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싶다>, 봉합도 회복도 없는 트라우마

다섯 줄 요약

마지막회 MBC 수-목 밤 9시 55분

14년 전의 사건이 있었던 폐창고에서 형준(유승호)은 수연(윤은혜)이 자신을 바라봐 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총을 든 손과 맨 손을 함께 뻗었다. 형준은 정우(박유천)와 수연, 그리고 자신의 머리 옆에 총구를 번갈아 겨눴고, 뒤따라온 경찰은 형준에게 총상을 입혔다. 그 결과 형준은 과다출혈으로 인한 뇌손상으로 부분적 기억만이 남은 듯 보였고, 수연과 정우는 소박한 결혼식을 올렸다. 이후 어린 정우(여진구)와 어린 수연(김소현), 어린 형준(안도규)이 함께 놀이터에서 노는 모습이 그려지며 최종회의 막이 내렸다.



리뷰

수연과 형준의 트라우마는 결국 서로 다른 방향으로의 결말을 맞았다. 14년의 세월동안 수연은 자신의 상처로부터 거리를 두려했지만, 스스로 부딪히거나 타인에 의해 다시 마주해야 했다. 대신 그는 그 트라우마를 정우가 쏟아내는 애정에 기대어 힘들었던 시간의 보상으로 덮었다. 이에 반해 형준은 오로지 상처의 복수에만 기대며 수연에 대한 애착조차 변질되어 가는 과정이 그려졌고, 결국 회복은 뇌손상이라는 장치에 의해 영원히 묻혀버렸다. 수연과 형준 중 그 누가 자신의 트라우마를 이겨냈다고 할 수 있을까. 초반부터 폭행과 감금, 아동성폭력과 사망 등 극적 위기를 벌였던 <보고싶다>는 후반부를 “살인에 살인교사, 납치, 살인미수”에 이르던 형준의 히스테릭한 복수를 매듭하며 자극적으로 진행해 왔다. 형준의 트라우마는 부모의 부재와 그에 의한 결핍, 도망치며 살아야했던 생존의 문제로부터 기인한 복합적인 상처였다.그러나 이를기억의 소멸로 끝내버린 최종회는 결국 14년 전의 그 순간을 다시 마주하게 된 세 남녀의 감정에 대해 봉합도 회복도 제대로 이루어내지 못하며 막을 내렸다. 사건과 눈물, 감정의 폭발로 점철된 이야기 끝에 수연과 정우가 첫 눈 속 결혼식을 올리며 가까스로 그려낸 해피엔딩이 힘을 받지 못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수다포인트

– 카메라, 촬영, 업로드에 이어 S모 사의 휴대폰으로 전송된 이미지 위에 제품명까지. SBS <드라마의 제왕>에서의 PPL기술을 그대로 시전한 듯한 최종회군요.

– 정우 ‘마누라’ 주 형사. 10개월간의 배아픔과 외로움으로 묶었던 머리를 풀어 헤쳐… 왜죠?

– 작아졌다 커졌다 급기야 레이스 달고 면사포로까지 변신한 빨래집게야 말로 이 드라마 최고의 이미지메이킹 수혜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