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한 것은 아니겠지만, MBC <무한도전>의 ‘박명수의 어떤가요’(이하 ‘어떤가요’)는 음악에 관한 한 가지 질문을 던진다. “음악의 주인은 누구인가?” 박명수는 ‘강북 멋쟁이’를 작곡했지만 작사에는 정형돈이 참여했고, 편곡은 돈스파이크가 도움을 줬다. 곡의 분위기를 살리는 안무와 무대 연출은 안무가와 <무한도전> 제작진의 역량이다. 음원차트 1위를 기록 중인 이 곡의 흥행에 대한 지분을 따지면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정형돈이 부르지 않았다면, <무한도전>이 몇 주에 걸쳐 박명수의 곡 제작기를 보여주고 무대를 연출하지 않았다면, ‘강북멋쟁이’의 흥행이 가능했을까. 극단적으로 <무한도전>의 박명수가 아니었다면 그의 곡을 많은 인력과 자본을 투입해 이렇게까지 꾸며줄 이유가 있었을까.

히트곡의 주인은 누구일까

‘강북 멋쟁이’의 히트가 보여주는 개미지옥
2011년 <무한도전>이 치른 가요제는 멤버들과 여러 뮤지션의 협업을 꼼꼼하게 따라갔다. 그 과정에서 정재형을 비롯해 여러 실력있는 뮤지션들이 새롭게 부각되기도 했다. 반면 ‘어떤가요’는 박명수와 다른 멤버들이 곡을 발전시키는 과정은 대부분 스케치하듯 지나간다. 부각된 것은 아마추어 작곡가의 노력이 담긴 과정이 아니라 한 달 남짓한 시간동안 “처음치곤 잘 했다”는 것 이상의 평가를 받기 어려운 여섯 곡을 작곡했다는 결과다. 그런데 그 곡이 차트 1위를 했다. 대중의 선택은 당연히 존중받아야 한다. 멤버의 작곡가 도전기는 <무한도전>에서 해볼만한 아이템이다. 다만, 과정보다 결과가 부각되면서 ‘어떤가요’는 대중음악산업의 현재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미디어, 인기 예능, 능력 좋은 스태프가 결합하자 아마추어 작곡가의 곡도 차트 1위가 될 수 있다. ‘어떤가요’에 관한 논란은 이 적나라한 사실이 전하는 불안감에서 시작된 것일 수도 있다. 한국에서 음악은 그 자체로 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될까.

지난해 나온 샤이니의 ‘셜록’은 전 세계의 작곡가들로부터 곡을 수집, 그 중 가장 좋은 결과물을 조합했다. 소녀시대의 ‘I got a boy’는 여러 명의 작곡가가 만들었고, 뮤지컬에 가까운 퍼포먼스를 보지 않으면 곡을 따라가는 것이 쉽지 않다. 작곡가, A&R(아티스트&레퍼토리의 약자)팀, 안무가, 가수 중 두 곡에서 가장 큰 기여를 한 것은 누구일까. 서태지와 아이들이 데뷔했던 시절만큼은 아니더라도 여전히 작곡가, 또는 싱어송라이터는 중요하다. SM-YG-JYP엔터테인먼트(이하 SM, YG, JYP)는 각각 유영진, 페리와 테디, 박진영 그 자신 등회사가 원하는 방향의 곡을 안정적으로 만들 수석 프로듀서를 갖추면서 성장했다. 지난 몇 년 사이에도 이트라이브, 용감한 형제, 스윗튠 등 히트 작곡가들이 탄생했다. 하지만 최근 제작에 직접 나선 작곡가들은 다른 회사 소속의 가수들에게 준 곡 만큼의 성공은 거두지 못했다. 테디는 여전히 YG의 많은 곡에 참여하지만 17팀에 달하는 프로듀서진이 곡을 만들어낸다. 대신 그는 2NE1 같은 팀의 뮤직비디오와 패션 등 모든 영역에 관여한다. 작곡가 한 명, 곡 하나가 할 수 있는 영역은 최근들어 더욱 좁아진 것처럼 보인다. 그 자리에는 제작자, 더 나아가 시스템이 자리잡는다.

누구나 알지만 고칠 수 없는 개미지옥이 시작됐다

박진영이 손댄 걸그룹은 JYP의 색깔로, 보아가 관여한 걸그룹은 SM의 색깔로 변한다,
박진영이 손댄 걸그룹은 JYP의 색깔로, 보아가 관여한 걸그룹은 SM의 색깔로 변한다,
YG의 양현석은 SM의 보아, JYP의 박진영과 함께하는 SBS <일요일이 좋다>의 ‘K팝스타’에서 “(출연자들이) JYP로 가면 JYP가 되고 SM으로 가면 SM이 되고”라고 말했다.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다만 ‘K팝스타’는 이 사실을 두 눈으로 보여준다. 박진영이 손댄 걸그룹은 원더걸스나 미스 A가 발랄한 콘셉트를 할 때처럼 변한다. 어린 참가자 신지훈이 ‘너에게로 또다시’를 부를 때 어색한 모습을 보여주자 박진영은 신지훈이 아닌 양현석에게 무리한 무대를 구성했다고 비판했다. ‘K팝스타’에서 보아의 심사가 화제를 모은 것은 상징적이다. 보아는 양현석이나 박진영과 달리 SM의 제작 시스템 안에서 성장했다. 그런 인물이 임의로 출연자들을 조합해 팀을 만들고, 성공적으로 이끌 정도의 능력을 갖추기 시작했다. 보아가 여러 스태프와 함께 자신이 맡은 출연자들을 체크하는 모습은 마치 SM에서 연습생들의 무대를 살펴보는 것을 연상시킨다. 제작자의 취향이 회사의 시스템에 영향을 주고, 회사의 시스템은 소속 뮤지션과 스태프에게 체화되기 시작했다.



주류 대중음악산업에 한정하면, 음악은 점점 한 기업의 시스템이 다양한 공정을 거쳐 내놓는 결과물처럼 변하고 있다. 작곡가의 창작은 여전히 중요하지만, 창작이 할 수 있는 여지는 지난 몇 년 사이 더욱 줄어들었다. 요즘 데뷔하는 가수나 작곡가는 기획사를 거쳐, 오디션 프로그램을 거쳐야 데뷔와 성공의 가능성이 그나마 올라간다. SM의 가수들에게도 곡을 준 앤드류 최는 ‘K팝스타’에 출연하기도 했다. ‘강북 멋쟁이’에 어떤 책임이라는 게 정말로 있다면, 이런 현실을 조금도 포장할 수 없을 만큼 인정하도록 만들고, 그 화살이 이런 시장을 꾸준히 강화해 온 기획사에 가도록 했다는데 있다. 좋은 곡이 있던 자리를 기획, 브랜드, 마케팅, 시스템 같은 것들이 대신한다. 그 모든 것들을 갖추고 수많은 작곡가의 곡을 받는 회사들은 TV 예능프로그램까지 시스템의 일부로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회사들은 TV 예능 프로그램의 힘에도 밀리기 시작했다. 다시 말하면, 누구나 문제는 알지만 고치기는 어려운 개미지옥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리고 가장 먼저 괴로울 사람들은 이름을 알리지 못한 창작자들일 것이다. 과연 곡 하나가 그 자체로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는 일은 다시 가능해질까.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