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시대의 리믹스
무조건 이어 붙인다고 해서 한 곡이 되는 건 아니다. 그럼에도소녀시대의 ‘I got a boy’는 “팝, 레트로, 어반 장르의 요소가 섞인 일렉트로닉 댄스곡”이라는 실험을 감행했다.채 5분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어떠한 예고도 없이 템포가 바뀌고 분위기가 전환되면서 듣는 이를 혼란에 빠뜨리지만, 다행히도 중요한 터닝 포인트는 영어 랩과 함께 시작된다. 과거 패기 넘치는 “짤 없는” 랩을 구사했던 수영이 ‘Ayo! GG!’로 오프닝을장식하면 파워풀한 걸스 힙합의 세계가 펼쳐지고, 무대 가운데서 티파니가 ‘Ayo Stop’을 선언하면 모두가 걸스 힙합을 멈추고 두 손을 합장하며 고개를 양 쪽으로 흔든다. 일렉트로닉 사운드에 ‘오 오오 예 오’라는 후렴구를 얹고 그 위에서 소녀 시대가 힙합 댄스와 인도춤을 섞어 추는 장르불명의 곡이 된 ‘I got a boy’는 제시카가 ‘Don`t stop!’을 외치는 순간, 진정한 대융합이 일어난다. 후렴구와 후렴구가 교차하고 전자음과 인도 전통춤이 만나는 정신없는 와중에도 소녀시대에게 꼭 하나 물어보고 싶다. 왜 그랬대? 궁금해 죽겠네. 왜 그랬대? 말해 봐봐 좀.
노홍철의 리믹스
뮤지션의 취향을 모두 반영한다고 해서 명곡이 탄생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박명수(a.k.a. 방배동 살쾡이)는 한 달 만에 무려 6곡을 뚝딱 만들어내는 와중에도 노홍철의 개성을 꾹꾹 눌러 담는 고객맞춤형 서비스를 선보인다. 동물을 좋아하는 노홍철을 위해 말과 닭 울음소리를 넣고, 모든 노래를 샤우팅으로 소화하는 노홍철을 위해 후렴구를 ‘노가리 노가리 노가르시아’로 도배해 “굉장히 심한 후크송”을 완성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콘셉트는 돈키호테의 자유분방함. 박명수의 머릿속에만 존재할 것 같았던 ‘노가르시아’는 기계음 대신 ‘히리야’라는 박명수의 라이브 말 울음소리로 힘차게 시작하지만, 곧 길을 잃고 헤맨다. 어디선가 ‘나마스떼’가 튀어나올 것 같은 인도풍 노래에 기본적인 라임도 맞추지 않은 ‘세뇨리따, 날 봐라, 돌+아이비타’라는 가사를 얹고 그 위에서 노홍철이 셔플댄스와 저질댄스를 추는 국적불명의 곡으로 변질된 ‘노가르시아’는 결국 작곡가 본인의 여드름 피부를 찬양하는 듯한 구절 ‘뽀드락지 걷어버렸다 / 진물 터져버렸다 / 노랗게 익어버렸다’로 대미를 장식한다. 역시 음치, 박치, 몸치에겐 타령이 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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