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시대:데뷔 6년. 여전히 1등. 그 사이 막내의 나이는 열여섯에서 스물 둘로. 그들의 다음시대는 무엇이 될까.

소녀시대
수애: MBC <9회말 2아웃>의 주인공. 이 드라마에 윤아도 출연했다. 윤아는 극중에서 인터넷 소설 작가이자 자신의 출판사 편집자 역의 수애와 삼각관계를 이뤘다. 당시 윤아의 실제 나이는 17세. 극 중 서른으로 설정된 수애가 보기에 당돌하기 이를 데 없지만 10대에게 인기 많고, 도대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짐작할 수 없으며, 예쁜 것은 도저히 부인할 수 없는 윤아의 캐릭터는 데뷔 직후 대중이 소녀시대를 바라보는 이미지이기도 했다. 데뷔 당시 리더 태연이 18세, 막내 서현이 16세이던 그룹이 스스로를 ‘소녀시대’라 부르며 활동했으니 화제가 될 수밖에. 또한 <9회말 2아웃>은 2007년 7월에 시작했고, 소녀시대는 2007년 8월에 첫 싱글 ‘다시 만난 세계’를 발표했다. 데뷔곡을 발표하기 전 윤아가 먼저 얼굴을 공개한 셈으로, 당시 데뷔도 안한 그룹이 개인 활동부터 하는 경우는 찾기 힘들었던 일. 여러모로 조금은 다른 걸그룹, 또는 남성들의 ‘다시 만난 세계’.



켄지: ‘다시 만난 세계’를 만든 작곡가. ‘다시 만난 세계’는 초기 소녀시대의 정체성을 만드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가사의 전체적인 내용은 누군가에 대한 사랑을 그리지만 ‘수많은 알 수 없는 길속에 희미한 빛을 난 쫓아가’, ‘우리의 거친 길은 알 수 없는 미래와 벽’ 같은 구절은 오히려 소녀의 도전, 열정, 성장 같은 단어들을 떠올리게 했다. 뮤직비디오도 남성에 대한 사랑 대신 멤버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과 군무를 결합했다. 운동화를 신고 독무를 보여주는 효연처럼 멤버 개인의 캐릭터를 부각시키기도 했다. 또한 데뷔 과정을 담은 Mnet <소녀 학교에 가다>에서는 숙소에서는 장난치고, 무대 위에서는 진지한 모습을 통해 멤버들 간의 유대감을 보여줬다. 걸 그룹이면서도 마치 보이 그룹처럼 멤버의 캐릭터와 서로의 케미스트리를 강조한 셈. 여기에 군무는 신해철이 “인민군 제식”같다고 할 정도로 정확했다. 소속사 선배인 신화처럼 자기들끼리 노는 재미가 있고, 동방신기의 군무를 걸그룹 버전으로 보여줄 수도 있는 기대감을 준 그룹. 그리고 몇 년 후 기대는 사실이 됐다.



이승철: 소녀시대가 리메이크한 ‘소녀시대’를 부른 가수. ‘다시 만난 세계’와 <소녀 학교에 가다>가 소녀시대만의 개성을 만들면서 팬덤을 형성하도록 했다면 ‘소녀시대’, ‘Kissing you’ 등은 대중에게 소녀시대의 이미지를 형성하는 역할을 했다. 머리를 양갈래로 땋고 ‘어리다고 놀리지 말아요’라고 노래하고, 막대사탕을 들고 노래하는 걸그룹이란, 남성들이 ‘소녀’라는 단어에서 떠올리는 그 느낌이었다. 또한 티파니는 KM <소년소녀 가요백서>에 출연해 특유의 눈웃음과 약간은 백치미가 느껴지는 개그를 선보이며 많은 남성을 소녀시대에 입문하도록 만들었다. 어찌 보면 오글거릴 수도 있었겠지만, 10대 소녀들이 그 순간에만 할 수 있었던 콘셉트. 아저씨, 오빠, 삼촌들이 모두 소녀시대를 좋아하고, 마치 보이 그룹처럼 음반이 많이 팔리기 시작했다.



