수밖에 없었다.



워쇼스키 남매: 최근 들어 한국과 더욱 가까워진 영화 연출자들. <사이보그지만 괜찮아>에 출연한 비를 보고 “너무 사랑스럽다”며 <스피드 레이서>에 캐스팅했고, 제작에 참여한 <닌자 어쌔신>에는 주연으로 출연시켰다. 국내에서 활동하던 스타가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비중 있는 배역으로 출연한 것도, 액션 영화에 단독 주연으로 출연한 것도 처음 있는 일. 또한 비가 <스피드 레이서>에서 쉬지 않고 촬영하면서 스태프들의 마음에 들었다는 일화나, 엄청난 트레이닝으로 <닌자 어쌔신>에서 요구하는 몸 상태를 만들어낸 것은 모든 것을 던져서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그의 매력을 부각시켰다. 해외 진출에 관한 그의 말은 비의 삶의 방식을 그대로 보여준 것과 다름 없었다. “여기 성공이라는 문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저 문을 열거나 부수고 나가면 성공이다. 지금의 나를 스스로 평가하면 성공이라는 문에 금은 가게 한 것 같다. 다음 선수가 와서 문을 부수고 나가면 그것도 성공이다. 내 역할을 다 한 것이다.”



싸이: 바로 그 문을 부수고 나간 월드스타. 12월 31일 영등포가 아닌 뉴욕의 타임 스퀘어에서 공연했다. 하지만 정작 싸이는 ‘강남스타일’의 발표 당시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 이로 인해 이전에 해외 진출을 시도한 사람들이 폄하되기도 했고, 비도 그 중 하나가 됐다. 분명히 싸이의 성공은 다시 가능할까 싶을 만큼 엄청나다. 그러나 비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출연했고, MTV 무비 어워드에서 베스트 액션상도 받았다. 시도와 노력이라는 면에서 비는 할 만큼 했고, 나름 가능성도 보여줬다. 다만 결과는 그의 뜻대로 되지만은 않았고, 커져버린 이름은 더 큰 성과를 요구했다. 예를 들어 취소 뒤 법적 분쟁이 일어난 해외공연은 공연 주최 측의 준비 소홀이 중요한 이유였지만, 취소에 따른 손해배상을 둘러싼 분쟁이 커지면서 ‘비의 실패’인 것처럼보여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가 끊임없이 올라갈 동력이 무엇인가에 대한 문제가 생겼다.



엠블랙: 비가 프로듀싱한 그룹. <닌자 어쌔신>에는 비의 어린 시절 역할로 엠블랙의 이준이 출연하기도 했다. 제작을 하는 것은 그에게 또 다른 도전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비는 소속사 제이튠엔터테인먼트와 제이튠크리에이티브의 대주주이자 가장 큰 스타였다. 그가 제이튠엔터테인먼트에서 계약금 150억, 용역비 80억을 받고 제이튠크리에이티브에서 3년간 22억 5천만 원을 모델료로 받은 것은 비의 스타성을 생각하면 납득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대주주로서 제이튠 관련 회사는 제대로 수익을 내지 못했고, 비가 주식을 매각하면서 그의 행위에 대한 적법성이 논란이 됐다. 금감원과 검찰의 조사결과 비는 무혐의로 밝혀졌고, 받은 액수는 과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 알려졌다. 또한 비는 “150억은 주주들이 내게 제시했던 액수”였고, 지분을 매각한 것은 “가수와 배우로서 최선을 보여주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한 소속사의 매출을 개선하기 위해 7:3으로 나누던 수익 배분을 5:5로 바꿨다. 그러나 그의 무혐의와 별개로 논란이 진행되는 동안 맨 몸으로 가장 높은 곳까지 올라가던 이미지에 수백억의 돈과 복잡한 주식 문제가 얽혔다. 한편, 비에 관한 논란 이후 한국 거래소는 코스닥 엔터테인먼트 업체가 매니지먼트 계약금이 자기자본의 10%를 넘을 경우 시설외투자 항목으로 수시공시하도록 공시규정 세칙을 개정했다.



신세경: 영화 < R2B:리턴투베이스 >에 함께 출연한 배우. < R2B:리턴투베이스 >는 비의 군입대 전 마지막 작품. 단순한 스토리로 구성된 작품은 흥행에 실패했다. 비의 연기 역시 전작들에서 보여준 극한의 액션 연기나 다양한 매력을 펼쳐냈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하지만 작품 속에서 비는 오랜만에 익살스런 모습을 보여줬고, 입대 후 신병 훈련에서는 “주·야간 사격 90% 이상 명중. 30㎞ 행군 완주. 팔굽혀펴기·윗몸일으키기·3㎞ 달리기 등 체력 측정 특급, 각 과목 교육 수준 70%”의 조건을 모두 만족시켜 특급전사가 되기도 했다. 인터넷에는 그와 함께 훈련 받은 병사들이 그가 얼마나 군생활을 열심히 하는지에 대한 증언들이 올라오기도 했다. 스타라는 위치도, 이런저런 논란도 내려놓은 곳에 가니 무엇이든 열심히 하는 비의 모습도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누구도 생각지 못한 일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김태희: 여성 톱스타 중 한 명. 비의 여자친구. 두 사람의 교제는 엄청난 특종이었지만, 모두 알다시피 관심은 그의 휴가에 관한 특혜 논란으로 옮겨졌다. 조사 결과 비는 영외외박 포함 총 71일의 휴가를 받았다. 그러나 이 중 공무상 외박이 44일이었고, 포상휴가와 건강문제로 인한 병가를 포함한 휴가 17일, 개인성과제 외박 10일이었다. 국방부는 그의 휴가가 적법한 과정을 거쳐 이뤄진 것이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그러나 파파라치가 찍은 사진에서 비는 군복을 입은 상태에서 모자를 벗고 걸어 다니고 있었고, 공무상 외박 도중 여자친구를 만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휴가 문제가 적법한 것이라면 사안 자체는 아주 큰 것이 아닐지라도 비처럼 어려운 환경에서 노력을 통해 성공을 이뤄낸 인물에게 특혜에 관한 논란이나 규칙 위반은 민감할 수밖에 없었다. 노력으로 성공을 이뤄냈고, 다시 더 큰 성공으로 올라갔다. 하지만 사람이 늘 원하는 결과만을 얻어낼 수 없고, 성공과 실패 사이의 아슬아슬한 긴장감은 그의 존재 자체를 논란에 빠지게도 했다. 비는 올해 제대한다. 그 후, 그는 무엇을 향해 달려갈까. 아니면, 조금 다른 방식의 삶을 추구할까.



Who is next
비가 출연하기로 했던 영화 <바람의 파이터>에 최종적으로 캐스팅된 양동근과 MBC <뉴논스톱>에 나온 장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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