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의 유산>, ‘시월드’에 갇힌 공포특급
다섯 줄 요약

3-4회 MBC 토, 일오후 9시 50분

전혀 상관없는 남이었던 채원(유진)과 세윤(이정진)이 본격적으로 엮이기 시작했다. 시어머니 영자(박원숙)의 농간으로 키위 주스를 마신 채원은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켜 병원에 실려 가고, 그를 부축한 세윤(이정진)은 어딘가 찜찜한 느낌에 채원의 개인정보를 알아보기 시작한다. 둘을 불륜으로 엮으려는 영자의 계략도 눈치채지 못한 채, 세윤은 채원에게 정신병원에 감금됐었다는 사실을 알려주지만 도와달라는 채원의 말은냉정하게 거절한다.

리뷰

아들을 뺏겼다고 생각한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구박하고 정신병원에 가두며, 그 결과로 며느리가 자신에 관한 모든 기억을 잊게 된다는 설정은 여태껏 고부갈등을 다뤘던 어떤 드라마보다도 공포스럽다. <백년의 유산>은 이 모든 장면을 1, 2회 안에 욱여넣으며 ‘시월드’에 대한 공포심을극대화했다. 하지만 이 작품이 무서운 진짜 이유는, 채원-영자의 관계 외에 다른 이야기들을 소동극의 범주에 넣어버림으로써 따뜻한 홈드라마처럼 가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단 엄기옥(선우선)과 강진(박영규)이 티격태격하거나, 엄기춘(권오중)과 공강숙(김희정) 부부가 실랑이를 벌이는 장면이 반복적으로 삽입되며 웃음을 자아내는 기능을 하고 있는 것뿐만이 아니다.아내를 잃고20년 넘게 처가에서사는사위 효동(정보석)이 새 가정을 꾸리지 못하게 집착하는장모 끝순(정혜선) 역시 하나의 가족 문제로 비출 수 있는 지점이나, 드라마는이를 애정으로 포장하며단순한홈 코미디의 영역으로 바꾸어버린다. 효동이 딸 채원의 기억상실로 실의에 빠져 카페 마담 춘희(전인화)와 술을 마시고, 이 모습을목격한 장모가춘희를 더욱더 미워하게 되는일련의 흐름을 가볍고 재미있는톤으로만 그려낸것이 단적인예다. 가족 문제 전반을 들여다보는 균형감각과 예리한 문제 인식이 없는작품을 홈 드라마라고 할 수 있을까.아직 <백년의 유산>은 ‘시월드’라는 클리셰를 손쉽게 이용한 공포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처럼 보일 뿐이다.

수다 포인트

– 밤 10시에 자꾸 국수면발 보여주면 시청자들이 먹고 싶어요, 안 먹고 싶어요? 그래서 이 작품이 유해하다는 겁니다.

– 아내는 밤마다 머리를 쥐어뜯으며 고민에 빠져있는데, 늘 세상 모르고 잠들어 있는 남편 철규(최원영). 주는 것 없이 밉다는 표현은 이럴 때 쓰는 거겠죠.

– 효동이 채원과 닮았다고 말하자 정색하던 춘희, 그 이유를 알고보니….. 채원-춘희,전생에는 원수같은 고부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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