이 트라이브: 소녀시대 최고의 히트곡 ‘Gee’의 작곡가. 간단하게 요약하면 KBS <뮤직뱅크> 9주 1위. 소녀시대 특유의 군무에 발랄한 포인트 안무를 더하고, 막대사탕을 드는 대신 여성들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스키니진을 입고 트렌디한 사운드와 쉬운 멜로디를 부르니 누구나 좋아하는 히트곡이 탄생했다. 또한 사람들 앞에서는 마네킹이지만, 그들끼리 있을 때는 즐겁게 웃고 떠드는 뮤직비디오의 내용은 ‘다시 만난 세계’부터 시작된 소녀시대만의 정체성을 담고 있었고, ‘Gee’를 짧게 반복하는 멜로디로도 후반부에서 제대로 클라이맥스를 연출하는 곡의 구성은 그룹의 에너지를 담고 있었다. 팬덤과 대중이 모두 모이고, 소녀시대의 정체성을 유지하되 트렌디했다. 한마디로, ‘다만세’했다.



원더걸스: 한 때 남자 연예인들이 토크쇼에 출연하면 “소녀시대가 좋아요, 원더걸스가 좋아요”라는 질문을 받게 했던 그룹. 원더걸스의 ‘Tell me’와 소녀시대의 ‘Gee’가 센세이션을 일으킨 후 대중음악산업은 사상 처음으로 걸 그룹 중심으로 움직였다. 수많은 회사에서 걸 그룹을 쏟아냈고, ‘Gee’나 ‘Tell me’처럼 댄스, 쉽고 간단한 멜로디, 포인트 안무 등의 요소를 노래에 담았다. 또한 아직 미성년자가 있는 걸그룹 – 열광적인 팬덤 – 높은 대중적 인지도의 결합은 그들이 정말 잘못을 하든 하지 않았든 온갖 논란을 쏟아내도록 만들었다. 멤버들도, 소속사도, 대중도 이 새로운 현상에 대해 어찌해야할지 몰랐고, 중간은 없는 찬사와 비난이 이어졌다. 두 걸그룹의 인기와 함께 미디어가 스타, 특히 아이돌을 다루는 방식 역시 달라졌다는 점까지, 모든 면에서 시대의 변화를 보여줬다고 할 수 있을 듯. 문자 그대로 원더걸스들이 소녀시대를 열었다.



김신영: 시즌1에 유리와 써니, 시즌2에 효연이 출연한 KBS <청춘불패>의 MC. 당시 걸그룹에 대한 관심이 걸그룹이 모인 버라이어티를 탄생시켰고, 걸그룹 멤버들이 모여 동네 어르신들과 어울리며 농촌 일을 도운다는 설정은 걸그룹이 보다 폭 넓은 세대에게 어필하는 것을 도왔다. 원더걸스, 소녀시대, 카라 등의 노래가 연이어 히트하던 순간, 걸그룹이 예능과 만나며 가장 대중적인 연예인이 되기 시작한 순간. 특히 써니는 <청춘불패>에서 김신영과 함께 다양한 상황을 연출하며 특유의 예능감을 보여줬고, 유리 역시 <청춘불패>에서 잠깐 입고 나온 옷이 순식간에 히트 상품이 될 만큼 스타가 됐다. ‘Gee’의 히트 이후 이어진 소녀시대의 예능 활동과 멤버들의 다양한 개인 활동은 소녀시대가 모든 미디어를 통해 전 세대에 어필하도록 만들었다. 여성들을 위한 미용식품에도, 은행 CF에도 모두 출연하는 걸그룹의 시대.



미각그룹: 일본에서 소녀시대를 부르는 이름. ‘소원을 말해봐’에서 마린룩을 입고 각선미를 강조한 춤을 춘 것이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Gee’의 기록적인 히트 이후 발표한 ‘소원을 말해봐’는 소녀시대에게 새로운 분기점이 됐다. ‘소원을 말해봐’를 시작으로 무대에 보다 섹시한 이미지가 더해졌고, 해외진출이 시작됐으며, 무엇보다 ‘코스튬 시리즈’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캐릭터가 뚜렷한 코스튬을 콘셉트로 삼았다. 그만큼 멤버들의 일체감을 강조하는 정교한 군무가 보다 중요해졌다. ‘Gee’까지의 소녀시대는 국내에서, 소녀들이 모여 있을 때 생기는 발랄함을 보여줬다. 반면 ‘소원을 말해봐’ 이후에는 전 세계를 돌면서, 코스튬으로 명확하게 드러나는 콘셉트를 선보이면서 보다 꽉 짜이고 완성된 무대를 보여줬다. 대중에게 ‘소원을 말해봐’라고 말하지만 귀여운 요정이라기보다는 당당한 여왕 같은 느낌. ‘소원을 말해봐’로 활동을 시작한 일본에서 남성보다 여성들이 먼저 반응을 보인데는 이유가 있다. ‘Gee’와 함께 소녀시대를 상징하는 또 하나의 곡이 탄생했고, 새로운 시대가 시작됐다.



본드걸: 소녀시대의 ‘훗’ 발표 당시 무대 콘셉트로 삼은 영화 <007>시리즈의 캐릭터. <007> 시리즈 등을 패러디한 <오스틴 파워> 속 캐릭터와 더 비슷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소녀시대는 ‘소원을 말해봐’ 이후 ‘Oh’, ‘Run devil run’, ‘훗’ 등 매번 다른 캐릭터를 연출했다. 특히 ‘Oh’와 ‘Run devil run’은 ‘오빠를 사랑해’라는 치어리더와 ‘날 붙잡아도 관심 꺼둘래’라며 남자를 차는 여전사 같은 콘셉트로 극단적인 변신을 했다. 그만큼 대중은 신곡이 발표될 때마다 새로운 콘셉트를 기대했고, 많은 걸 그룹들이 곡마다 새로운 캐릭터 콘셉트를 내세우는 것이 유행했다. 여성적인 선을 강조한 안무와 복잡한 대형의 군무를 보여준 ‘훗’은 소녀시대의 정체성과 캐릭터 콘셉트가 조화를 이룬 수작. 하지만 역설적으로 어떤 무대를 선보이든 그것이 연출을 통해 만들어진 캐릭터 콘셉트라는 한계가 됐고, ‘Gee’처럼 멤버들의 활기찬 에너지보다는 꽉 짜인 안무의 완성도가 더욱 높아졌다. 멤버들은 예쁘고, 군무는 프로페셔널 그 자체였으며, 대중적인 인지도는 정점을 찍었다. 다만, 이 거대한 걸그룹을 무엇이라 설명할 수 있을지는 다소 모호해졌다.



태티서: 태연, 티파니, 서현으로 구성된 소녀시대의 첫 유닛. 소녀시대답게 유닛으로도 타이틀 곡 ‘Twinkle’이 각종 차트를 휩쓸었다. 이 곡의 뮤직비디오에서 멤버들은 화려한 모습으로 한껏 주목받고, 가사에서는 ‘숨겨도 twinkle 어쩌나 눈에 확 띄잖아’처럼 강한 자신감을 드러낸다. ‘소원을 말해봐’부터 ‘훗’까지 명확한 캐릭터 콘셉트를 보여준 것과 달리, ‘The boys’와 ‘Twinkle’에서는 멤버 개개인의 개성과 아름다움을 부각할 수 있는 의상과 액세서리에 집중했다. 양갈래 머리를 하고 막대사탕을 들 나이는 지났고, 압도적인 인지도를 가진 멤버들의 공항 패션은 수많은 여성들이 따라 하고자 했다. 여기에 미국 진출을 시도하면서 ‘The boys’테디 라일리에게 맡기고,치어리딩에 가까운 안무를 선보였다. ‘Twinkle’ 역시 약간은 소울의 느낌이 나는 멜로디를 가미했다. 귀여운 소녀에서 판타지에 가까운 가상의 캐릭터로, 다시 빈 틈 하나 없이 제대로 꾸미고 여자들이 따라하고 싶고, 남자들에게 선전포고하는 여성으로. 소녀의 이름을 그대로 가진 채, 그녀들은 조금씩 시장과 포지션을 바꿔갔다. 어쩌면 소녀시대 3분기의 시작. 그들은 더 나아갈 수 있을까.

보아: 소속사 선배. 소녀시대보다 더 어린 나이에 일본에 데뷔했고, 성공했다. 보아는 티파니에게 “언니는 벌써 10년을 했으니 이젠 너네 차례다. 난 혼자지만 너희는 멤버들도 많으니까 걱정 안 해도 될 거”라고도 했다. 소녀시대의 멤버 중에는 보아를 롤모델로 삼은 경우가 많고, 그 중에는 “시작만 하면 당장 (보아처럼) 그렇게 되는 줄 알았”다가 “하지만 다친다”는 걸 알았던 멤버도 있다. ‘Gee’ 이후 소녀시대는 무대 외에는 다 모이는 것 자체가 힘들 정도고, ‘The boys’ 전후에는 쉴 새 없이 해외공연까지 했다. 그 와중에 멤버들이 버틸 수 있는 것은 보아가 그러했듯 연습생 시절 쌓은 연습량과 마인드라고 할 수 있을 듯. 그들은 태연의 말처럼 “날을 잡아 하루를 거의 지새우면서 동작을 맞춘다”고 할 만큼 군무를 하는 것이 몸에 익숙하고, 연습생 시절 “처음에는 누구나 그렇게 쉽게 꿈을 꾸지만 부딪치고 배우고 연습하면서 그게 아니란 걸”알았다. 2009년 소녀시대가 출연한 SBS <김정은의 초콜릿>에서 그들은 마치 연습생 시절처럼 다양한 음악에 맞춰 춤을 췄고, 티파니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으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소녀시대의 저력은 화려한 외모나 퍼포먼스가 아니라 그 모든 상황을 이겨내고 여기까지 온 멘탈과 볼꼴 못 볼꼴 다 보고 때론 싸우기까지 하면서 만들어진 팀워크인 것인지도. 어쩌면 소녀시대가 걸 그룹으로서 할 수 있는 다음 단계는 그들의 시간이 쌓은 힘을 보여줄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하는 것 아니었을까.



이수만: 소녀시대의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 회장. 소녀시대의 곡과 무대에 대한 실질적이고 최종적인 결정권자라 할 수 있을 듯. 그 점에서 ‘I got a boy’는 이수만의 의중이 궁금해지는 결과물이다. 노래의 구성은 복잡하고, 가사의 콘셉트는 여성들의 수다이며, 무대는 뮤지컬을 연상시키는 상황 설정이 계속 이어진다. 또한 힙합 스타일의 옷을 입은 멤버들은 강하게 춤을 추다가도 때론 귀여운 표정을 짓기도 한다. 당연히 그 사이 소녀시대 특유의 정교한 안무와 복잡한 동선은 계속 유지된다. 소녀시대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이 다 들어 있는 것 자체가 콘셉트인 것 같은 곡과 무대. 이는 어쩌면 소녀시대의 현재가 그만큼 복잡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인기는 최고고, 활동범위는 전 세계이며, 그 사이 멤버들의 나이는 20대 초반을 지나 곧 중반을 앞두고 있다. 그리고 그들이 정상을 지키는 동안 원더걸스의 선예는 결혼했고, 많은 걸 그룹들이 반짝했다 가라앉았다. 데뷔 6년째에 여전히 정상을 노리는 걸그룹. 노골적인 섹시 콘셉트를 배제한 상태에서 소녀시대는 어떻게 여성 그룹으로서 자신들의 정체성과 스타일을 보여줄 수 있을까. 그 해답을 찾아내야 소녀시대는 어떤 걸그룹도 아직 만나지 못했던 결과물을 낼 것이다. 팬들에게 ‘다시 만난 세계’를 안겨준 걸그룹. 그들이 이제 ‘새로 만난 세계’를 필요로 하고 있다.

Who is next
소녀시대와 같은 소속사인 이특과 연예병사로 복무 중인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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